Q: 미대 같은 건 재능이 있어야 가는 거 아닌가요?
A: 아닙니다! 대입 준비 수준의 과정들은 충분히 성실하기만 하다면 누구나 만족시킬 수 있는 과정이죠!
시키는 것만 성실히 하면 얼마든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열정입니다.
Q: 그럼 대학에 입학한 다음에는요?
A: 지옥에 갈 것이다
Q: 어느 정도 성적이 되긴 되는데 공부 쪽에선 제가 하고 싶은 것도 잘 모르겠고 미술 입시를 준비하려는데요...
A: 미술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미술 입시를 시작하기 전에 당신의 적성과 관심 분야를 잘 고려해서 알맞는 수강 분야를
선택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창작에 대한 열정과 열의니까요. 미대입시의 장점 중 하나가
순수 문이과에 비해 필요 성적이 적다는 점이죠! 어느 정도 성적을 유지하기만 한다면 큰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언어,외국어 성적이란 게 쉽게 내려가는 게 아니고 위에서 말했듯 학원에서 시키는 것만 성실히 해도 실기 시험에서 원하는
그림을 만들 순 있거든요.
Q: 그런가요? 평균 3등급 정도인데 이 정도면 괜찮겠죠?
A: 지옥에 갈 것이다
Q: 저는 정말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이 부럽더라구요. 나도 그런 재능이 있었으면 할 때가 많습니다.
A: 흔히 있는 선입견입니다. 확실히 잘 그리는 재능은 축복입니다만 배운 만큼 보인다고, 잘 그릴 줄 알게 되면 그만큼 자신의 실력에 대해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결국 자신의 그림에 대해 만족하는 그림쟁이들은 극소수일 겁니다.
Q: 그 논리는 이상한데요. 그럼 결국 그림쟁이들은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는 소리처럼 들리잖아요.
A: 그러니까요.
Q: 미술 교육은 돈이 많이 들잖아요. 보통 얼마 정도 생각해야 할까요?
A: 음... 솔직히 단번에 말씀해 드리기는 쉽지가 않은데, 지방이냐, 도심지냐에 따라서 일차적으로 몹시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강사의 지명도, 방학의 특강 수업료, 수강하고 싶은 분야와 그 분야의 재료비, 장비의 가격 또한 고려해야 하니까요.
Q: 잘 모르겠는데 그럼 결국 어느 정도란 뜻인가요?
A: 당신의 부모님이 파산합니다.
Q: 제가 만화를 좋아해서 애니메이션 관련해서 학원 수강을 하고 싶어요. 관련 학과에 들어가서 졸업하고 난 후에는 보통 어떤
곳에서 일하게 되나요? 역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같은 곳이겠죠?
A: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지옥의 아가리에서 근무합니다.
Q: 그럼 디자인은요?
A: 지옥의 변두리입니다.
Q: 논술 전형 같은 건 보통 수능 친 다음이 진짜라고들 하잖아요. 실기 시험을 보는 미대 입시 같은 경우도 똑같이 몹시 힘들겠지요?
A: 물론 정시 학생들에게 수능을 치른 후 실기 집중 준비 기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논술 전형을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은
없겠지만, 미대 입시의 실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배움에서 충분히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열정 있는 학생들이라는 점이 큰 차이점이죠!
Q: 그렇다면 실기 시험을 즐겁게 준비할 수 있겠군요?
A: 모두 지옥에 갈 것이다
Q: 이런 이야기부터 하고 싶지는 않지만 재수생이란 건 뭘 하든 결국에는 있을 수 있을 법한 일이잖아요. 미대 지망 재수생들은
내년을 어떻게 준비하나요?
A: 고교 졸업과 동시에 인간도 졸업합니다.
Q: 미대 하면 역시 여대생 아닌가요? 여자 비율 되게 많죠? 다들 수준 높지 않나요?
되게 잘 꾸미고 다니는데다가 옷도 예쁘게 입고 뭔가 품위가 있을 것 같은데요.
A: 아닙니다.
Q: 하지만 패션잡지 같은 데 보면 패션디자인과 같은 여대생이 나오는데 그런 사람들 정말...
A: 아니라고.
Q: 입시 준비 기간에 배운 내용들이 대학 가면 다 소용이 없다는 소리를 흔히들 하던데요,
대학에 간 다음에는 어떤 소양들에 대해 배우게 되나요?
A: 음... 일단 고등 투시, 인물상의 모양과 다양한 동세들에 대해 숙지한 다음 근육과 골격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하는 미술 해부학에
대해 익히고, 색채 이론, 디지털채색법에 대한 이해를 하고 수천 가지 오브젝트에 대한 드로잉 노하우, 어도비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하는 각종 크리에이팅 둘에 대해 익숙해진 후 로우, 하이 폴리곤의 3D 모델링에 대해 어느 정도 숙지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필력에
대한 꾸준한 수련과 자신만의 그림체, 스타일에 대한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죠. 그리고 난 다음 나는 미친 듯이 그림만 판 다른 사람들만큼 열심히 노력하지도 않고 있을 뿐더러 그렇다고 재능이 있지도 않고 모작 이외에무언가 그럴듯한 작업물을 내놓는 것에 실패하기만 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 결과 나타난 순수 창작물은 애매한 필력에 지저분한 정리감과 어긋난 투시, 미묘 하게 생긴 배경 오브젝트와 진이 빠진 듯한 색감을 자랑하는데다 적절한 보정도 가하지 못한 알 수 없는 결과물뿐이죠. 하지만 쓸데없이 입시 미술을 거치며 그림의 기본에 대한 보는 안목만은 몹시 높아졌기 때문에 자신의 그림을 작업중일 때조차
나보다 어린, 심지어 미대생도 아닌 존잘러들의 작품과 스스로 비교당하며 눈이 멀 듯한 저퀄리티에 매초마다 고통받습니다.
Q: 결국 뭐가 가장 중요하다는 거죠?
A: 다 포기하고 자살하지 않는 거요.
Q: 미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혹은 대학 들어가서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이었나요?
A: 고교 시절이든 대학 시절이든, 옆 사람의 그림을 보는 일입니다.
Q: 왜죠?
A: 자신과 자신의 작업물을 끊임없이 저주하게 되죠.
Q: 말씀이 너무 부정적이신데요, 미술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직업 만족도가 높단 통계를 어디서 봤었거든요...
A: 물론 일단 그 통계는 취업한 미대생들을 대상으로 통계를 냈겠죠?
위 글들은 다 과장한 농담입니다 당연히 실제로 그렇게까지 빡세진 않ㄱ...
빡세다는건 사람기준이니.....사람이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