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루리웹도 그렇고 인터넷 여기저기에 저 문구를 인용하는 것을 보고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전 기독교인이다보니 이 문구에 반문하는거겠지만, 벤자민 프랭클린이 실제로 저런 말을 했을까 싶기도 해서 구글로 좀 검색을 해봤습니다. 제 전공이 미국사도 아니고 검색 엔진 좀 뒤져보는게 할 수 있는 전부이다보니.. 찾아봤습니다만, 링크의 글을 찾았습니다.
Did Benjamin Franklin write
Lighthouses are more useful than churches
in Poor Richard’s Almanack, as claimed in the 1997 book Texas iconoclast, Maury Maverick Jr. (pp.110-111)?
No.
This (pseudo-)quotation has been circulating since at least 1997, and possibly since the 1960s or 1970s, but it is not found in Franklin’s works. Sometimes it is given as “Lighthouses are more helpful than churches” or “A lighthouse is more useful than a church,” but no form is authentic.
This is probably intended as a summary of something Franklin is said to have written to his wife on 17 July 1757 after a narrow escape from shipwreck off the English coast. This letter appears to have been lost, but an excerpt appears in a footnote on p. 133 of the 1818 edition of Memoirs of the Life and Writings of Benjamin Franklin:
The bell ringing for church, we went thither immediately, and with hearts full of gratitude, returned sincere thanks to God for the mercies we had received: were I a Roman Catholic, perhaps I should on this occasion vow to build a chapel to some saint, but as I am not, if I were to vow at all, it should be to build a light-house.
이 부분이 전체내용인데, 일단은 네이버 지식인 같은 형식의 질문이 있으면 답변하는 방식의 글입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벤자민 프랭클린이 "차라리 등대가 교회보다 훨씬 유익하다." 라는 말을 했나요? 인데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아니오."라고 하는 이유를 보면은 1960년대~1970년대 이후로 퍼지기 시작한 거짓(pseudo-)문구인데, 최소 1997년부터 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문장의 단어 useful[쓸모있는]이 helpful[도움이 되는]로 대체되거나, 등대 하나가 교회 하나보다 더 낫다는 식으로도 되어있지만, 이 중 어느 하나도 진실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 문장의 기원을 보면, 1757년 7월 17일, 프랭클린이 영국만을 떠나 난파된 배에서 빠져나온 후에 아내에게 보낸 편지의 요약된 내용에서 비롯되었다고 써있습니다. 이 편지는 분실된 걸로 알려졌지만, 발췌부가 1818년 발행된 그의 회고록 '벤자민 프랭클린의 회고록: 그의 삶과 글'[Memoirs of the Life and Writings of Benjamin Franklin] 133쪽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교회의 종소리가 들리자, 우리는 당장 그곳으로 향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받은 긍휼하심에 하나님께 감사함을 표했다: 우리가 로마의 카톨릭 신자였다면, 아마 이름 모를 성자의 예배당을 짓는 데에 헌금을 했겠지만, 우리는 그렇지 아니하기에, 만약 헌금을 하게 된다면, 등대 하나를 짓는 데에 헌금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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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허접한 실력으로 번역한건데, 영어 원문을 보시면, 회고록에서는 "등대가 교회보다 낫다"라고 적혀있는 부분은 일절 없습니다. 이름 모를 성자의 예배당을 만들 바에 쓸모 있는 등대를 짓는게 낫다는 말은 분명히 있습니다만, 이는 당시 로마 카톨릭 교회의 형식적인 예배당 건축을 부정하는 것이지, 교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고록 발췌부의 첫 부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프랭클린은 교회에 가서 감사를 드리고 헌금을 해서, 그 헌금한 돈으로 등대를 짓겠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흔히 인용하는 문구 "차라리 등대가 교회보다 훨씬 유익하다."와는 뭔가 다르지 않습니까? 등대가 교회보다 유익하다는 사실만으로 끝난다면, 자기 있는 돈으로 등대만 짓고 끝내도 되겠지만, 이걸 굳이 교회까지 가져올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겁니다....
...이게 아닌데.. 제가 얘기할려고 한건 기독교의 실제 교리와 실제로 가야할 방향과는 다르게, 전혀 다른 사실이 사실마냥 인터넷에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현재 한국 기독교는 1907년 평양대부흥 당시와는 다르게 그 순수한 믿음으로부터 변질되어있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만.. 그런데 사실 종교에 관한 얘기보다 제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인터넷 상의 정보에 대한 신뢰도에 대한 얘기였는데, [평소에 써보고 싶었던 주제의 글이었는데] 평소에 안 떠오르다가 떠오른 주제가 하필 종교네요 -_-;;;
제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DC나 루리웹, 각종 블로그 등에 올라오는 수많은 인용문이나 정보들이 과연 얼마나 많은 정보가 진실이고 참된 정보인가 입니다. 여기저기서 인용되고 있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 "차라리 등대가 교회보다 훨씬 유익하다."는 증거없이 여기저기서 옮겨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식으로 이의를 제기한다면, "너 개독?" 이라면서 욕만 옵니다. 제가 개독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만, 지금 중요한건 개독이냐 아니냐 보다 이 정보에 대한 '진실'과 '진정성' 입니다. 이게 실제로 벤자민 프랭클린이 남긴 기록이냐 아니냐의 문제죠.
요즘 특히 신문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언론의 조작 여부가 정말 의심되는 세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의 요즘 흐름을 보면, [대표언론이 신뢰를 잃어가니, 우리가 인터넷에서 찾아내자.]로 보입니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이고,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어도 간단한 인터넷 정보 검색은 기본 생활이 된 요즘 세상입니다. 하지만, 정보 검색이 쉬워진 것이 이점만은 아닐겁니다. 대량의 정보가 인터넷에 뜨지만, 실질적인 검증을 거친 정보가 뜬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오히려 거짓된 정보가 더 많이 퍼지는 세상이 되었다고 할까요? 진짜 정보가 아닌 거짓된 정보를 가지고 서로 논쟁을 한다면 정말 끝이 없이 가게 되고 남는건 감정싸움뿐일겁니다.
아무튼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의 제기를 할거면 진실을 알고 해봅시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