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높이뛰기 선수의 고독
착지한 땅을 뒤로 밀어젖히는 힘으로 맹렬히 질주하다
강물 속의 물고기라도 찍듯 한점을 향해 전손력으로 장대를 내리꽂는 순간,
그는 자신을 쏘아올린 지상과도 깨끗이 결별한다
허공으로 들어올려져 둥글게 만 몸을 펴 올려 바를 넘을 때,
목숨처럼 그러쥐고 있던 장대까지 저만치 밀어낸다
결별은 그가 하늘을 만나는 방식이다
그러나 바 위에 펼쳐진 하늘과의 만남도 잠시,
그의 기록을 돋보이게 하는 건 차라리 추락이다
어쩌면 추락이야말로 모든 집중된 순간순간들의 아찔한
황홀이 아니던가
당겨진 근육들이 한점 망설임 없이 그를 응원할 때
나른하던 공기들도 칼날이 지나간 듯 쫙 소름이 돋는다
뜨거운 포옹과 날렵한 결별 속에서 태어나는 몸
출렁, 깊게 패는 매트를 향해 끝없이 자신을 쏘아올려야
하는 자의 고독이 장대를 들고 달려간다
폭발하는 한점 한점,
딱딱하게 굳은 바닥에 물수제비 물결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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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좋아하는 시인의 시가 생각나서 옮겨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