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보고 왔습니다. 코엑스에서 봤습니다. 코엑스는 메가박스 관람에도
주차료를 비싸게 받네요 ㄷㄷ
네타는 최대한 안하려 노력 하겠습니다.
먼저 밝힐 것은 전 길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엄청난 팬입니다. 저희 호러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크리스토퍼 놀란 같은 사람이죠. 존카펜터의 재능과 팀버튼의 기괴한
감성이 더해진 사람으로 "판의미로" 같은 영화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니죠.
수퍼히어로와 오컬트가 결합된 헬보이를 훌륭하게 재현해 냈던 것도 그였습니다.
1&2 모두 준수한 작품이 되어나왔고 그의 특유의 기괴함이 잘 묻어 나온 영화들
이었습니다. 블레이드2도 수작 까진 아니지만 오컬트 히어로의 독특함을 잘살려냈죠.
심지어 전 그의 헐리우드 초창기 메이저 영화 "미믹"도 좋아합니다. 정말 맛갈나는
점액질 크리쳐 호러거든요.
로봇이요? 환장을 하지요. 거의 12년전 쯤 고딩때였나요? 전 모의고사 전날밤에
역습의 샤아를 봤습니다. 건담, 마크로스...뭐 말해서 뭐합니까? 지금까지 게임해온
플레이타임을 재자면 가장 플레이 타임이 많은 것이 슈로대 씨리즈일겁니다.(..F...FM!?)
그렇습니다. 호러 좋아하고 로봇 좋아하는 저에게 있어서 델토로의 퍼시픽림의 소식은
꿈과 같았죠. 광기의 산맥이 미뤄진 것은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거대 로봇이 바다괴물이랑
싸우다니요. 이건 뭐 기대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진짜 극장을 나오면서 배신감을 느낄 정도 였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시각적 성취는 대단합니다. 예거와 카이쥬가 도심에서 싸우는 장면은
오래전 울트라맨의 향수를 마음 껏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초반 전투 장면과 세컨드 액트 전투 후반 클라이막스 전투. 이 3장면을 벗어나면
정말 지루합니다. 이야기가 너무 지루해요. 일본 아니메와 특촬물을 오마주하고 클리셰를
따르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 재미가 없어요.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지도
않습니다. 특히 키쿠치 린코인가요? 진짜 미스캐스팅인것 같습니다. 배우가 그다지
미녀도 아니고 일본인이니 발음도 어눌한 상황에서 연기까지 어색합니다. 이 배우가
과연 바벨에서 청각 장애인의 연기를 그렇게 잘 해냈던 그 배우라고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더군요.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의 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 데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마초한 주인공도 몰개성의 극치입니다. 의외로 일본 로봇 아니메 주인공
들이 다들 약을 한두사발씩 마신 캐릭터가 많은 데 꼭 이렇게 까지 몰개성한
마초남으로 했어야 그래도 캐릭터가 조금은 입체적이야 하지 않나요?
사실 이 영화는 로봇 아니메 못지 않게 특촬물의 냄새가 진하게 납니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도 특촬물 류의 뜨거운 다혈질 주인공이 된것이죠. 뭐 다 좋습니다.
어차피 노골적인 클리셰고 오마주니까요. 그래도 이야기가 너무 재미가 없습니다.
같은 오타쿠적인 작품인 에바는 지금봐도 재밌거든요.(적어도 최소1-12화까지는요.)
클리셰나 오마쥬를 즐길 수는 있지만 적어도 그런것 없이도 재미를 느끼게 해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다 별로지만 다들 이드리스 엘바만은 건질만 햇다고 하는데요.
전 두 너드 박사 중 번 고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이 배우 무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도
나왔습니다. 영국 배우로 닥터 후의 스핀오프드라마 "토치우드"에 나오는 배우입니다.
거기서도 비교적 망가진 캐릭터로 나오는 데 이런 연기에 꽤나 능한 것 같습니다
영국 배우 특유의 발음도 재밌고요.
그래도 전투씬은 웅장 그자체입니다. 일단 거대함에 대한 표현은 프로메테우스 빰칩니다.
일단 크고 박진감 넘칩니다. 타격감도 좋지요. 지지부진한 이야기 이후 나오는
홍콩씬은 진짜 꿈의 도시 전투입니다. 저희 세대가 어렸을 때 봐오던 울트라맨이
외계 괴수와 싸우던 그 세트 전투가 화끈하게 재현됩니다.
스피드로 '상징'되는 맨오브 스틸과 달리 거대한 것들이 도시를 마당삼아
때려부수죠.
예거는 "음성 인식"(...) 때문에 로켓 엘보우를 외치고요. 가슴팍에서 레이저 빔도 쏩니다.
하지만 전투가 비교적 자이언트로보나 철인28호 식 전투 위주의 느릿느릿 전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전투 시퀀스가 3번째 되니까 살짝 피곤함이 오더군요.
델토로는 액션씬에 있어서는 마이클 베이 만큼의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트랜스포머 씨리즈는(1포함해서)는 퍼시픽림보다 좋은 영화가 아니지만 그 화려한
카메라 트래킹은 칭찬할만 하죠.(사실 그것만)
델토로는 사실 놀란 처럼 서사와 이미지에 더 능한 감독이지요.
마지막은 전투 씬은 역사와 전통의 카미가제 입니다. 지구 최강의 무기는 역시 핵무기인가
봅니다. 어벤져스도, 닭나 라이즈도, 이번영화도 결국 키는 '핵폭발'이네요.
이런 노골적인 결말은 차기작에 대한 빌미를 남기기도 합니다.
델토로는 차기작을 낸다면 (더 많이 오마쥬 될것이라 보이는) 에바만 보지 말고
슈로대 게임을 좀 많이 해봣으면 좋겠습니다. 로봇 전투의 대한 다양성이 좀 필요
할것 같아요. 마크로스의 화려한 미사일 폭격이라던가 말이죠.
분명 이번 영화의 전투씬은 멋지지만 2에서 답습한다면 트랜스포머 씨리즈의 악몽처럼
될 수도 있겠죠.
그래도 하나 맘에 든 점이 있다면 러브크래프티안 답게 코스믹호러 적 요소는
부분 부분 살아 있다는 점입니다. 좀더 호러하거나 기괴한 장면이 더 나왔으면
저야 환호했겠지만 감독이 일부러 자제를 했겠죠. 자기 색을 죽이려 노력한 것 같아
보였어요. 그래도 영화 전반에서 절대적 크기에 대한 서스펜스나 징글맞은 텍스쳐나
그래도 델토로 냄새가 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전 델토로와 로봇물의 광팬이고 기대치가 워낙 컸기 때문에
굉장한 실망감을 느낀 영화였습니다. 홍콩 전투 시퀀스 같은 영화에 훌륭한 장면이
있음에도 실망이 쉽게 가시진 않네요. 그래도 속편은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속편을 위해 아직 많은 것을 아껴 두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하지만 최근 기사를 보니 크림슨 픽이라는 고딕 호러 영화 찍는다고 하네요.ㄷㄷ
TV시리즈도 하나 맡았고 게다가 이 영화 마지막에 헬보이3에 대한 쿠키가 나옵니다.
.....광기의 산맥은 나오기나 할까요?
뭐 사실 이렇게 많이 비평했어도 정작 점수 주라면 맨오브스틸이나 월드워Z보다는
점수를 더 줄 것 같아요. 그래도 퍼시픽림은 완성도가 낮은 영화는 또 아니거든요.
내러티브가 개연성이 없거나 막 구조가 뒤틀리거나 편집이 엉망이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냥 이야기가 너무 재미없는 클리셰라서 말그대로 재미가 없었을뿐.
그래도 인간이 싸지른 부분 로봇이 충분히 메꿔 줍니다.
로봇대전에서 만났으면 하네요.
추천! (덕후들에겐 매우 추천!)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