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극장 주차장을 못찼는 바람에 영화 앞부분 대략 5-10분을 놓쳤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조오금 스포를 가지고 있을수는 있으나 이 영화는 그다지 스포일러라고 할만한게
없기는 합니다. 반전 류 영화는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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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쏘우를 만든 제임스 완 감독의 영화입니다. 쏘우가 완성도를 떠나 호러 영화
계에서 이룬 성취는 매우 뛰어나죠. 물론 그 이후 필모그라피가 인상적이지는 못했습니
다만, 특정 장르에서 이렇게 여러 작품을 이끌어 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호러는 더 하죠. 잘만들기가 다른 장르에 비해 매우 어렵습니다. 단순히 완성도만을
생각할 게 아니거든요. 어떻게 하면 더 "무서운가?"에 대한 통찰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 저는 호러 영화를 보며 공포심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저는 공포 효과를 좋아합니다.
오히려 애착이 있어요. 괴물 분장이나 공포를 주기위해 쓰는 효과나 연출을 즐깁니다.
이 것은 제가 공포를 공포로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의 놀이로 받아 들이기 때문입니다.
호러 마니아 중에 상당수가 이런 분들이 있지요. 무서워서 보는게 아니라 그 자체로
재밌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완은 내공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세부 장르는 무려 흔히 말하는 카톨릭 오컬트를
기반으로한 하우스 호러+엑소시슴 호러입니다. 그냥 흔해 빠진 귀신들린 집에 이사온
가족을 퇴마사들이 와서 구해주는 그런 플롯입니다. 이런 영화는 흔해빠지다 못해
지금까지 나온 영화가 100편은 가볍게 넘었을 겁니다.
도시괴담이 새로운 호러의 주류가 되고 좀비나 디스토피아 영화가 호러 장르 자체를
대체해가는 시점에서 아주 뻔하디 뻔한 호러 영화가 나왔는데 흥행을 했고 평론가들의
호평이 줄을 잇는 이유가 뭘까요?
간단합니다. 매우 매끈하게 잘빠졌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플롯에서는 새로움이라는 것을 찾아 볼래야 찾아 볼수가 없습니다.
호러계의 어벤저스라는 '캐빈인더우즈'에서 보여준 클리셰를 비꼬고 신선함과 재기발랄함이
난무하는 그런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샘레이미의 호러 영화에서 보여지는 컬트함이나
잭스나이더의 좀비 영화에서 보여주는 강렬한 스타일도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이나
또다른 한국 영화 기담 처럼 "섬뜩한 아름다움" 같은 것도 없습니다.
오소독스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주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같은 내용, 같은 설정을 과연 어떻게 만들어야 무서운가에 대한 해답이 여기 있습니다.
엑소시스트라는 걸출한 오컬트 영화가 나온 이래 다른 영화들은 그냥 흉내에 불과 했고
그냥 같은 내용을 비스므리하게 그냥 좀 다르게 재탕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장르는
다 그래요. 일반적으로.
근데 컨저링은 그냥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영화의 카피라이트 처럼 무서운 장면 하나
없이 무섭지는 않습니다.
그냥 초반에 나올듯 말듯 관객과의 "밀당"을 매우 잘 해내서 그런 표현을 한거죠.
후반 가면 그냥 직접적으로 많이 보여줍니다. 안보여줄순 없죠.(전 더 자제했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너무 안나오면 그것도 섭하죠.)
그렇기 때문에 후반에서 등장하는 시각적 두려움보다 전 초반의 그 보일듯 말듯한
긴장감이 더 공포효과가 강했다고 봐요. 러브크래프트가 에세이에서 그러지 않았습니까?
미지에 대한 공포가 공포중 가장 크다고요.
영화는 초중반부터 워렌 부부라는 실재 했던 퇴마사 부부를 등장 시킵니다. 그리고
그 부부의 시점을 나아가죠. 매우 영리한 선택입니다. 피해자 부부 시점으로 했다면
공포심이 더 극대화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고 좀더 편하게 찍을 수 있었겠죠.
하지만 엑소시즘을 영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올리고 논픽션의 요소를 늘리며
무엇보다 관객이 관찰자 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바라 볼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관객이 피해자가 아닌 퇴마사의 시점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는 점이죠.
그리고 관객은 악령과 싸우게 되는 겁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관객이 공포로 질려 나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을 하게
나가게 하더군요. 나름 해피 엔딩입니다. 호러한 요소를 극대화 시켰음에도
나름 해소를 해주는 그런 영화인 것이죠. 이런 부분은 영화가 퇴마물의 요소를
받아 들였고 오랜 전통의 탐정물의 요소를 인용한 것이라고 봐야죠. 셜록키안
들 여전하잖아요? 수사물도 여전히 인기고요.
사실 이 영화는 내리티브나 플롯 부분에서는 이야기 할것이 없습니다.
대단한 것도 새로운 것도 전혀 없어요. 그렇다고 이 영화가 스토리가 엉망인
영화이다 라고 정의 내리는 것은 관객은 좀 자기는 영화 좀 스토리 따지는
그런 관객이다라고 허세를 부리는 것이다라고 할수가있겠습니다.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은 뻔한 이야기를 아주 정통적인 연출방법으로
매우 잘 재탄생 시켰다는 점이에요. 알면서 보는겁니다. 이런점에서는
클리셰 비트는 영화들과 비슷하게 매우 "마니아"지향이고 "컬트"적인 영화라고
볼수 있겠죠.
'늑대와의 춤을'과 '아바타'랑 '라스트 사무라이'는 매우 일치하는 플롯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정만 다를 뿐이죠. 아메리칸 원주민이 외계인이 되거나 일본인이
되거나만 다릅니다. 스톡홀름 신드림에 기반한 영화들이죠. 우리가 아바타를
스토리가 뻔한 영화라고 하나요 보통? 안하죠. 그게 "연출"과 "편집",
"디테일"의 차이입니다.
재밌게도 컨저링은 설정까지 다른 영화들과 비슷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영화를
이렇게 까지 만들었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사람들은 호러 영화를 보며 학습합니다. 긴장되는 음악이나 소리가 나오고 주인공들이
두려움에 떨며 카메라가 어떤 어두운 곳을 응시하면 당연히 저기에 귀신이 나오겠지?
라고 의심을 합니다. 이게 반복되면 사람은 익숙해져요. 저같은 사람은 그렇죠.
언제 나오냐고 야동 틀기전 남자 처럼 기대를 합니다. 아날로그 분장이었으면 좋겠다.
이러면서요(CG는 아무리 잘해도 티가 나서. 호러는 저예산이니까요.).
일반인들도 대부분 언제 공포 요소가 나올지 예상합니다. 한동안의 경향의 호러들은
저 타이밍을 깨고 놀래키는 걸로만 집중했습니다. 가끔은 신선하겠지만
대신 영화가 개판으로 나오죠. 히치콕이나 코엔형제의 기법을 과용한 탓이죠.
엉뚱한 곳에서 공포를 느끼게 하려면 봉준호 처럼 사용해야 합니다. 마더에서 김혜자가
작두질 하는 장면 얼마나 공포스럽습니까?
컨저링은 이런 놀래키는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사용했죠. 하지만 과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컨저링은 보여주지 않음으로 공포를 유발합니다.
진짜 귀신나옴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음악을 틀고 나올것 같은 클리셰를 노골적으로
전부 사용하면서도 숨깁니다. 그리고 중반부터는 놀래키긴 커녕 노골적으로 등장시키죠.
귀신의 생김새도 전통적입니다. 더러운 마녀의 느낌이죠. 일본의 습한 호러보다는 좀더
쭈글쭈글하고 고딕한 디자인입니다.
제임스 완은 정통적인 호러 기법을 매우 심도있게 사용했습니다. 이런걸 우리는 가지고
논다고 하죠. 그냥 어디를 어떻게 쓰면 무섭고 어디를 어떻게 쓰면 관객이 안심을 할까
라는걸 그냥 너무 잘 아는 겁니다. 쏘우 이후 필모에서 약점을 드러낸 것은
너무 변화와 신선함에 대한 스스로의 제약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감독은 뻔한 것에 대해 상당한 재능이 있었던 것이죠. 기본기가 얼마나 탄탄한지
알수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감독이 이 영화에서 하우스 호러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장르의 영화는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새로운 것도 고집안했으면 좋겠고요. 다행히도 호러가 아닌 패스트 앤 퓨리어스 7를
찍는다고 하더군요. 그 영화가 마침 "뻔하지만 화끈한" 미덕이 있는 영화죠.
기대가 됩니다. 다만 전작의 저스틴 린이 워낙 잘 찍어놔서 부담은 좀 되겠네요.
컨저링 후속작도 이미 기획중이라고 합니다. 실화 바탕이고 실화의 주인공들이 수많은
이야기를 가진 퇴마사라는 점에서 당연하다고 봅니다. 속편 없는 호러는 없고요.
다만, 속편에서 전작의 이미지를 까먹는 기본의 호러들 처럼 찍을 것같아 그게 가장
무섭습니다. 본인이 감독안한다고 한다면 좀 재능있는 감독에게 맡겼으면 좋겠습니다.
호러를 좋아하신다면 영화 매우 추천!입니다. 좀더 깊이 있게 분석해 보실분은
이 영화 보시기 전에 엑소시스트, 폴터 가이스트 같은 영화를 봐두시는 것도 좋습니다.
4/5
덧붙여 중간에 문맥상 오타가 있네요..대체하기는->대체해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