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네타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안하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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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때 처럼 상상마당이나 인디 플러스를 가야하나 했는데
다행히 코엑스에서 하더군요. 아 서울 차 너무 막혀요. 덕분에
영화 5분 정도 놓쳤습니다. 아쉽더군요.
주인공 김민철은 극악무도한 남자입니다. 보통 주인공이라면
여지를 남기기 마련입니다. 알고보니 단 한가지라도 좋은 면이 있다!
혹은 차가운 도시 남자지만 내여자에게만은 따뜻하다던가?
재밌게도 김민철에게는 단 하나의 장점도 없습니다. 그냥 나쁜
사람이에요. 흔히 말하는 '나쁜남자'가 아닙니다. '나쁜 사람'이에요.
극악무도한 자는 아니지만 절대로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
가정 폭력에 딸의 대학 등록금을 훔쳐다 쓰는 말그대로 쓰레기같은
남자입니다. 그는 술집에서 한 양복을 입은 신사랑 시비가 붙죠.
그는 결국 경찰서까지 연행되는데 알고보니 그 신사가 사기꾼
이라느 겁니다.
그는 그 사기꾼을 찾아 나섭니다.
그 사기꾼은 시골 교회에서 젋은 목사를 데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헌금을 받아 기도원을 유치하려 부흥회를 여는 장로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재개발'때문에 보상금을 받은 상태였지요.
사기꾼은 그 돈을 노린겁니다.
장로는 집회(부흥 예배)를 통해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그 보상금을 헌금으로 받아 한몫 챙겨러 합니다.
젊은 목사는 그 사실을 외면한채 목회에만 집중합니다.
그리고 주인공 김민철은 자기와 시비 붙은 사기꾼 장로에게
복수 하기위해 경찰을 찾기도 하며 깽판을 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건들이 일어나죠.
영화의 캐릭터들의 장치가 매우 훌륭합니다.
단선적인 주인공의 약점을 다른 캐릭터로서 해결합니다.
입체적인 역할을 목사, 주인공의 딸, 지진아 등으로
보여주죠. 역할 변화는 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들어 주는데
목사는 작품의 키를 쥐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의 "타락"과
"교활함"을 상징하죠.
반대로 주인공의 딸은 전형적인 외로운 피해자입니다.
목사의 따뜻한 말에 위로를 받고 밑바닥으로 떨어지지만
스스로 피해를 인지 못합니다. 오히려 일시적인
행복감을 가지죠. 종교가 가지는 양단을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현실도피라고 하지요.
폐병을 앓다가 죽는 아내와 그의 남편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한 죽음에 그들은 그들이 피해자임을 인지 못합니다.
주인공은 답답하기 그지 없지요. 도저히 좋아할수 없는 주인공에게
관객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부분은 그 사기에 대한 답답함 뿐
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들을 훈계하고 비난할 수 있을까요?
사이비 종교에 속았다고 한들 그녀가 행복하게 죽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들에게는 그 사실은 엄연히 진실이죠.
영화는 누구의 편을 들지 않은채 극단적으로 판단을
관객에게 넘깁니다.
영화는 사이비 종교에 관한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렇다면 영화적
적주인공은 교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초중반까지만 영화의
악역은 장로입니다. 영화에서 놀라운 디테일을 보여주는 데요.
초반의 목사는 꼭두각시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그는 제대로 목사 안수를
받은 진짜 목사입니다. 젊으며 심지어 착하기 까지 합니다.
그는 전의 교회에서 구설수에 걸려 쫓겨납니다. 감독이 취재를
했는지 경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설정과 이야기의 디테일이
상당히 높습니다. 대개 평범한 교회에서는 목사보다 장로의
권한이 더 높은 경우가 많거든요. 어차피 목사는 교회의 피고용인에
불과하거든요. (물론 대형교회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만)
교계도 상당히 보수적이며 인맥 위주의 사회기 때문에 빽없는
쫓겨난 목사는 갈 곳이 없죠.
정신적으로 불안한 목사는 장로라는 사람의 꾀임에 속은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 이야기의 맹점이 나옵니다.
과연 진짜 몰랐을까? 알면서도 모른척한 것이 아닌가?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보고 싶은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은 것은 아닌가?
바로 맹목적 신앙의 문제점을 목사라는 캐릭터에서 조차
상징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의 본질을 말하고 있는것이죠.
사이비 종교나 다단계나 매한가지거든요.
가장 무서운 것은 이 사이비 종교가 기독교에 근간하는
이단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작년 대선때 시끄러웠던
신천지나 JMS, 여호와의 증인, 마가다락방이나 예전
휴거교회 같은 이단에 사기를 더한 케이스죠.
이런 사이비 교회들은 기존의 기독교 신앙을 가진 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사기를 치기 쉽거든요.
신앙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이 엄청 디테일합니다.
영화 '밀양'에 뒤지지 않는 현실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더군요.
물론 이야기는 여전히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강하기도 하죠.
전작 돼지의 왕은 진짜 강한 작품이었습니다. 부담스러울정도로요.
전 돼지의 왕을 상상마당에서 봤는데 보고 나와서 먹는 곱창이
소화가 잘 안되더군요. 굉장히 어둡고 강한 이야기였습니다.
극단적이었죠. 이런 점이 연상호 감독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
됩니다. 그의 개성이기도 하고요. 전 다소 불편하더군요.
이번 작품도 상당히 강합니다. 하지만 전작같은 과장된 감정의 과잉이나
사건의 극단성은 상당히 줄었더군요.
철저히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전작의 매직 리얼리즘적인
부분도 많이 줄었습니다. 사회적 메세지가 더 늘고 강해진 만큼
좀더 리얼리즘 적인 연출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단점이 매우 적어요. 정말 잘만들고 영리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캐릭터의 입체적 장치는 상당합니다.
선하지만 사회적 문제로 인해 억울하게 쫓겨난 목사는
이곳에서도 장로에게 속고 마을 사람들을 이용하는 장로의 모습에
처음에는 외면하지만 결국 분노합니다. 그리고 그 칼날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되죠. 신앙이 있는 사람들은 주인공에게 사탄이 씌였다고
하지요. 하지만 정작 사탄의 씌인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건 결국 목사입니다.
그는 선했으나 타락하고 순수했으나 교활해집니다.
존밀턴의 실낙원에 따르면 사탄은 교활한 자입니다. 그는 꾀를 부리죠.
마치 로키와 같습니다. 실낙원에서의 예수는 속된말로 먼치킨입니다.
종교적 바탕으로 쓰여진 창작물인 만큼 예수는 무적의 메시아죠.
사탄은 신에 대항할 힘이 없는 존재니까 교활함을 바탕으로 인간을
타락시켜 신을 가슴 아프게 하려 하죠.
목사는 타락하고 망가집니다. 그리고 영화의 극적인 최후의 악당이 되죠.
그의 선한 얼굴이나 순수했던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요?
연상호 감독이 만드는 작품 속 세상에서는 인간은 성악설이 어울립니다.
내면에 무언가를 끄집어 내죠. 아이러니 하죠? 성악설이야 말로 기독교의
철학 중 하나니까요.
주인공의 딸은 주인공의 원죄를 벌하는 요소입니다. 그녀가 없었다면
주인공은 나쁜 사람이지만 옳았던 남자가 되었겠죠.
감독은 매우 상징적으로 주인공조차 벌합니다.
그리고 나름 인상적인 결말로 나아가죠.
사실 결말은 상당히 강한이야기에 비해 조금 약한 감도 있습니다.
엔딩 자체는 '스워드 피쉬'나 '미스트'같이 사회나 범죄에 대한 악의만
남는 '정의 따윈 없어!' 식의 엔딩은 아닙니다.
주인공이 적과 합일화 되는 엔딩에 더 가깝죠. 하지만 에필로그를 비틀었기에
감독이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엔딩입니다.
저는 차라리 이야기가 강한만큼 결말도 그냥 강하게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차피 어떤 결말이던 관객이 예상 할수 있는
범주였거든요. 하지만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점에서는 좋은 것같습니다.
성우들의 연기는 뭐랄까 고만고만합니다.
양익준의 연기는 조금 과하고 권해효씨는 실사 영화 속 연기만큼은
못하시더군요. 오정세씨는 전혀 오정세 씨인줄 몰랐습니다. 나쁘진 않더군요.
하지만 엄청 잘하지도 않더군요. 역시 전문 성우보다는 못한 감이 있어요.
무엇보다 '목소리'가 좋은 배우들은 아니더군요.
이 작품은 기술적으로 매우 좋습니다. 전작처럼 부분적으로 3D가 쓰였는데
전작처럼 어색하지 않게 잘 쓰였습니다. 소리의 질도 좋아졌고
블록버스터 적인 액션씬도 있습니다. 전작이 인디 적인 맛이 살아 있었다면
이번작은 매우 정리가 잘되었어요. 배경아트도 인상적입니다.
좋아요. 작화 스탭이 30여명 되던데 고생이 눈에 보이더군요.
일부 입과 성우의 대사가 안맞는 경우는 있는데 이는 작화의 문제라기 보다
프로 성우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대사 녹음때는 풀 애니메이션 상태에서
하는게 아니라 타이밍만 잡아 놓고 하는거니까요.
억지로 억지로 단점을 끌어내 보겠습니다. 사실 단점이 별로 없어요.
일단 여전히 너무 강해요. 감독의 특징이자 개성이기 때문에 사실
단점이라고 보긴 힘들지만 이런 강한 이야기는 오히려 설득력이
낮아 질수 있습니다. 너무 과장되었다는 거죠. 하지만 전작 생각한다면
오히려 감독이 많이 자제를 했고 사실적으로 연출했습니다. 되려
장점이 될수도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이라는 겁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애니메이션보다는 영화에 어울립니다.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만의 장점이 있습니다.
디즈니가 그렇고 픽사가 그렇죠. 그들은 영화에서는 할수 없는
이야기를 하지요. 혹은 유럽의 작품들 처럼 '실험성'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야기나 연출이나 애니메이션 만이 할수 있는 것을 만들죠.
아니면 '판타지'같이 비현실적이거나 추상적인 작품을 만들때도 어울립니다.
핑크 플로이드의 '벽(The Wall)'같은 전위적인 영화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 전위성을 빛내죠.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의 장점이 특출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림이 개성있고
좋긴 하지만 막 장점으로 내새울 그림 스타일도 아니거든요.
전작 돼지의 왕은 매직 리얼리즘 적인 기법을 통해 애니메이션 만의 연출을
보여준 내용이 많았는데 이번작은 차분하고 사실적인 연출이기 때문에
그런 장점이 팍 준거죠. 그런 부분이 아쉽습니다.
애니메이션은 과도한 노동이 들어가는 예술입니다. 영화로 만들었을 때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사실 이건 단점이라기 보단 아쉬움입니다.
어찌되었던 전 전작보다 훨씬 인상적으로 봤습니다.
이 작품 매우 추천합니다. 다만, 신앙이 좋은 분들은 시험에 빠질 수
있으므로 자제를 하시던지 보시고 스스로를 돌아보시던지 해보세요.
해답은 자신에게 있는거니까요.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