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할인으로 봤습니다.
첫날이다 보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더군요.
언제나 그렇듯 스포가 있을수도 있으나 최대한 안하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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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단언하건대 올해 최고의 SF영화가 될것 같습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보고 이건 올해의 SF가 될것 같아! 라고 설레발했던
적이 있는데요. 그 생각이 바뀌네요. 혹성탈출2는 정말 대단합니다.
이 영화의 장점을 일단 딱 짤라 말하면 고전의 영역인 오리지널에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세부묘사가 상당히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로 치면 봉준호 감독 뺨을 가볍게
때릴 정도입니다.
먼저 '혹성탈출' 원작을 생각해 봅시다. 'Planet of the Apes'는 굉장히 시사하는 점이
많고 상징이 넘치던 고전 SF입니다. 헐리우드 특수효과의 정점을 보여주던 유인원 분장과
다소 도발적이면서 타부를 건드는 듯한 설정, 납치범이 범인에게 동화되는 스톡홀름 신드롬을
반대로 비튼 이야기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충격적인 '반전' 등 SF의 교과서 같은 영화입니다.
비록 시리즈 물이 되면서 마치 5류 호러 영화처럼 완성도를 저 우주 저멀리 보내버렸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죠.
21세기를 맞아 희대의 컬트 감독 팀버튼이 리메이크 하기도 했습니다. 네, 컬트하긴 했죠.
그러나 결과물은 참혹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순간 갑자기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혹성탈출 진화의 시작)'라는 영화가
등장합니다. 헐리우드의 "리부트" 혹은 "프리퀄" 열풍에 오래된 유인원 시리즈도 재시작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 시리즈는 리부트와 프리퀄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도 하죠.
바로 이 전작은 정말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우리에게 "시저"라는 희대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선물하게 되죠. 물론 과거 고전 3편에도 등장하는 이름이지만 그 3편은 좋은 영화가 아니
었고 유명세가 전작들 보다 있지 않아 인기 있는 캐릭터로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No'라는 단 하나의 대사로 관객을 전율시킨 것은 역시 두말이 필요없습니다.
정말 탄복할만한 앤디서키스의 연기는 놀라울 따름이죠.
반격의 서막은 모든 것이 업그레이드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뛰어난 세부묘사는
바로 이 시저로 부터 시작합니다.
고전에서의 유인원은 분장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들은 외모만 유인원일 뿐 사실
인간과 다름없는 행동, 언어,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냥 종족이 다른 문명인에
가까웠죠. 아니 외계인에 가까웠달까요?
그러나 이 리부트 시리즈에서는 어디까지나 그들은 '유인원'입니다. 그 유인원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습성을 바꾸지도 않았으며 그 습성을 지킵니다.
누가봐도 그들은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이고 정말 놀라울 정도로 유인원을
잘 재현해냅니다. 여기서 영화의 디테일이 빛납니다. 대사가 거의 없고
주로 수화로 대화를 나는 유인원인 시저가 자식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은
그들이 한층 더 문명화되었다는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고전작처럼 아예 외모만 침팬지지
사실상 인간에 가까웠던 때는 그 이질감이 주는 재미가 덜하지만 인간과 다른점이 확실한
유인원이 그런 것으로 고민하는 장면은 상당히 재밌는 연출이죠.
이러한 유인원에 대한 습성에 대한 재현이 그들이 인간과 닮아가는 부분을 더욱 강조하게
되는 것이죠. 이는 악역 유인원 "코바"를 통해 주제로서 표현됩니다.
사실 이야기 전개 방식에 있어서 서로 다르고 서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거대한 다툼이 되는
부분은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보기 힘들죠. 그러니 이 시리즈가 굉장히 오래되었다는 점은 생각해
볼 입니다. 그러고 뻔한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진짜 연출자의 능력이죠.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더욱 합격점입니다.
또한 또 놀라운 점은 "서스펜스"를 무지 잘 다룬 다는 점입니다. 그 긴장감이 영화 전체에 흐릅니다.
언제 화약고 앞에 성냥불이 떨어질지 모르는 그런 급박한 상황이 이어집니다. 작은 오해 하나가
엄청난 결과를 자아내게 되죠. 또한 인간이 아닌 유인원들. 인간보다 신체적으로 우월한 그들이
보여주는 압도적인 모습은 코스믹 호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공포심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감독이 서스펜스를 잘 다룬다는 것이죠. 스릴러나 미스터리 영화가 아님에도 이렇게 긴장감을
깔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점입니다.
또 하나의 진부하게 비칠 수 있는 점은 또다시 스톡홀름 신드롬 적인 면이 보인다는 점인데요.
인간이 유인원에 동화되어 그들을 도우려 한다는 것이죠. (원조 혹성탈출이 유인원이 인간 주인공을
도우려 했던 것과 정반대인 것이 재밌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설정에 대해서 보통 불만을
가지지 않죠. 제가 몇번이고 다른 리뷰에서 언급했던 늑대와의 춤을과 라스트 사무라이와 아바타.
이 3영화가 같은 플롯임에도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합리적인 내용 전개라면 진부하다는 비판은 과도합니다.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야기에요.
이는 이 영화가 많이 사용된 플롯으로도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 냈다는 점입니다. 내러티브의 완성도가
높죠. 그런데 이 영화는 절대로 모든 것이 아름답게 해결되는 서브컬쳐 슈퍼히어로 SF가 아닙니다.
오히려 암울한 미래상을 보여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입니다. 전작과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야기는 더욱 더 무겁고 잔인합니다.
이런 점이 결부된 결말은 노골적으로 속편을 예고하게 만들죠. 제목부터가 "DAWN"으로 시작합니다.
Rise에 이어서 DAWN. 시작에 이어서 서막이랍니다.
'Dawn of the dead'가 생각나기도 하는 이러한 제목은 이제 영화가 진짜 거대한 이야기의 서막을
올렸다는 이야기겠죠. 이 리부트 시리즈를 하나의 영화로 가정한다면 전작은 막 스팟포인트를
지난 거고 이번작은 퍼스트 액트가 끝난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이제부터 할 이야기가 더 많다는
것이겠죠.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 이상의 시리즈가 될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시저는 정말 놀라워요. 앤디서키스를 계속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올리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적은 대사량과 유인원 특유의 습성을 통해
감정 표현을 해내는 걸 대체 다른 누가 해낸단 말입니까?
시저는 가족과 자신의 무리를 걱정하며 평화와 공존을 고민하는 캐릭터입니다.
영화 전체에 있어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이고 외모도 출중합니다.
(심지어 인간을 포함해서도 가장 미남인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진화가 많이되었기 떄문에 보여줄 것도 많죠. 그에 비해 과장된 캐릭터인
코바는 가장 못생겼습니다. 농은 둘째치고 그 역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분노와 폭력을 상징하는 그의 모습은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어글어진 선택이 어떤 끔찍한 결과를 이끌어내는지 보여줍니다. 그가 인간에게 총을
뺏기 위해 평범한 유인원을 연기 하는 모습은 다소 유머스럽기도 하지요(물론
이어지는 장면은 그렇지 않지만요.)
디테일을 칭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영화입니다. 영화 전반에서 이스타블리징샷
(이야기 진행과정에서 풀샷으로 배경이나 세트를 보여주는 샷. 흔히 만화책에서
장소 바뀔떄 건물사진보여주거나 다크나이트에서 헬리캡으로 고담시티 보여주는 등의 샷)
이 보여지는 데요. 유인원이 구축한 건물들이나 인류의 무너진 건축물들도 상당히
훌륭하게 묘사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인 관람객이 이야기를 보며 인간과 유인원 어느쪽 편도 들을 수 없도록 지켜보게
만드는 화자의 노련함이 매끄럽습니다.
이 영화 상당히 훌륭합니다. 같은 SF라도 장르적으로 전작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취향이 갈릴 수는 있습니다. 완성도도 비교하기 힘들어요. 장단이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속편을 더 높게 치고 싶습니다. 긴장감 있는 이야기면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서늘한 연출이 좋아요. 영화 톤이 전체적으로 전작보다 블루지합니다.
단, 전작의 "No!"나 ""Caesar is Home." 같이 인상적인 씬이나 대사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 매우 추천합니다.
4.5/5
여담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기 때문에 중간 중간 폐허의 모습이 보이는 데요. 재밌게도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와 비슷한 장면이 많습니다. 세트도 비슷한 장면이 많고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끼리 통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아무리도 어느정도 참고한게
아닌가 싶을정도도 들더군요. 이는 '라스트 오브 어스'가 그만큼 인상싶었다는 반증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