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최대한 안할 것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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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입니다. 윤종빈 감독은 이런 영화와는 인연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걸쭉하고 무겁고 진중하게 메세지를 던지던 감독 아닙니까? 어두운 현대상을
그대로 영화에 옮기던 재능이 있던 감독입니다.
당연히 군도의 스틸 들이 퍼지고 민란이라는 소재가 알려졌을때 당연히
진중한 계급차에 의한 사회 시스템과 인간 군상에 대한 이야기를 할 줄
알았죠. 이게 왠걸 쌈마이 장르 영화입니다.
그것도 아주 노골적입니다. 철저히 B급을 지향합니다. 영화에서
B급이라는 단어는 저예산 장르 영화를 뜻합니다.
당연히 군도는 저예산 장르 영화는 아니지요. 게다가 작가 주의 영화도
아니고요. 근데 B급 느낌이 납니다. 게다가 장르도 흥미롭게도
스파게티 웨스턴입니다. 조선시대 민란 영화에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뇨.
윤종빈 감독은 이 영화를 기획했을 때 타란티노의 장고를 본 것이
분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타란티노의 장고는 확실히 유쾌한 스파게티 웨스턴이었죠.
타란티노의 장고는그의 친우이자 동지인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영향을 좀 많이 받았
습니다. 장고는 로드리게즈 식 쌈마이함이 잘 드러난 영화죠.
노예 문제라는 무거운 소재를 시대가 전혀 다른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에 붙혀서
도가 넘치는 폭력과 유머스러운 연출로 다루는 그 영화는 확실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소 사회비판적인 진중한 영화만 다루던 윤종빈 감독은 이렇게 노골적인 B급 장르를
해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호러 영화나 스파게티 웨스턴 같은 B급 장르들은
영화인들에게 매력적이죠. 그러나 반대로 컬트한 요소가 강해서 일반 대중에는 크게
먹히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로버트 로드리게즈나 타란티노가 작가주의 감독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스필버그 같은 대중감독으로 분류되지 않는 이유가 다 있죠.
물론 굳이 타란티노나 로드리게즈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일부로 쌈마이 하게 찍는
경우는 많습니다. 저 둘이 유난히 특출한 것 뿐이고요. 류승완 감독도 한국식
쌈마이 영화 '다찌마와 리'나 노골적 무협영화 "아라한 장풍 대작전"을
찍었잖아요?
그러나 장고의 영향이 없다고 하기에는 너무 티가 나요.
폭력성과 유쾌함은 장르적 특성으로 기본으로 달고 간다고 쳐도
캐릭터를 강조할떄 옜날 식으로 유머스럽게 클로즈업하는 것은 얼마전 장고에서
여러차례 본 것입니다. 주인공보다 악역에 더 비중을 넣고 매력적으로 꾸며놨다는
점도 재밌습니다. 음악을 시대적 상황과는 전혀 다르게 썼다는 점도 재밌죠.
(물론 쟝고는 서부극 장르에 힙합음악을 쓴거고 군도는 사극에 서부극 음악을 쓴거라 용도는
다릅니다.)
대놓고 쓴 서부극 음악은 영화가 결코 평범하게 가지 않겠다는 반증이죠.
영화의 전반적 컬러톤도 그렇고요. 무슨 사극에 '황'야가 그렇게 자주 나올까요.
초반 영화톤이 누렇습니다. 후반가면 굉장히 채도가 빠지죠. 다소 인위적입니다.
이래선 장르를 잔치국수 이스턴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하지만 타란티노처럼 맛갈나고 찰진 대사로 영화를 이어가진 않습니다. 대사나 외모로
유머를 치긴 하지만 타란티노 식의 말장난의 재능은 아무나 할수 있는게 아니죠.
타란티노 영화와의 차이점은 바로 이런 곳에 나옵니다.
게다가 영화의 속도나 편집은 오히려 로드리게즈의 그것이에요. 영화가 굉장히
많은 정보량과 캐릭터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캐릭터들은 과잉이라고 할정도로
많고 풍부합니다. 시리즈 장편으로 해도 괜찮을 정도에요. 아니 오히려 해야만 했습니다.
캐릭터들이 소비되는 것이 너무나 아까울정도로 좋은 캐릭터들이 많아요.
그런데 보여줄 시간은 짧고 결국 짧게 짧게 밖에 보여주질 못합니다. 아쉽죠.
많은 이야기를 낳을 수 있는 소재를 한정된 시간에 표현하고자 하니 정보량을 제한해서
빨리 빨리 넘어 갈수 밖에 없습니다. 다소 '일부러' 뻔하게 옜 이야기 설명하는 장면까지
넣어가며 연출했음에도 정보량의 한계가 큽니다. 영화 시간도 짧지 않은데요.
상당히 아쉬워요. 차라리 3부작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다 보니 편집이 매우 빠릅니다. 물론 편집 빠른거야 MTV 이후 세계의 트렌드지만
가뜩이나 장르 영화인데 편집이 빠르면 장르영화에 익숙치 않은 관객은 납득을 하지 못합니다.
장르적 특성으로 넘어가는 장면들인데 관객이 장르적 특성을 모르면 답이 없지요.
예초에 대개의 관객이 20-30대일텐데 스파게티 웨스턴의 장르적 특성을 어떻게 알까요?
장르 영화 덕후나 영화 학도나 평론가들이나 알죠.
그러나 영화는 대중적 흥행을 염두한 만큼 로드리게즈/타란티노의 그것만큼 유쾌한 폭력성을
지니진 못합니다. 잔인한 폭력으로 유머를 이끌진 못한 다는 말입니다. 또한 죽음을 희화화함으로
써 거부감을 거세시키는 두 감독과 달리 군도에서는 죽음이 불편합니다. 오히려 미화된 액션씬에
비해 폭력이 리얼하다 보니 여성들이 상당히 불편해 할겁니다. (물론 여성관객은 타란티노 영화도
불편할겁니다. 하지만 걔네 영화는 흥행 포기하고 만들잖아요.)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영화의 정체성이 극단적 장르물이 되진 못합니다. 상업성
적으로는 어느정도 감독의 판단이 맞겠지만 덕분에 영화적 완성도는 어중간해집니다.
아예 극단적으로 장르물로 가자니 평단에서는 흥하겠지만 흥행이 아쉽고 고만고만하니
대중평가도 평단도 호불호가 갈리겠죠.
사실 영화 자체가 B급 정서이니 만큼 영화는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습니다. 특히
장르물에 익숙치 않은 관객에게는 곤욕이죠. 특히 장르의 마초적 특성상 여성들에겐 더하죠.
대개 하정우에 전혀 공감하지 못할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여성에게 어필할 요소가 분명히 있는데요.
강동원. 그의 인생작이라고 할만합니다. 강동원은 정말 고운 미모를 가졌죠. 강동원은 양반의 복식을
하고 있는데요. 한복입니다. 평민들의 옷은 대게 핏이 꽉 끼어져 있고 질감이 더럽습니다. 입다 만
느낌도 나요. 마초들이라, 채도가 낫죠.
하지만 강동원의 옷은 색이 진하고 화려합니다. 게다가 몸에 딱붙는 핏이 아닌 펑퍼짐한 한복이죠.
요즘 사극은 한복도 나름 핏을 쪼여서 나옵니다. 몸매 자랑해야죠. 근데 강동원의 한복은
상당히 곡선이 많은 체구에 비해 큰 옷입니다.
근데 그런 그의 복식에서 이어지는 무술씬은 진짜 '아름'답습니다. 붓 터치가 화려한 춤추는 장면을
그린 동양화 같은 미려함이 연출되어 보여집니다. 한복의 고운선과 그의 고운 외목 곁을여져서
진짜 한폭의 예술 작품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무술동작도 아름다워 한폭의 그림 같습니다.
나중에 이명세 감독의 영화 '형사' 처럼 그가 잠시 장발로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건 아저씨 원빈 이상입니다. 여성 관객들의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어쩜 남자가 저렇게
여성보다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남자들은 원빈때 이상으로 오징어가 될수 있으므로 군도 볼땐 모자랑 선글라스 쓰고 가세요.
표정 연기도 훌륭하고요. 대사 연기는 뭐 대단한 걸 하지 않습니다. (사실 윽박지르는 대사씬만
떼놓고 보면 썩 잘하지도 않고요). 그러나 이는 감독이 강동원이라는 배우 사용법을 아주
잘 아는 것 같았습니다. 이명세나 최동훈 이상이에요. 원빈이 아저씨로 성공하고 장동건이
우는 남자로 실패했는데 강동원은 이 영화로 크게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보일 것 같습니다.
강동원에 대한 애정이 너무커서 캐릭터 비중 배분이 아쉽다는 의견은 어느정도 납득이 갑니다.
압도적이긴 하죠. 그런데 어벤저스 식으로 적당히 배분하기에는 강동원이 또 너무 아깝기도 해요.
그만큼 독보적이었습니다. 악역의 매력이 주역보다 멋있다는 점은 단점이라고 하기에는 과도
합니다. 다크나이트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안그렇습니까? 오히려 장점이죠.
다만 역시 캐릭터를 소비 시킨 부분은 아쉽습니다. 얼마든지 사용가능한 소재인데.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과도한 비판 같습니다.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그냥 전통 그자체입니다. 영화가 뻔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개인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하고 일리가 잇는 주장입니다만, 이는 퍼시픽림의 예거가 로켓트 펀치쓰고 외계인에게 자폭하면서
이긴 것을 뻔하다고 비판하는 거나 다를바 없는 주장입니다.
이는 용자물 로봇 애니를 보면서 마징가랑 비슷하다고 비판하는 것이랑 다른 없는거든요.
모에물 보는 사람에게 모에물은 여자 주인공 캐릭터가 츤데레가 나와서 뻔해 라고 말하는 것이죠.
장르적 특성에 대핸 몰이해에서 나오는 반응입니다.
저건 그냥 일부러 그런 것이거든요. 오히려 이 영화의 단점은 이야기 구조에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캐릭터의 매력을 표현하기에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시리즈물이어야 했어요.
뻔한 것, 즉 클리셰를 활용한 장르이니 만큼 어느정도 감안을 해야 하는 것이 장르물에 대한
온건한 비평이겠죠. 물론 뻔한 것을 비틀 때에 마스터 피스가 나오는 것이겠습니다만,
모든 히어로 영화가 다크나이트 같을 수는 없죠. 가끔은 컨저링 같은 호러 영화가 좋지 않을까요?
그러나 모든 관객이 영화 마니아이거나 영화 공부를 했을리가 없습니다. 대중영화에서 장르적 특성이
이러하니 이해해라 하고 설득하는 것도 다소 과한 감이 있습니다.
확실히 선을 긋고 이야기 하면 이 영화는 호불화가 상당히 갈릴 것입니다. 특히 여성관객에게
호응을 얻긴 힘들것이라고 봐요. 남자분들 데이트 영화로는 차라리 드래곤 길들이기2를 고르세요.
이 영화는 윤종빈 감독이 영화 덕후 티를 너무 낸 영화입니다. 다소 덕후 영화같이 되버렸어요.
마틴 스콜세지의 휴고가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배우지 않은 이들에게는 평범하고 지루한 영화
이듯이 이 영화도 장르물에 열광하는 창작자나 마니아가 아닌 이상은 대중에게 호응받기는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같은 덕후라도 루리웹 덕후랑은 전혀 다른 류의 덕후에게 어필하는
영화기도 하고요. 게다가 평균 연령이 다소 어린 루리웹 정서랑도 다르지 않나 생각됩니다.
장르물에 열광하고 영화광인 저에게는 다소 뽐뿌가 더해져 점수를 억지로 매긴다면 4/5이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장르물 클리셰에 대한 논란을 감안하면 3.5/5.
그러나 '영화적 완성도'와 '추천도, 재미'는 다른 것이라는 것은 모두 아실테지요.
저에게는 스몰 디테일 하나하나 보는 것이 상당히 즐거운 영화였습니다만.
PS. 영화 유머중 가장 재밌던 것은 역시 나이 개그 였습니다.
PS2. 영화를 1장 2장 구분하는 것이나 유머코드도 감독이 정말 영화덕후임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로열테넌바움 생각도 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