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제가 일제 시대에 태어났다면 독립운동가가 되진 못하더라도 저항을 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혹은 당시 권력에 순응하여 친일 행동을 하며 호위호식을 햇을 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최선은 성공적인 독립운동을 하여 역사에 이름을 남기면서도 살아남는 것일
테고 최악은 친일을 햇음에도 이용만 당하다가 죽어나가는 시나리오겠죠.
확실한 건 지금 사회도 많이 어지럽지만 이 사회를 풀어내기 위해 한것은 투표외엔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만큼 사회가 그나마 살기 좋아졌다는 이야기겠죠. 아니라고요? 세월호 사건의
진행을 보니 생각해보니 아닌 것도 같습니다.
한 중년의 르포 기자가 있습니다. 그는 20세기말, 가장 분쟁이 많은 지역 중 하나인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취재를 합니다. 당시 세상은 걸프전 등으로 중동에 대해
많이 포커스가 중심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제 1차 인티파다가 진행된 후였습니다.
인티파다는 팔레스타인인의 민중 봉기로 우리나라로 치면 3.1운동이나
4.19, 광주민주화운동와 비슷합니다. 가장 비슷한 건 3.1운동이죠.
2차대전 이후 시오니즘, 즉 시온주의자에 속하는 유대인들은 유럽열강의 지배논리를
이용하여 몇천년 전 기록에나 남은 가나안 지방을 강제로 되찾습니다.
그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던 아랍인들은 강제로 자신의 토지를 빼앗기죠.
그리고 40-50년간 뿌리깊은 증오와 이기심이 자라납니다. 그리고 어느날 폭발한것이
인티파다입니다. 재밌게도 사건의 발단이 우리나라 미선효순 사건과 비슷합니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쫓겨난자와 빼앗은자. 그들은 어쩌면 화해하지 못할
돌아서지 못한 길에 들어선 것 같죠. 작가 조사코는 그런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서
담담하게 팔레스타인 인들을 만나고 취재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만화'는 르포 만화입니다. 조사코 본인의 담백한 취재기록인 것이죠.
이 만화의 주인공은 결코 정(情)이 많은 그런 남자가 아닙니다. 이미 본인이 책에서
언급한 대로 사회에 순응하고 추하기 그지 없게 변한 중년입니다. 그는 구걸을 하는
어린아이에 대한 연민을 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귀찮아 하죠. 그는 팔레스타인들이
외국 기자에게 보이는 과한 친절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들이 선의로 베푸는 차가
설탕을 너무 넣어서 달다고 투덜 대지요. 어디서 큰 사고라도 터지면 사진을 제대로
못찍었나 아쉬워할 뿐입니다.
그러나 그런 그가 담담히 서술해 나가는 모습은 참으로 서늘합니다.
뜨거운 남자가 아니기에 통찰은 예리하고 오히려 현장감이 뛰어납니다.
그는 담담히 팔레스타인의 당시 모습을 그려낸 것 뿐입니다. 호소력은 거기에서
가지게 됩니다.
고문, 학대, 각종 폭력, 우리가 일제시대때 겪었을 그러한 폭정을 그들 역시
겪고 있다는 사실. 대부분의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감옥을 갔다올 수 밖에 없는
정치 상황. 터전을 빼앗기고 생존 그 자체를 위협받는 가족.
만화 후반부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한 어린아이를 검문하는데 엄청 폭우가 내립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군인들은 처마 밑에서 폭우를 피하면서 검문을 하지만
어린아이는 비를 그대로 맞고 있습니다.
증오는 어린아이들에게 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문이나 살인, 어떠한 폭력
보다 전 이 에피소드가 가장 두려웠습니다.
그렇게 억압되고 고통받던 증오를 키우던 어린아이들이 성장하면 어떻게 될까요?
작중 상황과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몇년에 한번씩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에 테러와 폭격, 침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많은 어린아이들의 사망 소식이 들려더군요.
이 만화는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하거나 팔레스타인을 옹호하지는 않습니다.
좀더 단순히 그가 체험한 사실과 그들의 말을 담담하게 전할 뿐이죠.
그리고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가슴에 남겨지는 울림이 있습니다.
흔히 인터넷에서 유대인들을 비판하거나 하마스의 테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좀더 아랍의 현대사를 공부하라고 까지는 주장하지 않습니다.
누구의 편을 들기 전, 이러한 만화와 같은 접근이 쉬운 매체를 통해
현장의 소리를 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가 왜 목소리를 높혀야 하는 지 생각하게 될 것이고,
만화라는 매체가 가지는 위대한 힘을 조금은 알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