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념군
접속 : 6202   Lv. 72

Category

Profile

Counter

  • 오늘 : 685 명
  • 전체 : 432213 명
  • Mypi Ver. 0.3.1 β
[영화 리뷰] 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범인을 쫒다가 영리함을 발견하다. (3) 2014/10/25 AM 01:28

희대의 기교가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입니다. 데이비드 핀처는 엄청 화려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찍지 않음에도 가장 화려한 영화를 찍는 감독 중 하나로 알려져 있지요. 그를 최고의 테크니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하나 둘이 아니겠죠. 스릴러의 역사를 다시 쓴 <세븐>이나 문제작 <파이트클럽>은 지금 봐도 숨이 탁막힐 정도로 완벽하면서도 꽤나 화려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는 주먹다짐 하나 없는 드라마 영화지만 어느 영화보다 화려한 비주얼과 편집, 속도감을 보여주죠. 아론 소킨이라는 걸출한 각본가의 도움도 있었지만 그 영화가 특정 인물을 영화화한 영화중에서도 특별한 축에 들 정도로 잘 만든 영화라는 것은 과장이 아닙니다.

절제미와 형식미가 돋보이는 <조디악>는 또 하나의 <세븐>이죠. <패닉룸>도 좋은 영화고 평가가 다소 떨어졌던 <더 게임>이나 <에이리언3>도 사실 장점이 풍부한 영화들입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훌륭한 판타지 멜로 영화고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도 매우 훌륭합니다. 사실 밀레니엄은 다소 핀처치고 얌전하게 찍었나 싶더니 스웨덴판과 비교를 해보면 역시 그가 정말 화려한 편집을 한다고 새삼 깨닫게 되더군요. 핀처가 예전 ‘U. N. K. L. E.’과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가 피처링한 ‘DJ 쉐도우’의 뮤직 비디오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 뮤직 비디오도 상당히 인상적이거든요. 마돈나의 뮤직비디오도 그랬고요.

기교파에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 하는 그가 스릴러의 거장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이미 히치콕의 영역에 들어왔다고 봐야죠. 이번 영화는 그런 핀처의 정점이 될 영화입니다. 영화는 매우 정밀하며 지능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예 영화 시작부터 몽타주 기법으로 시작하더군요. 그것도 굉장히 빨리 지나갑니다. 이는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단서를 쉽게 주지 않겠다는 감독의 의지입니다. 전 극장 관람 이후 3~4번 봤는데도 그 의미를 찾기 쉽지 않더군요. 몽타주는 결국 이미지를 통한 상징인데, 이 영화의 경우는 일종의 단서(clue)겠죠.

영화의 기본 구성인 3막 구성을 뒤로하고 크게 1부와 2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플롯 포인트(plot point)라는 일종의 전환점을 통해 극을 전개 시키는데요. 영화의 중앙 위치에 있는 것을 미드 포인트(mid-point)라고 합니다. 그리고 포인트를 중심으로 영화의 세부장르가 바뀌게 됩니다. 미스터리가 서스펜스 범죄 극으로 변하는 데 그 과정이 매우 치밀하고 인상적입니다. 원작의 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극에 샷과 씬, 시퀀스를 이끄는 것은 결국 감독입니다. 영화는 클리셰를 전혀 따르지 않으면서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게 극을 이끌어 갑니다. 그리고 영화 중반에 미스터리가 풀리고 나서는 관객은 이 영화에 있어서 '미스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게 되고요.

영화의 주된 키워드는 뭘까요? 바로 단서, ‘Clue’입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결혼기념일 선물을 위한 단서를 남기고 남편은 그 단서를 풀어야 하죠. 관객은 남편이 아내를 죽였을까? 아내는 살아 있을까? 혹은 누가 나쁜 사람일까? 주어진 제한된 정보를 통해 해답을 갈구하게 됩니다. 관객은 미스터리 영화의 정석을 따르려 하겠죠. 보통 영화를 보기 전에는 결국 남편이 죽였을까, 아닐까, 아내의 자살일까? 등 각종 추측을 하며 기대를 하죠. 그리고 관람을 하면서 단서를 찾으려 집중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감독은 엉뚱하게 단서를 뿌립니다. 남자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단서를 서서히 던집니다. 그리고 아내는 내레이션을 통해 감정을 서술하게 하죠. 합리적 의심. 그러나 감독은 결국 관객마저 가지고 놉니다. 동시에 미디어가 어떻게 사람을 나쁜 이로 만드는 지 아주 디테일하게 표현합니다. 노골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조용히 스트레이트로 보여줌으로서 미디어의 마녀사냥을 비판하기도 하죠.

그리고 영화의 반전이 드러남과 동시에 영화의 장르가 바뀝니다. 이 영화는 사실 반전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었다는 것이죠. 관객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영화를 봤는데 이 영화는 <세븐>이나 <식스센스>,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같은 영화가 전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치 히치콕이나 코엔 영화를 보는 듯 으스스함을 느끼게 됩니다. 살까지 찌운 밴 애플렉의 연기도 좋지만,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는 진짜는 정말 영화의 전반을 지배합니다. 다만, 닉 패트릭 해리스는 호연을 했음에도 미드 시트콤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히 남아있어서 전 살짝 웃음이 좀 나오더군요. 게다가 그 시트콤처럼 슈트 입고 나오고요. 그러나 이 영화의 역할에는 매우 잘 어울리더군요.

이 영화가 데이비드 핀처 영화의 최고작이라고 보긴 힘들 겁니다. <세븐>은 바이블이고 <파이트클럽>은 컬트적 마력이 있는 작품인데다가 <조디악>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스릴러이며 <소셜 네트워크>는 완벽 그 자체니까요. <나를 찾아줘>를 최고로 뽑기에는 너무 이루어 놓은 필모그래피가 위대합니다. 그러나 영화가 주는 몰입감과 재미, 속도감, 긴장감은 결코 위의 작품들에 밀리지 않으며 사실 기능적인 부분, 영화적 기교에 관한 부분은 오히려 더 빼어납니다. 훨씬 더 정교하죠.

초기 영화들처럼 시대적 기념비가 될 순 없을 겁니다. 그러나 요 몇 년 동안 본 스릴러 영화중 단 하나를 뽑으라면 전 고민 없이 이 영화를 뽑을 것 같네요.

단평: 범인이 누구일까? 이런 질문마저 우습게 만드는 영리함이란!

4.5/5


이 아래는 영화의 결말을 담고 있습니다.
----------------------------------------------------------------------------------------------------------
이 영화는 사실 반전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영화 중반도 되지 않아서 아내가 버젓이 운전을 하며 나오니까요. 관객은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녀에 대해 추리하고 고민하던 관객은 어이가 없어지는 것이죠. 아내의 운전 장면이 나오자 전 시계를 봤습니다. 영화가 1시간 조금 지났더라고요. 영화가 149분 분량의 영화인 데도요. 전 탄복했습니다. 납치극을 소재로한 미스터리는 아직도 매력적이긴 하지만 결국 어떤 결론이 나오든 진부할 수밖에 없는 소재입니다. 그러나 감독은 노골적으로 그런 영화가 아니라고 못을 박습니다. 아내가 좀 더 극적으로 등장하게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습니다. 그냥 덤덤하게 나와요.

영화가 초반에 얼마나 노골적으로 단서를 가지고 놉니까? 아내는 대놓고 남편과 단서 놀이를 했고, 실종 당일에도 그런 메시지를 두고 사라졌습니다. 아내가 죽었을 것으로 추측될 수 있는 단서도 나오고 남편이 의심되는 단서도 나옵니다. 그리고 감독은 남편이 속된말로 쌍놈인 것도 서서히 조금씩 단서를 뿌립니다. 아내를 열심히 찾고 경찰에게 우호적이던 남편이 경찰 모르게 오두막을 가게 하면서 관객을 갸우뚱하게 하죠. 그러더니 불륜녀는 아무 복선 없이 갑자기 등장합니다. 남편이 진짜 나쁜 놈이라고 생각이 들면서 범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낫게 합니다.

그런데 대뜸 반전으로 아내가 살아 있고 심지어 모든 것이 아내의 각본이었다는 것이 드러나죠. 여기서 남편은 아내를 찾아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서바이벌 범죄극의 느낌도 가지고 됩니다. 그런데 그 조차 엉뚱하게 풀어내죠. 남편이 극적으로 아내를 찾아냈거나 그런 게 아닙니다. 아내는 각본이 틀어지자 각본을 각색하여 스스로 돌아오죠. 심지어 남편을 지배하고 꼭두각시 인형처럼 지배하려 합니다. 이 영화가 가장 무서운 것은 후반부입니다. 아내는 각본을 위해 서슴없이 사람까지 죽입니다.

그녀는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창작물로 부를 누리고 자신의 페르소나를 히로인으로 만든 것처럼 자기 자신조차 그렇게 각색을 시켰습니다. 남편에게 이제 아내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마치 코즈믹호러에 나오는 절대적 괴물 같죠. 그런데 남편 역시 각본대로 아내에게 동화되는 부분이 가장 섬뜩합니다. 아이가 생겼으니까 어쩔 수 없다. 과연 그럴까요? 아내가 영화 초반에 말했던 것처럼 결혼생활을 통해 길들여진 것일까요? 과연 결혼이라는 것은 그런 걸까요? 영화의 시작과 수미 상관되는 그녀의 섬뜩한 표정을 뒤로 영화는 열린 결말의 형태를 취합니다. 남편은 과연 그녀에게 적응하고 순응하게 될까요? 혹은 그녀에게 동화될까요? 전 남편이 결국 아내를 진짜로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영화는 뚜렷한 후일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소름끼칠 따름이죠.

'Gone'

이 단어가 주는 중의적 의미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신고

 

단신슴규    친구신청

나를 찾아줘아닌가요

무념군    친구신청

아 제목을 잘못썼네요. 고쳤습니다.

[P J]1988    친구신청

보면서 정말 여자가 이렇게 소름끼치진 오랜만이네요

연기도 훌륭하고 특히 침대씬에서 심장 멎는줄았음

정말 거미같은 무서운 여자임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