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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와 호러의 결합은 의외로 흔한 클리셰 중 하나입니다. 원래 동화라는 것은
교훈적인 우화로 이루어진 판타지이며 그 순수함이 내포한 의미가 현실에 반영되는
순간 호러가 되어 버리죠.
잔혹동화가 한 때 유행하기도 했으며 팀버튼이나 길예르모 델 토로 같은 호러의 아이콘
감독들 역시 대표작이 호러와 동화가 결합된 이야기입니다.
<손님> 역시 동화와 호러가 마주 보는 영화입니다. 노골적으로 에두아르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을 차용하기도 했죠.
앞서 언급했듯이 동화는 창작된 당시의 사바세계와 같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는 데 <손님>은 어두운 한국의 현대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외진 산골 마을에 낯선 손님이 찾아오는 것은 <웰컴 투 동막골>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좀 더 <이끼>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밀폐된 촌락과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마을 사람들, 속을 알수 없는 촌장.
다양한 모티프가 영화에서 숨 쉬고 있습니다.
만약 <피리 부는 소년>과 이야기가 차용되지 않았다면 그냥
배경 시대와 장르가 바뀐 <이끼>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을 영화입니다.
그러나 동화의 치용이 영화를 매우 친숙한 괴기함과 동시에 독특함을 부여합니다.
'쥐'라는 혐오스러운 동물, 피에로와 같은 주인공의 복장과 감정 그리고 변화.
호러 소재와 독특한 감성이 영화에 차별성을 주는 모양새입니다.
무엇보다 참으로 부끄러운 역사의 노골적 묘사는 글쎄요. 동화와 호러의 공통적인
요소 중 하나인 권선징악이라는 주제의식과 함께 관객에게 돌 직구를 던집니다.
다소 과장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지금의 정치상황과 비교해 더욱
소름끼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주인공이 매도되고 가족이 파괴되는
모습은 선동과 군중심리의 무서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저는 결말이 탐탁지 않습니다. 감독의 의도는 알겠고 논리적으로는 주인공의 행동을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감정적으로는 주인공을 이해하긴 힘들군요.
저주라는 요소도 그러하며 오컬트 적인 요소 매직리얼리즘 적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노골적인 오컬트는 요즘은 지양되는 분위기죠. 오히려 상징적인
기호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장르적으로 찍은 영화고 영화적 설정도 주인공을 파괴하는 것도
노골적이라면 좀 더 오컬트 적인 요소를 도입해도 좋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저주라는 아이템도 있고 말이죠.
영화가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정교하게 꾸며진 영화는 아닙니다. 많은 부분이
장르적으로 얼렁뚱땅 넘어갔어요. 하지만 원래 호러라는 것이 B급 영화로서
꼭 완벽해야 하는 장르도 아니며 영화가 가진 기묘한 정서는
한국 영화에서 흔한 요소는 아닌듯합니다.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