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인 <피라냐>는 꽤나 흥미로운 리부트였습니다. 비록 관객의 호불호가 확실한
저예산의 B급 호러 임에도 훌륭한 원작 탓일 수도 있고 혹은 <죠스(Jaws)>라는
스필버그의 유산이 좋은 토대를 주었을 수도 있죠. 어차피 B급을 즐기는 사람은
이런 영화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노골적으로 장르적 관습을 뿌려대도
개의치 않으며 볼만 하기를 원할 뿐이죠. 제대로 된 것을 원한다면 작가주의 영화나
제작비용이 큰 규모의 영화를 봐야죠.
물론 B급 영화도 때로는 재기발랄한 신인 감독의 등용문이 되기도 하고 그에 따라
좋은 영화도 많이 나오기도 하죠. 그러나 어찌되었던 대부분의 ‘속편’은 굳이
소포모어 징크스를 논하지 않더라도 가히 지뢰밭일 경우가 다분합니다. 형편없는
속편들이 호러물의 전통같이 되어버렸습니다.
맞아요. 피라냐 3DD는 정말 형편없는 속편입니다. 전편이 가졌던 장점마저 전부
사라진 채 동어만 반복합니다. 심지어 영화가 사실상의 목적인 피라냐에 의한 대량의
살육 장면조차 건조하기 짝이 없습니다. 전작보다 규모가 줄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적어도 돈을 써야하는 장면은 썼어야죠. 모든 부분에서 전편보다 떨어집니다.
아, 반대로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어이가 없어지는 설정은 배로 늘었지요. 어차피
노골적인 B급 영화이니 제작진에게 깊은 생각 따위는 없었을 겁니다.
다만, 굳이 찾아본다면 장점이 될 요소가 없진 않습니다. 영화는 정말 더럽고 추잡한
코미디를 보여줍니다.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미국식 화장실 유머에 잔혹함을 얹은
느낌입니다. 정말 소수를 위한 코미디고 컬트 적입니다. 이런 기이한 유머를 선호하는
사람이 분명 있죠. 저를 포함해서요. 호러와 코미디의 결합은 의외로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고 지금은 <좀비랜드(Zombieland)>나 <새벽의 황당한 저주(Shaun Of The Dead)>
같은 상업적으로 대성공한 영화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피라냐 3DD>의
그렇게 대중적인 유머코드는 절대 아닙니다.
3D효과가 영화의 중요한 셀링포인트 일 텐데 저는 모바일IPTV로 시청했기에 과연 영화에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는 판단하기 힘듭니다. 다만, 3D 효과를 노리고 만든 것 같은 장면이
꽤 보이긴 하더군요.
<피라냐 3DD>는 애초 잘 만들려고 한 영화가 아닐 뿐더러 소수지향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실 추천하기 쉽지 않은 영화입니다. 장르 팬이라도 참을성을 요구합니다.
워낙 볼 것이 과잉으로 쏟아지는 요즘 시대인 만큼 귀중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실 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요. 단, 저는 이 영화에 시간을 쓴 것을 그렇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한줄 정리: 모든 면에서 축소된 속편. 1편의 장점마저 사라졌다.
그나마 남는 건 호불호가 크게 갈릴 B급 코미디뿐. 2.5/5
안타깝지만 B급영화의 쌈마이한 노선을 꽤 잘풀어 냈고 비용도 많이 투자했던 전편의 유명세에 합승해서 2차판권으로 용돈벌이나 하려는 작품인가 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