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판타스틱4>의 메이저 영화는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단지 마블 스튜디오의 전성기가 열리기 전에 나온 두 편이기에 그저 마블 히어로를 볼 수 있다는 장점 정도였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 제시카 알바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덤이었고요.
상당수 리뷰어들이 이번 신작이 기존의 작품들을 재평가하게 만든다고 합니다만, 솔직히 기존의 2편도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닥터 둠’이라는 마블 최고의 빌런 중 하나를 망쳐놓은 것도 그렇거니와 특히 <판타스틱4: 실버서퍼의 위협>은 원작훼손이 매우 심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20세기 폭스가 만든 마블 영화가 전부 그렇기도 하지만 <엑스맨>시리즈는 완성도라도 높지요. 폭스의 판타스틱4는 그야말로 재앙의 연속이었습니다.
<크로니클>의 조쉬 트랭크가 감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100%는 아니지만 70% 정도는 안심했습니다. 그만큼 <크로니클>이 괜찮았거든요. 다만, ‘파운드 푸티지’나 ‘페이크 다큐’ 장르로 데뷔작이 호평 받은 감독이 이후 작품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서 약간의 의심이 있었던 것이 30%입니다. 당장, <디스트릭트9>의 닐 블롬캠프를 보세요. 이후 작품들의 연속된 실패로 벌써부터 그를 제 2의 나이트 M. 샤말란이라고 부르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고 조쉬 트랭크는 제작과정에서 엄청난 잡음을 일으켰죠. 그리고 결과물도 하, 할 말을 잃게 만들더군요.
사실 영화 초반은 상당히 괜찮습니다. 마블 원작의 세계관 중 얼티밋 세계관을 충실히 재현해서 나름 흥미를 유도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늘어져요. 드라마가 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걱정은 더해집니다. 이야기 분량의 반이 지나서야 주요 사건이 시작됩니다. 대체 어떻게 편집을 하긴 했을까요? 긴 호흡으로 제작되는 드라마마저도 이렇게 길게 프롤로그를 구성하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큰 전환점이 되어야할 미드 포인트는 전무하고 이야기가 급전개 되더니 대뜸 클라이맥스로 진행되고 닥터 둠이 나옵니다. 마블 최고의 빌런 캐릭터를 가져와 별다른 드라마를 주지도 못하면서 설정까지 크게 바꿨습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소비합니다. 그렇다고 매력적인 것도 아닙니다. 재해석이 신선함은 없고 진부해지기 까지 합니다.
시종일관 마이클 베이처럼 때려 부수거나 혹은 뛰어난 카메라 액션을 보여줬다면 킬링타임 무비로서의 가치라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없습니다. 액션장면이 눈에 띌 정도로 적은 데 심지어 볼품도 없습니다. 이젠 흔해진 롱테이크씬이나 고속촬영, 뛰어난 카메라 워크나 컷구성 같은 그런 기본적인 만듦새를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아무런 고민이 느껴지질 않아요. 할리우드는 B급 영화조차도 액션이 알찬 법인 데 이게 뭘까요? 대체. 만들 의지가 있긴 했을까요?
제작과정에서의 잡음이나 감독의 프로답지 못한 행동까지 비난할 마음은 없습니다. 결과물이 좋다면 모든 용서가 됩니다. 그러나 결과물이 이래서야 감독이나 스튜디오가 대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서로 벌이는 디스 전을 보면 한심하기 까지 합니다. 많은 팬들은 <스파이더맨>처럼 마블 스튜디오에 제발 돌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더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폭스가 <판타스틱4의 판권을 돌려줄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떻게든 <엑스맨>시리즈와 크로스오버 시키고 싶겠죠. 글쎄요. 괜히 완성도는 뛰어난 <엑스맨>시리즈에 괜히 망쳐진 영화와 캐릭터를 엮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평: 제대로 만들 의지는 있었을까? 2/5
제가 어지간하면 그냥 저냥 다 잘보는데 이건 정말 아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