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감독인 스튜어트 고든은 H.P.러브크래프트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몇몇의 러브크래프트 작품을 영상화 시켰죠. 국내명으로 <좀비오>는 바로 이런 스튜어트 고든의 데뷔작이자 최고의 작품입니다. 호러 작품 위주로 연출해온 그는 외도를 하기도 하지만 호러의 길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스튜어트 고든의 작품들은 영화 비평적 가치로 훌륭한 걸작으로 뽑히거나 역대 최고의 호러 영화로 뽑히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의 영화는 정말 저예산 B급 그자체로 기획의도에 충실합니다. 그 점이 바로 이 감독 작품의 매력이죠. <좀비오>는 그런 미덕을 잘 갖춘 영화입니다.
사실 스튜어트 고든이 가진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애착과 러브크래프트 작품인 <허버트 웨스트 ? 리애니메이터>를 원작으로 하는 점과는 별개로 이 작품이 코스미시즘을 잘 살린 작품으로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코즈믹 호러로 분류하긴 애매합니다. 미지의 우주적 공포를 다루는 러브크래프트 만의 공포에 대한 입장은 이 작품에서 잘 드러났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영화 <좀비오>는 일단 크툴루 세계관과 같은 판타지 요소를 아예 배제한 SF 호러에 가깝습니다. 최근 좀비물이 악령이나 악마의 요소를 배제한 ‘바이러스’를 원인으로 이용하듯이 이 영화의 괴물은 철저히 과학자의 산물입니다. 바로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등장입니다. 원작에서도 나름 매력이 있는 인물이었던 허버트 웨스트가 매우 매력적으로 그려집니다. 워낙 자신이 창조해낸 괴물에 의해 본인 자신은 이미지는 이름외엔 알려지지 못한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달리 허버트 웨스트는 실제로 등장한 괴물보다 더 인상적입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인간으로 그의 집착과 광기는 영화를 매우 매력적으로 이끕니다.
영화 자체는 전형적인 호러 영화의 문법과 관습을 보이는 플롯을 가집니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매우 신선하거나 혹은 매우 평범하지도 않습니다. 광기를 가진 과학자와 그로 인해 망쳐지는 동료와 동료의 연인, 그리고 대학교의 보수적인 교수들까지 우리가 상상할수 있는 범주 안의 이야기지만 꿋꿋하게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지금보기에는 다소 매끄럽지 않을 수 있으나 연출된 시대를 감안한다면 오히려 칭찬할만합니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허버트 웨스트의 연기가 좋습니다. 게닥 배우가 가진 외모와 인상이 주는 이미지가 누구보다 허버트 웨스트 같습니다.
또한 원작과 달라진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서 결말을 내는 방식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노골적으로 속편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야 호러 영화의 흔한 클리셰지만 그 광기를 살며서 드러내는 캐릭터가 허버트 웨스트가 아닌 그에게 이용당하던 주인공이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광기의 전염성은 러브크래프트가 여러 단편에서 이용했던 방식이니까요.
한줄평: 프랑켄슈타인 박사보다 기괴한 매드사이언티스트 허버트 웨스트. 원작과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웨스트의 매력은 한층 더 높다.
3.5/5
그리고 연재된 잡지가...사실 코믹한 소설도 연재되던 곳이라 이 작품이 원래 러브크래프트가 코메디로 쓴게 아닌가...하는 얘기도 나오더랍니다. 웨스트가 "신선하지 않았어!"라고 하는게 코메디의 펀치라인 같은게 아닐까...하고 추측했는데 결국엔 썰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