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의 놀라운 성공으로 샘 레이미는 충분한 예산을 가지고 영화를 연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스케일은 전작보다 더 커졌죠, 그러나 그렇게 영화는 멀리 나아가진 않습니다. 오히려 전작의 독특함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연출을 합니다. 바로 여러 괴물의 기괴한 느낌을 더욱 살리고 과장하며 전작의 슬랩스틱과 블랙 코미디 요소를 강화 시키는 것입니다. 바로 스플래터 호러라는 장르로 굳건히 연출하는 것이죠. 따라서 영화는 전작보다 훨씬 많은 웃음 코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신 메이저 영화로 발돋움한 대가로 고어한 연출의 수위는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대신 풍자된 잔인함은 늘었죠.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전기톱입니다. 이 영화의 애쉬가 전기톱을 한쪽 팔에 매달고 있는 상징적인 포스터는 이후로 호러 역사에 굳건히 남게 됩니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의 잔혹한 살인마인 ‘레더 페이스’의 애용무기이기도 한 전기톱은 관객에게 피학적인 두려움을 주는 무기였습니다. 그런 무기가 <이블 데드 2>에서는 주인공이 괴물을 난자하는 무기로 등장하는 것이죠. 살점이 팍팍 튀는 이 무기는 스플래터 호러의 재료로서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 전기톱을 잘린 손에 결합시키는 장면은 코믹하면서도 나름 멋들어집니다.
사실 전기톱 이전에도 기괴한 코미디 소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영화의 초반 장면에서 극 중 애쉬는 악령 들린 손을 잘라냅니다. 다소 잔인한 장면을 통해 잘려나간 손은 흥미롭게도 극의 코미디와 스토리 전개를 이끌어내는 매우 좋은 소재가 됩니다. <이블 데드 2> 보다 한참 늦게 개봉된 호러 코미디 영화인 <아담스 패밀리>에서도 잘린 손이 매우 좋은 슬랩스틱 소재가 되는데 코미디보다 호러와 고어의 비중이 더 높은 <이블데드 2>에서도 그 역할에 충실합니다.
그러나 코미디가 강해진 만큼 공포에 대한 표현 역시 충실합니다. 특히 예산이 늘어난 만큼 기존의 시체의 모습을 벗어난 좀 더 다양하고 기괴한 외관의 괴수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물론 이 또한 어찌보면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요. 또한 일부 장면에 표현주의의 모습을 보이는 세트도 보입니다. 팀버튼처럼 전반적인 디자인이 표현주의의 형식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가는 몇몇 세트의 모습에서 그런 색채가 보이는군요. 클라이맥스 씬은 공포와 코미디가 얽혀져 절호조를 이룹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최고의 코미디 포인트는 결말에 있습니다. 바로 속편을 예고하는 방식입니다. 속편에는 노골적으로 SF요소를 넣겠다는 것이니까요. 그것도 상당히 뻔하디 뻔한 B급의 방식으로요.
한줄평 : 코미디를 머금은 스플래터 호러의 모든 것.
4/5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