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블 데드는 굉장히 오래된 영화 시리즈입니다. 첫 작품의 개봉시기가 1981년이었죠. 그 시절은 제가 태어나기도 전입니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호러 작품은 수많은 속편이 나오길 마련이지만 이블 데드 시리즈는 <이블 데드 3- 암흑의 군단(Army Of Darkness, 1992)> 이후 오랜 기간 동안 후속편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판권의 문제, 어른의 사정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게다가 이블 데드 시리즈는 전부 샘 레이미가 연출한 독특한 작품이기 때문에 다른 감독이 연출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죠. 새로운 작품이 나오기 까지 무려 32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거의 역작은 리부트라는 방법으로 다시 탄생하게 되죠.
페데 알바레즈라는 젊은 감독의 의해 연출되어진 이 작품은 과거의 작품의 질감을 살리려고 무던히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연출에 있어 영화는 CG를 최대한 줄이고 SFX(특수효과)와 분장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이는 원작 특유의 정취를 살리려고 한 의도겠죠. 아날로그는 디지털이 주지 못하는 차분한 맛이 있기에 호러 영화에는 매우 잘 어울립니다. 최근 호러 영화가 고어에 중점을 두는 트렌드에 맞게 영화는 매우 수위가 높습니다. 시리즈 중 잔혹함의 수위는 최고가 아닐까 싶군요. 전작 시리즈는 스플래터 호러의 기반아래 코미디, 오컬트, SF 등 여러 장르가 복합적으로 드러났었습니다. 따라서 잔인한 신체훼손 장면에서도 웃음이 나오는 등 블랙 코미디의 요소가 강했죠. 그러나 리부트 판 <이블 데드>는 다릅니다. 이 영화는 웃음기가 거세된 순도 짙은 고어의 특성을 가집니다.
<이블 데드> 시리즈가 컬트영화로서 많은 마니아를 지니고 있는 것은 바로 영화 전반에 흐르는 B급 정서 때문입니다. 저예산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화려함이 아니라 노골적이고 말초적인 장면과 정상적이지 않은 센스죠. 그런데 이번 <이블 데드> 리부트는 이러한 B급 정서는 상당수 배제되어 있습니다. 지향점이 아예 다른 것이죠. 영화의 제작 규모도 커졌고 기술의 발달이 주는 질적 향상을 거쳤기에 영상미는 높아졌습니다. 따라서 고어한 장면의 리얼한 세부 묘사는 더 커진 공포를 주며 훨씬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높아진 때깔과 확연히 줄어든 B급 정서로 <이블 데드> 시리즈의 고유의 장난기가 느껴지던 괴이한 느낌은 팍 줄게 되었습니다. 원작의 팬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부분입니다. 과거의 <이블 데드>를 기억하며 발길을 이끌었는데 영화가 고어 좀비 영화에 더 가깝다면 충분히 아쉽게 느낄 수 있죠.
그러나 그래도 여전히 <이블 데드>입니다. 이야기 구성은 1편을 기반으로 2편의 몇몇 장면을 오마주하고 있습니다. 전작을 본 팬이라면 반가울 장면이 많습니다. 악령의 책 네크로노미콘과 녹음된 주문에 의해 모두가 봉변을 당하는 기본적인 줄기도 같으며 주인공 미아가 숲을 뛰쳐나가다가 악령 들린 나무에게 강간을 당하는 장면은 전작 그대로 충격적입니다. 반대로 영화는 리메이크가 아니라 리부트에 가깝기 때문에 주인공이 애쉬가 아닌 여성인 미아라는 점이 커다란 차이점이죠. 또한 전기톱을 사용하는 점이나 주인공의 팔이 잘린다는 점은 2편에서 따온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팔이 잘린 이후에 슬랩스틱이 없는 것이 아쉽긴 합니다만.
이 영화는 질이 좋은 호러 영화입니다. 감독의 연출도 좋거니와 고어를 강조한 호러 씬도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B급 정서나 코미디가 배제되어 원작 팬에게는 아쉬움도 아쉬움이거니와 원작은 컬트 호러로 하나의 이정표를 남긴 작품이기에 본 작품은 리부트 속편으로서의 한계를 보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최근 포스트-아포칼립스 스타일의 좀비 영화나 싸이코패스 연쇄 살인마가 등장하는 고문 포르노 영화가 쏟아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블 데드> 리부트는 존재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하물며 만듦새가 괜찮기까지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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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평 : 고어 팬에겐 만족을, 원작 팬에겐 아쉬움을 주는 돌아온 이블 데드. B급 센스가 준 대신 때깔은 좋아지고 참혹함과 잔인함이 배가 되었다.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