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라는 영화 브랜드가 가지는 상징성과 가치는 사실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영화를 보아온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겠죠. 그게 <스타워즈>입니다. 단 6편의 영화입니다. 그 긴 역사 동안 애니메이션, 게임, 소설, 만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된 스타워즈지만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클론워즈>를 제외하면 극장용 영화는 단 6편뿐입니다. 거대한 세계관을 이룩한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아이언맨> 이후 개봉한 영화가 10편이 훌쩍 넘습니다. 그에 비해 조지 루카스의 단 6편의 <스타워즈>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의 상징이자 하나의 신화로서 자리 잡습니다.
모든 작품이 좋지는 않았어요. 전설이 된 클래식 4-6편과 애정이 없다면 보기 괴로운 1-2편. 그리고 조금 애매하지만 다스베이더의 탄생에 의의가 있는 3편. 그리고 그렇게 시리즈가 종결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루카스 필름은 영화계의 큰손 디즈니 손에 넘어갔고 픽사, 마블과 같은 배를 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스타워즈를 기획하고 에피소드7의 제작에 들어가게 되었죠.
디즈니의 감독 선택은 정말 탁월했습니다. J.J.에이브람스라니요. 그는 오래된 프랜차이즈를 심폐 소생하여 되살리는데 정말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이는 감독입니다. 대중 영화 연출에 능하며 액션 영화의 서스펜스를 기가 막히게 가지고 놀죠. 소포모어 징크스로 상처를 입었던 미션 임파서블을 되살렸으며 스타워즈의 영원한 경쟁작 <스타트렉> 시리즈도 훌륭하게 부활시켰습니다. 라이벌 영화의 선전을 보고 디즈니가 취한 전략은 감독을 스카우트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무엇보다 J.J.에이브람스의 덕목은 설정의 디테일을 가지고 놀 줄 안다는 것입니다. 드라마 <로스트>의 성공 이후 작품 설정 안에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요소와 미스터리를 조절하며 관객과 줄다리기를 벌이죠. 때로는 이런 요소를 맥거핀으로 사용해 작품 끝까지 밝히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그가 어느 영화보다 거대한 세계관과 재료를 가지고 있는 스타워즈를 맡게 된 것입니다. 서브컬처 팬이라면 개봉 전부터 감독이 어떠한 떡밥을 풀어 관객을 낚을지 기대하고 있었죠.
옛날 옛적, 머나먼 은하계로 시작해서 서서히 멀리 사라지는 인트로 내레이션. 이 영화는 프리퀄 시리즈와 달리 클래식 스타워즈의 정취가 영화 전반을 뚫고 지납니다. 그리고 팬들은 한 솔로와 츄이가 총을 들고 등장했을 때 정말 오랫동안 그들을 기다려왔던 보상을 받게 됩니다. 영화는 분명히 스타워즈입니다. 그리고 영화를 다보고 나면 행복한 표정으로 분명히 느껴집니다. 스타워즈를 봤다고.
이 영화는 하나의 거대한 오마주입니다. 에피소드 4와 에피소드 5의 플롯을 다분히 재활용하고 많은 것에 존경을 표합니다. 클래식 3부작의 플롯구조는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신화 속의 영웅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했다고 합니다. 에피소드7의 주인공 레이와 핀의 모습은 루크 스카이워커와 한 솔로가 영웅으로 성장하는 일대기와 일정부분 닮아 있습니다. 오비완이 루크를 이끌고 한 솔로가 루크를 도왔듯이 한 솔로가 레이를 이끌고 핀이 레이를 서포트합니다. 새로운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이 마치 오래전 에피소드4를 보며 즐거웠던 그 시절과 동일합니다. 그들은 밀레니엄 팔콘을 타며 우주를 유영합니다. 지금은 촌스럽게 보일 수 있어 잘 사용하지 않는 고전적인 화면 전환도 노골적으로 사용합니다. 카일로 렌의 캐릭터는 누가 봐도 다스베이더를 의식한 모양새죠. 화려한 비행선 전투 장면이나 클래식에 더 가까운 모양새의 검술 대결 등 보고 있자면 정말 스타워즈를 즐기게 됩니다.
무엇보다 스타워즈 영화 전반을 가로지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기반을 둔 심리적 요소는 이번 영화에서도 영화의 주요부분을 차지합니다. 영화 중후반 스타킬러 행성의 내부 외나무다리 같은 장소의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은 에피소드4의 오비완과 다스베이더와 에피소드5의 루크와 다스베이더의 모습 두 가지를 동시에 오마주합니다. 캐릭터간의 관계는 뒤바뀌었지만 대사도 충분히 닮았죠. 카일로 렌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결정체입니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타락했다면 이렇지 않았을까요? 그는 아직 완전하게 성장하지 못한 악역으로 다스베이더보다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강력한 악역으로 돌아오겠죠.
이 영화는 클래식 스타워즈를 닮았고 완벽하게 재탄생시켰기에 스타워즈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스타워즈를 좋아했던 관객에게는 선물 같은 영화이고 스타워즈를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스타워즈의 매력을 충분히 선사하겠죠. 또한 감독 스스로가 스타워즈의 팬이기에 고전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죠. 이 영화가 완벽하다고 하진 않겠습니다. 그럴 수도 없을뿐더러 그럴 의도도 없었겠죠. 이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같이 무엇인가 더 대단하고 영화의 새로운 영역으로 프랜차이즈를 이끌려한 영화가 아니니까요. 디즈니가 원했던 것은 <스타워즈>다움이었기에 J.J.에이브람스를 감독으로 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원하던 최대치에 근접한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단평: 처음 루크 스카이워커와 한 솔로를 만났던 그때의 환호가 다시금 뿜어져 나온다.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