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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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The Revenant, 2015): 가혹할 만큼 고행을 보인 디카프리오의 열연 (3) 2016/01/14 PM 03:09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전작 <버드맨>은 정말 좋은 영화였습니다. 촬영, 연출, 각본, 메시지까지 모든 것이 최고의 수준이었죠. <21그램>, <바벨>도 충분히 좋았지만 <버드맨>은 그 선을 가볍게 넘었죠. 그의 친구인 길예르모 델 토로, 알폰소 쿠아론과 함께 멕시코의 대표적인 감독으로서 그는 충분히 이미 거장의 반열에 들어섰습니다.

<버드맨>을 제작하면서 이냐리투 감독이 가장 잘한 것이 있다면 <그래비티>의 촬영감독으로 유명한 엠마누엘 루베즈키를 기용한 것이었습니다. 모든 전체 장면이 연결된 것처럼 느껴지는 롱테이크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한편의 거대한 연극의 무대를 보는 듯 느껴졌죠. 그리고 그는 이번 <레버넌트>에 까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촬영감독의 이름과 서부시대의 배경, 곰과의 사투와 같은 정보가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예사롭지 않은 연출의 영화가 될 것을 기대했습니다.

영화의 제작비가 1억 달러가 넘었다고 합니다. 오스카를 노리는 작가주의 영화에 이런 제작비는 쉬운 일이 아니죠. 영화를 무려 시간 순서대로로 찍었다고 합니다. 상업 영화에서는 일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게다가 자연광만 사용한 촬영, 롱테이크 장인들답게 원테이크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고 하죠. 다시 말하면 예술적이고 독립적인 이유로 장면을 뽑아내기 위해 자본을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사용했다는 말입니다. 보통은 제작비 절감을 위해서 상황에 맞는 장면을 먼저 찍죠. 그리고 테이크를 나눠서 여러 장면을 편집에 따라 잘라 붙이죠. 롱테이크는 연기 실수가 나오면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하는 고난의 길입니다.

이런 장인들의 영화답게 영화 초반 아메리칸 원주민의 습격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은 카메라 연출을 보여줍니다. 롱테이크와 핸드헬드 기법을 활용하여 촬영된 습격 장면은 처음부터 관객을 현장감 넘치는 긴장 속으로 몰고 갑니다. 그러나 더욱 촬영의 묘미를 보이는 것은 원주민을 피해 이동하는 장면 중 그레즐리 곰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글래스가 대치하고 싸움을 벌이는 장면입니다.

박훈정 감독의 <대호>의 호랑이의 전투 씬은 보일 듯 말 듯 카메라 시야에 호랑이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이는 CG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포의 대상이 되는 호랑이의 노출을 덜 시킴으로서 관객의 긴장감와 공포를 더 자극시키기도 하죠. 속도감을 내기 위해서이었겠지만 호랑이의 끊기는 듯한 애니메이션 역시 완전히 자연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그에 비해 <레버넌트>의 곰과의 장면은 할리우드의 자본력과 기술력을 극명히 보여줍니다. 장면끼리의 컷이나 트랜지션 없이 롱테이크로 진행되는 이 장면은 카메라가 시종일관 글래스와 곰의 행동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팔로우하며 시야에 담아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곰과의 혈투 속에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연기는 그가 이번 영화에 얼마나 자신이 어디까지 연기를 펼쳐낼 수 있는지 대변하는 듯합니다.

이후 커다란 부상을 겪고 죽음의 위기에서 생존해 나가는 그의 모습은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처절합니다. 죽음의 고통에 신음하고 톰 하디가 연기하는 피츠제럴드의 배신으로 아들을 잃고 분노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해낼 수 있는 감정 선의 한계치를 보여줍니다. 곪아가는 상처의 고통과 굶주림, 가족의 상실, 원주민의 추격 등의 모든 고난을 겪어가면서도 생존과 복수를 향해 나아가는 그의 모습은 애절하기까지 합니다. 영화의 대부분 시간을 디카프리오가 거대한 자연 경관 혼자서 펼쳐냅니다. 배우가 얼마나 혼신을 다해 연기를 뱉어 내는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더군요.

디카프리오는 맨손으로 직접 낚시를 하고 생선과 고기를 생으로 뜯어 먹으며 직접 동물을 해체하며 내장을 꺼냅니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일반인은 하지 못할 더한 행동도 합니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에요. 원테이크 방식은 평범한 장면 연기도 힘들 텐데 배우들이 혹한의 상황에서 고행의 길을 걷습니다. 디카프리오뿐만 아니라 톰 하디 역시 매우 인상적인 악역연기를 해내요. 디카프리오의 극한의 연기와 대비되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배우의 연기만큼이나 각본이 좋습니다. 단순한 복수극으로 끝날 수도 있는 이야기와 이미 수없이 다루어진 서부시대의 원주민과 백인들의 대립이라는 쉽지 않은 난제를 잘 녹여냅니다. 감독은 전작 <버드맨>에서 다양하게 수사적인 기호를 보여줬죠. 그런 수사적인 상징들이 이 영화의 거대한 풍경과 맞닿아 더욱 돋보입니다. 극을 이끌어 나가는 복선을 담고 있는 매개물의 활용도 좋고 시적이고 은유적인 표현들도 적재적소에 등장합니다.

다만, 상징과 은유의 표현이 신선한 것은 아닙니다. 전작에서 빛났던 매직 리얼리즘 기법은 이번 영화에서는 다소 관습적으로 사용되었어요. 가족의 상실을 보여주는 꿈과 같은 장면들은 <글래디에이터> 같은 영화에서 보여주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다행히 현실의 가혹함과 자연광으로 담긴 수려한 설원의 자연환경과 대비되어 매끄럽고 세련되게 느껴집니다.

어찌 보면 사람에 따라서는 감정 선이 동어 반복이 이어지고 과잉이라고 느껴진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꽤 긴 편인데 자극적이지 않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모습을 비추어 줍니다. 대중 영화로서는 지루하게 느껴질 만한 부분입니다. 감독도 알면서도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게 편집한 느낌이 강합니다. 분명 잘라내도 되는 장면이 많았는데 워낙 한 장면 하나 하나를 혼신을 다해 힘들게 찍은 것 같아 잘라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보아라! 그가 이렇게 까지 해냈다.”

감독이 이렇게 외쳐는 것 같군요.

한 줄평 : 깔끔한 각본, 미려한 연출, 고행의 연기. 가혹할 만큼 배우를 극한의 연기까지 몰고 가게 한다.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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