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이 나왔습니다. 세계 경제가 불황으로 접어든 현 시대적 상황이 반영된 결과겠죠. 그 중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입니다. 이 거장이 만든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재미와 완성도를 모두 잡았던 블랙 코미디였죠. 여기에 또 하나의 블랙 코미디 영화가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바로 직접적으로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소재로 한 <빅쇼트>입니다.
크리스천 베일이나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스티브 카렐과 같은 명배우들이 돌아가며 이 커다란 경제적 사태에 대해 힐난하고 고발합니다. 어려운 경제용어와 함께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거의 없는 소재임에도 현란한 편집과 가볍고 유머가 담긴 비유 등을 등장시키면서 관객들의 시선이탈을 막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머니 볼>의 원작자인 마이클 루이스의 논픽션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고발 영화로서의 목적의식을 지켜내면서도 영화 전체의 호흡 조절 또한 탁월합니다. 영화는 대중에게 최대한 어렵지 않게 많은 노력을 하는데요. 마치 <데드풀>처럼 제 4의 벽을 깨는 장면들도 많이 나옵니다. 이는 마치 다큐멘터리나 혹은 연극이 가지는 소격효과에 유머러스함을 더한 연출로 보이는군요. 영화 자체도 <더 울프 오브 스트리트>의 오마주가 많이 보이는데 노골적으로 그 영화에 출연했던 마고 로비를 카메오로 등장시켜 경제 용어를 설명하는 쇼트를 넣는 등 실험적이면서도 장난기 넘치는 시도가 많습니다.
유머러스함과는 별개로 친절한 설명 속에서 미국 경제가 파탄이 나는 장면들은 소름끼치게 정밀하게 묘사됩니다. 설명이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그 충격적인 내용이 관객이게 심각하게 와 닿죠. 글을 쓰고 있는 필자조차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 영화내의 상황이 결코 웃을 수만은 없더군요. 호러 물을 좋아해서 오컬트하고나 잔인한 장면을 봐도 눈 하나 안 깜빡이는 저지만 <빅쇼트>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공포가 느껴지더군요.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도 별반 다를 것이 없고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은 세계가 공통이니까요. 하물며 당시 미국의 부시대통령의 실패한 신자유주의 정책과 매우 흡사한 정책이 대한민국에서는 현재진행형이니까요.
단평: 주택 담보 대출이 있는 사람에게는 공포 영화로 느껴진다.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