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피닉스는 생각보다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그럭저럭 재밌게 봤다. DC 잭 스나이더 영화에서 보여진 그런 처참한 서사는 없다. 문제는 이게 폭스 엑스맨의 마지막 시리즈였다는 것이겠지. 무난하고 평범하고 심지어 볼거리도 적다.
우린 이미 마블의 완전무결에 가까운 '엔드게임'을 봤다. 게다가 사실 나는 얼마 전에 고질라2를 봤기에 다크 피닉스는 그렇게까지 이야기적으로 후지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고질라2는 이야기가 재난 수준이니까.
하지만 고질라2의 괴수 대결전은 우리가 그렇게 원했던, 그런 영상미였다. 시각적인 부분으로는 엔드게임 마지막 결전보다도 뽕이 차오른 느낌. 기 예르모 델토로가 '크툴루의 부름'이나 '광기의 산맥'을 만든다면 "제발 이렇게 만들어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워낙 이야기가 쌍팔년도 개똥철학에 파묻혀서 그렇지. 반면 엑스맨은 평범하고 뻔한 서사에 시각적으로도 대단한 것이 없다. 그나마 예전처럼 외눈박이 스콧 서머스가 막 낭비되지 않고 캐릭터들의 액션이 아기자기하긴 했다는 정도.
역시 문제는 폭스의 제작진이다. 아무리 디즈니와 MCU에 팔려가는 입장이라도 프랜차이즈의 존중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극 중 이별을 고하는 캐릭터에 대한 표현도 실망스럽다. 어벤져스 시리즈와 똑같은 프랜차이즈의 완결, 몸값 높은 '거대 배우'를 보내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영화의 끝맺음이 시원찮다. 이해는 간다. 원래는 이 영화로 끝이 아니었을 것이다. 대뜸 팔려나가게 된 거니까. 하지만 그건 돈을 낸 관객이 이해해줄 만한 일이 아니다. '엔드게임'이 남았다고 '인피니티 워'가 재미없었나? 오히려 엄청난 영화였다. 이 영화는 나는 볼만했어도 남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 적어도 고질라2는 마지막 전투 시퀀스는 유튜브로 볼만하다고 해줄 텐데.
Ps. 호러는 아니지만 유튜브 영상 리뷰로 저 두 작품을 해볼까 고민 해보았지만, 해봐야 까는 내용 밖에 없을 것 같아 관두었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