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지간 난해하다. 인버전이라는 설정이 난해한 것이 아니다. 시간을 inverse하는 거니까 시간 반전 정도로 번역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설정은 여러 차례 설명한다. 이야기 구조나 플롯도 보편적인 전개다. 문제는 화면 안에서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전되는 영상과 반전되지 않은 영상이 같은 프레임에서 진행되는데 보는 사람은 그걸 느낄 순 있어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완전히 이해하긴 쉽지 않다.
인셉션, 인터스텔라와는 결이 좀 다른데 이건 오히려 메멘토나 덩케르크같은 영화에 맞닿아 있다. 일단 편집부터 불친절하고 이해시키려 노력조차 안 한다. 그냥 보여주고 '너님들이 이해해' 라는 느낌에 가깝다.
이 모든 건 내가 영화가 후반 액션 시퀀스에서의 동선과 인과관계가 온전히 이해되지 않아 화풀이하는 게 아니다. 내 인지 능력을 벗어난 영화에 대해 그냥 좀 투덜댄 거뿐이다. 이 영화의 호불호와 평가는 완성도를 떠나서 대중 영화로서 소수만 이해할 내러티브와 연출을 선택한 것을 어떻게 스스로 판단하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내가 장면 장면 전부를 이해 못 했다고 해서 나쁜 영화인가? 혹은 거의 모든 관객을 이해시켜야 좋은 영화인가?
어렵고 난해한 설정이 모든 것에 우선했지만, 일단 구성해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이해한 관객보다 이해하지 못한 관객이 많을 것이고 평가는 '대중을 얼마나 이해시켜야 할까'라는 담론에 대한 개인의 기준에 달렸을 것이다. 일단 나는 이해한 듯이 허세를 부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