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내용은 본문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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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이하 협회) 입니다.
항상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길 바라고 있지만 이번에 매우 심각한 일을 전하게 되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
SBA(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1999년부터 23 년간 유지해왔던 단편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사업을 올해부터 중단한다고 합니다. 처음 한 감독에게서 이 소식을 듣고 협회장 , 부협회장, 사무국장이 5월 23일 담당 선임, 팀장 그리고 본부장과 차례로 미팅을 가졌습니다만, 그 자리에서 확인한 것은 센터에서 더 이상 작가에 대한 지원과 해당 사업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
해당 사업이 왜 없어져야 하는지 , 기존 사업비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게 되는지는 아직 공식으로 답변하지 않았지만 지난 미팅 결과 애니메이션이 아닌 다른 콘텐츠 사업, 소위 경제 논리에 입각한 금전적 성과 위주의 사업으로 개편하려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협회에서는 줄어든 예산이 해당 사업을 중단하는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단편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던 문화적 , 예술적 가치를 넘어서는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에 있어서의 중요한 토양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작 보다는 유통을 지원하겠다는 설명 또한 유통할 자국의 작품이 없는 상황이라면 유명무실한 지원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단편애니메이션 <각질 >이 칸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서 상영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한국작품이 대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 애니메이션을 넘어 극영화, 드라마까지 이어지는 콘텐츠파워를 가진 연상호 감독 역시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지원 사업을 통해 자신만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단편애니메이션이 내고 있는 성과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 독립애니메이션 작가들의 독특하고 감각적인 스타일은 광고나 뮤직비디오나 새로운 시리즈, OTT 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진입하기 위한 도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1세기 영상 콘텐츠의 미래를 끌어가고 있는 젊은 스튜디오들이 독립애니메이션 작가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상업성 짙은 , 강력한 시장논리가 기반이 된 작품에서는 하기 어려울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통한 가치 실현들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그 가치는 누군가의 삶에 커다란 위안이 되었고, 우리가 해 왔던 모든 작업은 문화 다양성의 가치이며 더 나은 삶을 위한 씨앗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
이에 협회는 단편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사업이 변하지 않고 지속되게 하기 위해 행동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협회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관련 협단체들과도 연대의 논의를 시작하였습니다 . 단편애니메이션 제작지원 뿐만 아니라, 모든 애니메이션 지원사업이 중단되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독립애니메이션을 통해 만난 모든 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행동에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창작자들이 창작을 지속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이 시대에 열어나갈 수 있도록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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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으로 작가 데뷔한 입장에서 꽤나 충격적인 소식입니다. 최근 잘 나가시는 연상호 감독도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경력을 시작했죠.
예술에서 다양성이 사라진 시점에서 다가올 결과는 끔찍할 겁니다. 일본 영화계가 그렇듯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토양은
아예 사라지겠죠. 씁쓸합니다. 딱히 정권이 바뀌어서라던가 문화부 장관이 바뀌어서인지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예술이 전세계에서 꽃이 피려는 순간에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이 어이가 없네요.
개인적으로 문화 파워가 지금의 세계적인 한류 붐을 만든 만큼, 문화에 조금 더 많은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현 정권은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으니...
사실 돈 되는 문화 사업은 대기업에서 알아서 하니까, 정부 세금은 토양을 기르는데 더 쓰여야 할 판인데 많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