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존 윅입니다. 올해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킬러와 범죄자 다수를 죽이죠. 어떤 의미에서는 어벤져스보다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퍼니셔보다도 많은 범죄자를 죽였을지도 모르죠. 분명 파리는 강력 범죄가 없는 도시가 되었을 겁니다.
소문대로 3시간 내내 싸우진 않습니다. 가끔 얘기도 합니다. 존 윅만 나오는 영화는 아니니까요. 근데 존 윅은 영어 무식자도 알아먹을 만큼 적은 수의 단어를 말합니다. 문장이 다섯 단어를 넘어가는 걸 보기 쉽지 않아요. 언제나 그렇듯 존 윅은 다른 킬러가 수다 떠는 동안 한 명이라도 더 죽입니다.
딱 이야기가 진행될 만큼의 서사만 부여합니다. 서사를 줄인 만큼, 나머지 시퀀스는 전부 액션으로 가득 차 있죠. 어느 한 시퀀스도 허투루 만들지 않았습니다. 거의 모든 액션 영화를 담아낸 것 같이 온종일 끓인 국밥처럼 진하고 깊습니다.
비디오 게임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연출이 많습니다. 게임에서 말하는 탑 뷰,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부감 장면인 버드즈 아이 쇼트는 무기가 주는 쾌감을 더해 짜릿함을 줍니다. 후반 222계단을 오르는 장면은 마치 TPS 게임에서 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이런 기술적인 감상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존 윅이 3시간 내내 멋있고 짜릿하게 총으로 적들을 제거하는데, 그것이 매번 만족스럽다는 게 본질이죠.
게다가 이번 작품의 캐스팅도 상당히 빛납니다. 견자단은 세계에서 무술 액션을 젤 잘 찍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죠. 그는 키아누 리브스 보다 2살이나 많지만, 그보다 2배나 빠릅니다.
사나다 히로유키도 여러 영화에서 사무라이 역을 맡았습니다. 그도 찬바라 액션에 일가견이 있죠. 두 아시아 배우의 무술을 보는 맛도 꽤 솔솔합니다. 그의 딸 아키라 역으로 나온 리나 사와야마은 적은 분량에도 신 스틸러더군요.
액션 배우로 알려진 스콧 애드킨스도 과체중인 모습 분장으로 나와 마치 홍금보를 연상시키는 몸동작으로 재미를 줍니다. 그 육중한 몸이 주는 묵직한 쾌감이 있죠.
떠오르는 배우이자 메인 악역인 빌 스카스가드의 연기도 좋았고, 다른 조연 배우들도 제 역할을 다했습니다. 액션밖에 없는 영화인데 정작 강아지가 감정 연기를 하더라고요. 이런 깨알 같은 재미도 놓치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훌륭한 마무리였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다들 후속작을 내놓으라고 외칠 것이고 흥행 가도를 달린다면 세상일은 알 수가 없는 법이죠.
마블은 인디나 예술 영화, TV 시리즈 감독 고용할 시간에 채드 스타헬스키를 다시 데려와야 합니다. 사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숨은 공신이 존 윅 1편의 공동감독인 채드 스타헬스키와 데이비드 리치였다는 걸 알 사람은 다 압니다. <시빌 워>의 액션 장면들은 이 두 사람의 공이었죠.
DC도 <버즈 오브 프레이>에서 <존 윅> 제작진의 도움을 받았었는데 액션만이 그 영화의 유일한 장점이었습니다. 엑스맨 프랜차이즈의 <데드풀 2>도 데이비드 리치 감독의 연출 덕분에 좋은 액션 시퀀스가 많았습니다. 마블, DC, 루카스필름 등 프랜차이즈 제작사들은 <존 윅> 시리즈의 성공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어요.
존 윅은 장르 영화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결국 액션입니다. 마블은 최근 들어 이 본질을 잃었죠. 한동안 존 윅 시리즈를 능가하는 장르 영화는 나오기 어려울 겁니다. 당장 감독인 채드 스타헬스키나 1편의 공동 감독이었던 데이비드 리치조차도 자기 자신을 넘기 힘들 겁니다.
이 작품을 보고 프랜차이즈 제작자들이 영화를 잘 찍는 것과 장르 영화를 잘 찍는 것의 차이를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하드코어 헨리나 카터 보다는 완급조절이 좋을 거라 기대하고 내일 보러 갑니다.
언급한 두작품도 저는 만족했지만, 1인칭 시점의 어지러움과 주인공의 몸놀림 자체에 어떤 개성을 찾기가 어려웠던 아쉬움이 컸거든요.
존 윅의 액션은 알아보기 편한 동선과 확실한 개성을 갖추고 있어서 더 좋아하는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