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갤3 때문에 간만에 마블뽕이 올라와서 페이즈 5의 다른 작품들
감독들을 살펴봤어요. 마블 일등공신 루소 형제는 마블을 떠났고
이젠 제임스 건이라는 특출난 감독을 DC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죠.
가오갤3의 성공적인 마무리에도 마블의 미래가 썩 밝지는 않는 게 현실이네요.
당장 다음 작품이 문제작 <더 마블스>인데요. 감독이 니아 다코스타 라는 분입니다.
대표작이 2021년 작 호러 영화 <캔디맨>이더라고요.
제임스 건은 <슬리더>라는 걸출한 B급 호러 영화 감독이었고
샘 레이미는 뭐 말할 것도 없는 B급 호러 걸작 <이블 데드>의 감독이었죠.
<닥터스트레인지>의 스콧 데릭슨도 <살인 소설(시니스터)>를 비롯한 여러 호러 영화의 감독이고요.
존 왓츠도 <클라운>이라는 호러 영화의 감독이었습니다.
마블이 또 하나의 호러 영화 감독을 데려왔나 싶죠. 마침 DC의 <플래쉬>도 호러 영화 <그것>의 감독이기도 하고.
문제는 <캔디맨>은 재기발랄한 B급 호러 영화가 아니라는군요.
21세기 호러 영화의 아이콘이 된 조던 필이 각본을 썼죠.
조던 필 영화의 특징은 아시다시피 강렬한 사회적인 메시지와 철저히 시네필 영화라는 겁니다.
니아 다코스타의 <캔디맨>도 마찬가지입니다. 감독은 흑인이자 여성으로, 이 영화는 상당히 인종차별에 대해 메시지 짙은
시네필 영화로 보입니다. 유쾌하고 개성이 톡톡튀는 B급 호러, 즉 장르 영화톤이 아니라 예술 영화나 작가주의 영화톤이라는 얘기죠.
그 시네필 작가 주의가 봉준호나 타란티노 성향이면 모를까 조던 필 타입인 겁니다.
이런 성향의 감독이 하필 <더 마블스>의 감독이 된겁니다.
이건 B급 향취가 가득한 제임스 건이나 샘 레이미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얘기죠.
<더 마블스>가 만약 감독 성향이 백 퍼센트 반영된다면 사회성 짙은 작품이 될 확률이 높고
하필 '여성 서사'가 메인이 될 시리즈에 PC에 대한 반감이 심한 요즘 팬덤의 분위기로 볼 때 벌써부터 게시판이 혼탁해지는
것 같습니다.
다 좋으니 영화라도 잘 만들면 좋겠지만, 마블 팬덤이 원하는 건 영화적 완성도가 아니라 장르적 재미겠지요.
그게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나 <미즈 마블>이 실패한 이유기도 하고요.
이 작품은 잘못하면 <인어공주> 급 대참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다음 영화가 <캡틴 아메리카: 뉴 월드 오더>인데.... 줄리오스 오나라는 감독입니다.
이쪽도 참. 뭐랄까. SF 호러 영화를 찍은 적이 있는데 무려 <클로버필드: 패러덕스>의 감독입니다.
클로버필드는 훌륭한 영화 시리즈지만, 유일하게 저 영화만 망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호러 영화 출신 감독이긴 한데 그 작품이 망작인 거죠.
다행히 그 다음 찍은 <루스>라는 영화는 좋은 영화입니다. 다만, 이쪽은 또 메시지 짙은 드라마 영화예요.
입양된 흑인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 영화입니다. 이 영화도 참 뭐랄까 잘 만든 문제작입니다.
감독의 필모를 보면 알 수가 있지요.
영화와 연결되는 디즈니 플러스의 <팔콘과 윈터솔져>는 인종차별과 난민 문제에 대한 메세지를
전면으로 내새운 작품이었는데 <캡틴 아메리카> 신작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잘 만들면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데 문제는 이게 국내 관객들에게는 전혀 공감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점이죠.
마블 프랜차이즈는 철저히 대중 팬덤 친화 영화들이고 이런 묵직한 메시지와 현 PC에 대한 반감이 얽힐 경우
진짜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캄캄하네요.
그나마 다행인 건 간만에 팀업무비가 될 <썬더볼츠>의 제이크 슈라이어인데요.
넷플릭스 화제작 A24의 <성난 사람들(Beef)>의 감독입니다.
TV 시리즈 <커뮤니티>를 보고 루소 형제를 데려왔던 것 처럼 케빈 파이기가 또 다른 TV시리즈 감독을 데려온 건데요.
<로봇 앤 프랭크> 같은 괜찮은 장편 영화 감독도 했었던 사람입니다. <성난 사람들>의 제작진과 캐스트 스티븐 연까지
데려온 만큼 마블 본연의 재미를 잘 살려줬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