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로물루스(Alien: Romulus, 2024)- 어두운 밀실에서 이 끔찍한 크리처와 드디어, 제대로, 살벌하게 대면한다.
이 리뷰에는 기본적으로 스포가 없습니다만, 최소한의 정보도 원하지 않는 분은 읽지 않으시는 걸 권합니다.
Sf 호러, 스페이스 호러 분야에서 독보적인 대표 시리즈인 만큼 사람들의 높은 기대를 안고 있었을 겁니다.
리들리 스콧의 제작사가 우루과이 출신의 ‘페데 알바라즈’를 감독으로 고용한 사실 또한 사람들의 기대치를 한층 높이기에 충분했습니다.
감독의 전작 <맨 인 더 다크>를 본 사람이라면 더욱 그랬을 겁니다. 영어 원제는
밀실 공포를 다루는 데에는 도가 튼 장인이라는 말입니다.
사실 플롯 자체는 새로울 게 없습니다. 지옥 같은 삶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해서는 안 될 짓을 해서라도 그 지옥에서 탈출하고 싶지요.
하이스트 무비의 형식을 빌려 무언가를 훔치러 가지요. 사연 있어 보이는 무언가의 장소입니다. 어떤 영화든, 어떤 장르든 결국 저딴 걸 주워 오는 인간의 욕심을 상징할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만나는 거죠. 어라? 플롯이 익숙하지 않습니까? 정확히 <맨 인 더 다크>의 플롯과 일치합니다. 눈먼 살인 병기 노인을 만나는 대신 제노모프를 만나게 되는 거죠.
사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런 스토리를 예상한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그리고 이 선택은 관객, 평론가, 제작진 모두를 만족하게 만드는 선택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에이리언> 1편과 2편에서 보여준 장점들이 그대로 반영됩니다. 1편은 끝내주었던 심연의 우주를 보여준 오프닝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상적인 우주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것도 예전과 달리 고예산의 때깔 좋은 장면으로 말이죠,
그리고 식민지 행성의 인부들을 보여줍니다. 기업이 인부를 노예처럼 부리죠. 제국을 연상시키는 기업의 모습. 이는 고전의 후속작으로서 전작들이 가진 메시지 또한 안고 가겠다는 겁니다. 디스포피아를 그린 SF로서 충실하죠.
그리고 중요한 캐릭터가 나오죠. 에이리언 시리즈에 또 다른 주인공 바로 안드로이드의 존재입니다.
감독은 아재 개그에 도전하는 이 안드로이드를 가족으로 설정합니다. 이는 기존과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를 통해서 색다른 재미를 주겠다는 의지입니다.
영화의 빌드업 구간이 짧지 않습니다. 제노모프 등장까지 영화는 생각보다 길게 그려요. 지루할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만큼 각본이 꽤 세밀하고 고민의 흔적이 보입니다. 관객에게 그 긴 과정을, 납득하게 만들어요. 관성적으로 만든 각본이 아니라 치열한 각색 과정을 거쳤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그런 과정을 보여주는 배경 미술도 매우 뛰어납니다. 워낙 그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프랜차이즈니만큼 그 명성에 누가 되는 건 보이지 않더군요.
비행선 내부 건축에 조리개 모양의 문이 있는 것처럼 전작의 오마주도 깨알같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영화는 1편과 2편 사이에 낀 일종의 프리퀄 영화입니다. 따라서 그에 따른 스몰 디테일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어요.
그에 관해서 1편과 관련된 장소, 캐릭터의 흔적을 마음껏 펼쳐내기도 하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이상의 것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에이리언 전 시리즈의 재미난 요소를 모아둔 잔치와 같은 영화입니다. 1편에서 4편, <프로메테우스>까지 작품들의 요소를 마음껏 펼쳐놓았습니다.
대망의 페이스 허거가 등장하고, 이 영화가 1편과 달리 예산이 높다는 걸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1편과 달리 일행이 쉽게 당하지 않지만, 물량 공세에는 답이 없죠.
이는 제노모포 등장 이후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록버스터 SF 호러라는 걸 알리는 대규모 충돌, 폭발 장면도 잔뜩 보여주죠.
이 영화는 무엇보다 호러 영화로서 그 몫을 다합니다. 밀실의 폐쇄성이 주는 공포는 탁월합니다. 좁고 어둡고 습하고, 이곳에 단 1초도 있고 싶지 않겠죠.
서스펜스가 숨을 못 쉴 정도는 아니지만, 대신 우주를 다룬 호러라는 점을 탁월하게 자랑합니다. 드문드문 보이는 우주의 모습을 통해서요. 우주라는 공간 또한 재료로서 남긴 없이 습니다.
소행성으로 이루어진 행성의 고리나 중력 같은 요소를 말이죠.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좋은 점은 <에이리언> 시리즈 특유의 요소들을 다시금 부활시켰다는 겁니다. 제노모프의 탄생 과정은 가히 끔찍합니다. 그 전작의 그 끔찍한 요소들을 남김없이 가져와 마음껏 쏟아냅니다. 전작들의 의문점도 어느 정도 메꾸려는 노력도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요소들이 단순히 익숙한 디자인의 무언가 나와 관객을 놀라게 한다는 걸 떠나 연출에 잘 녹아 들어있습니다.
에이리언 특유의 설정들, 예를 들면 외피에 상처를 입으면 ‘강산’에 가까운 피가 흐른다는 설정이 있죠. 이런 요소도 가볍게 언급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그리고 기생, 임신, 출산, DNA 같은 작품 특유의 키워드를 남김없이 사용합니다.
이 영화는 <에이리언> 소재로 만든 <맨 인 더 다크>이자, 모든 <에이리언> 시리즈를 모아 아우르는 호러 대잔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 더해 다른 크리처 영화의 장점들도 일부 가져와 더했습니다.
게다가 SF 설정 면에서도 더욱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어요.
하지만 이런 잡다한 디테일을 다 집어 던지고 봐도 그냥 이 영화는 1~2편 이후 나온 최고의 <에이리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무섭고,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재밌을 거예요.
한 줄 평- 어두운 밀실에서 이 끔찍한 크리처와 드디어, 제대로, 살벌하게 대면한다.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