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은 국내 모형시장의 어두운면을 헤쳐보는 썰풀기 2편 시작합니다.
별로 모르시는게 좋고 요즘같이 레진시장이 사멸될지경인 시대에 이제와서
이런말 해서 뭐하나 싶겠지만 추억더듬기도 겸하고 있으니
모형에 관심있으셨던 분들께선 그냥 노인네가 옛날얘기 들려주는구나 정도의 생각으로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쓰는글이지만 이런주제는 사실 별로 재미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보고 느끼고 얻은 정보를 메모리같이 남겨보고자 적는것이므로
뭐 덧글이 달리던 말던 전 계속 지껄이는거죠. ㅋㅋ
마약피질이 뭐 그렇게 재미로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2편...
1편에서는 국내 복제시장의 시작과 변모에 대해서 살짝 다뤄봤는데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업계이야기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만
업계와 대형 커뮤니티간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생기는 싸움을 한번이라도 보신분들이라면
제가 무슨말을 하고싶은지 이해가 가실겁니다.
ㅋㅋㅋ
이바닥의 복제업체...아니, 모든 업체는 이익집단입니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영리를 추구하기 위해 복제를 택한......그것도 노 라이센스 복제... 즉 불법업체입니다.
이 업체를 차리는데는 사실 많은 자본이 들지 않습니다.
100~200만원을 투자하여 탈포기 한대 사고
실리콘 레진 양 잴수있는 20만원짜리 카스 정밀저울 하나 사고
레진을 냉장 저장할수있는 냉장고,
그리고 실리콘 레진 얼추 돈 100만원정도 투자해서
구비해놓으면 너도나도 업자짓을 할수있습니다.
사업자 등록이요? 그딴걸 왜만드나요 그냥 까페 하나 만들어서 회원들 모아서
공구때리면되는데...
이런식이기때문에
그동안 레진시장을 열며 독점체제를 구축하던 모 업체가 무너진 이후로 춘추전국시대가 된 복제업계는
엄청난 수의 업자들이 그동안 생기고 사라졌습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것은 그 업자들은 바로 저와같은 취미러들이었고,
복제품을 사고 만들던 모델러들이었다는것입니다.
커뮤니티의 외부적으로는 언제나 복제는 나쁘다 불법이다를 늘 논하고있습니다.
하지만 어느까페의 구석에 자리잡은 공동구매게시판에는 늘 리캐스트 광고들이 즐비하게
늘어져있습니다.
이런 복제업체들이 생기는 궁극적인 이유를 설명하자면 간단합니다.
바로 유저들이 복제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유저들이 존재하는한 복제업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설령 사라지더라도 중국 E2046 같은 짱깨 리캐라도 사러 페이팔 결제하는게 유저들입니다.
한마디로 유저들이 원하기때문에 복제업체들이 생겨나는것은 당연하다는 말이죠.
저도 복제는 아니지만 라이센스를 가질수 없는 건담을 자작한 일명 업자새끼라고 불리우는
존나 더러운 업자새끼의 입장에서 모형을 해왔습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전 제가 불법이라는 질타를 한번도 부정한적이 없습니다.
맞습니다. 라이센스 취득이 불가능하면 불법 맞습니다.
전 그냥 겉보기엔 실력있어보이는 건담 자작하는 대단한 더쿠내지는
모델러로 보였겠지만 누구의 눈에는 그저 불법 업자로 보였을텐데
사실 불법업자 맞습니다.
한가지 변명을 하자면 그래도 남의것 줒어다 복제해서 양심에 고통 받느니
차라리 내가 만든걸 복제해서 최소한의 모형하는데 있어서 이건 남의거 복제한게 아닌
내가 만든것이다. 라는 정체성 정도는 남겨보자라는 생각으로 손수 원형 제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뭐 실력은 저 뒤로 밀어놓고... 일단 시작하는거죠.
하지만 이 불법 합법을 논하기 이전에 우리나라 모형시장의 현주소를 일단 한번 짚어보는것이
좋다 생각이 드네요.
과거 국내에 라이센스를 얻어 합법적인 원형 활동을 하려던 사람들이
없었던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복제를 해서 파는게 더 돈이 남는 이 시장에서
네임밸류도 없는 그런 원형으로 승부를 보는것은 소위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삽질에 불과했습니다.
우후죽순 뽑아져 나오는 일본의 굴지의 개라지 업체들의 모형 퀄리티를 압도해야 하며,
설령 압도하더라도 아류작 취급받고 내몰리고 제품화 해봤자 국내원형마저
복제당하는게 우니나라 모형계의 현 주소였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게 현 주소라면 차라리 블랙마켓에 뛰어들기로 결심했고
이 블랙마켓에서 살아남으면서 양지로 올라서자는게 저희들의 첫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블랙마켓의 어두운 늪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깊었습니다.
저희라고 라이센스를 원하지 않았던것은 아닙니다.
반다이 코리아가 국내에 들어서고,
건담베이스가 생겨서 반다이 코리아가 정식으로 국내에 입점을 하여
영업을 시작하던때가 2000년대 중반이 다가올무렵...
그때 저희 팀원들이 직접 반다이 코리아에 찾아간적이 있습니다.
라이센스 취득 가능여부를 묻기위해서였는데
반다이코리아측은 애초부터 국내 레진 업계에 대한 전망을 눈꼽만큼도 염두해두지 않았고,
그런 틈새시장보다는 오히려 카드배틀, 즉 애들 코뭍은 돈 버는 어린이들을 타겟으로한 상품을
주력으로 팔기위한 전략을 짜고있었습니다.
애초에 국내에서 선라이즈 -반다이의 판권을 따내서 국내에서 레진을 정식 라이센스화 시키는것은
불가능하다라는 판단이 나오더군요.
블랙마켓에서 빠져나오려는 몸부림은 한차례 그렇게 좌절되었고,
C3를 나가보자 라는 두번째 계획이 시작되려는 찰나
저희는 생활고에 봉착해버렸습니다.
C3를 나가고 말고를 논하기 이전에 각자의 생활이 되지 않을정도로
어려운 상황을 보냈고,
그냥 다 때려치고 남들처럼 일본제품 사다 복제해서 먹고 사는게 낫지 않냐 라는
유혹을 수도없이 받았습니다.
그 길을 선택했다면 뭐 가뜩이나 망가진 정체성이 거의 돌아올수 없는 지경으로 상실하게 되는
문제이기때문에 C3역시 포기하고 생계를 위한 원형을 깎게되었습니다.
돈을 벌어서 먹고 살기위한 원형활동은 매우 가혹합니다.
팀원이 원형을 만들면서 팀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들 스스로의 인건비를 만들어내야 하며,
일정시간안에 원형을 제품화 시켜 상품화 시켜야 하고
이것이 얼마나 팔리느냐에 따라
다음 아이템의 발매가 빡빡해지냐 느슨해지냐가
갈립니다.
이점이 가장 생계로 모형을 하기 어려운점으로 작용합니다.
잘팔리면 잘 팔리는 만큼 여유가 생깁니다.
보다 큰욕심을 내어 원형에 박차를 가하고 시간을 더 투자할수 있는데 반해,
시간이 촉박해지고 수입을 빨리 뽑아낼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으게되면
그만큼 원형에 공을 들이지 못하게 되고, 그만큼 판매되는 결과는 안좋아지고,
그로인해 다음아이템을 또다시 강요받는
그런 고통의 연속이 계속 찾아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위협요소가 바로
원형사 개개인의 취향... 즉 센스가 구매자들에게 얼마나 어필이 되고
그게 먹히느냐인데
이게 사실 원형을 할때 가장 힘든 요소로 작용이 됩니다.
즉, 개개인의 디자인 능력으로 인한 판매 호응도를 가늠하기가
정말 어렵다는거죠.
더군다나 저희팀 3명중 가장 원형을 느리게 시작했던게 바로 저였던지라
느리게 시작한만큼 따라잡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요구받았습니다.
거의 제 20대 중 후반은 진짜 밥알만큼 사포질 분진 가루를 많이 쳐먹으면서 살았습니다.
그와중에 팀에서 쏟아져 나오는 도색 완성작례까지 제가 다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뼈빠지게 다분하게 다보면 아무리 손이 병신이어도 실력은 셔서히 늘게되더군요.
만든 본인 스스로가 과거 작품을 보고 현재 작품을 보면
제 스스로가 이런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이야 나 많이 늘었네? ㅋㅋㅋ
사실 실력이 붙을수밖에 없죠. 밥만먹고 이짓만했는데...
어쨌든
이렇게 우리가 하나하나 쌓아올린게 보답을 받는 순간이 몇번있었습니다.
그땐 정말 행복했습니다.
잠깐동안 이었지만 젊었던 내나이때 다른 월급쟁이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보기도 했고
팀 자체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여유가 생기고...
그런때가 가장 고생한 보람을 느끼던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그런 순간에서도 언제나 가슴한편에 남는 아쉬움은
떳떳하지 못한 라이센스가 없는 장사를 하고있다는점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다른팀원들은 모르겠지만 제 스스로 꿈이하나 생겼습니다.
내가 스스로 디자인한 놈을 입체화해서 상품화 하고 그걸로 내 스스로
라이센스를 가져보는것...
그게 잘 되던 망하던 한번쯤 그걸 해보는게 제 소원이었습니다.
뭐 예전에 좌절된 소원이었지만 그땐 그랬었죠.
다 추억입니다.
그 국내 모형쟁이들의 환상의 장이었던 C3 원페.,..
총 3번씩 가서 구경하고왔습니다.
국내 레진 피규어의 선구자였던 켈베로스 프로젝트의 부스를 들러보고
정말 많은것을 느꼈습니다.
그들은 직접 일본시장을 개척하여, 행사장에서도 네임드로 통하며,
원형들이 일본 모형업체에서 PVC로 제품양산이 되어 그 이름을 일본에 알릴정도의
유명한 팀이었습니다.
이들의 모습을 직접 본 저는 그게 정말이지 부럽고 존경스러워졌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라는 의문과...
젊었을때 좀더 도전적으로 시도했다면 나도 저들처럼 될수 있었을까 라는
후회감.
그리고 조형자체가 너무 훌륭해서 조형으로 느껴지는 존경심.
이런것들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이분들이 국내활동할적에
이분들의 피규어들 마저 복제하던 그놈의 빌어먹을 복제근성은
이분들에게 국내 시장에 환멸을 느끼게 했을것입니다.
실제로 게시판에서 켈베로스 프로젝트 피규어 복제요청이 끊이지 않는걸 직접
눈으로 보고 진짜 어처구니가 가출할정도로 실망한적이 있었는데
맞습니다. 그때 그 모양새가 국내모형판의 현 주소였습니다.
저는 이 진흙탕에 뛰어들어 스스로 그 블랙마켓에 침체되어 그저 생계를 위해
만들고 깎고 칠하고 이것을 반복하며 내 젊은 세월을 전부 거기에 투자했습니다.
이쯤되면 그렇게 좋아하던 건담들이 징글징글해질만도 하죠.
더러운 업자새끼...
이런 네임밸류를 스스로 인정하며 살아오면서 지내온 모형활동이지만
적어도 작품올릴때엔 내 원형 사주세요 라는 광고가 아닌,
전 그동안 모델러 본연의 마음으로 올리기 위해 가급적 팀 닉네임도 붙이지않고 그냥
보통 제목으로 올리고 제품화를 어필하지 않으려 애를쓰며,
모델러의 모양새로 작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근데 제가 가장 싫어하는 리플이...
그냥 작품을 올렸을뿐인데도
오오 새원형인가요
나오면 사겠습니다.
이런 리플을 볼때가 가장 뜨끔뜨끔하더군요.
일명 업자 노이로제라는것입니다. ㅋㅋㅋㅋ
이제 저도 결국 그토록 원하던 취미러로 다시 돌아왔는데
그때 너무나도 열정을 많이 쏟고 제 모든걸 붑고 부어서 텅텅 비어버린
제 열정 창고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취미로 이걸 하자니
그냥 공허하고 다 의미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
거의 반년을 손 놓고있습니다.
다시 무언가를 불태울수 있는 계기가 얼른 찾아왔으면 좋겠네요.
사람잃고 돈잃고
얻은것 없는 도전이었지만 그래도
다른거 다 필요없고 이젠 모형본연의 재미를 되찾고싶습니다.
옛날로 돌아고가싶네요.
(계속)
복제를 원하는 사용자가 있어서라고 단정을 지으시면...
비유를 하자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싸움에서 한쪽을 정하는 것과 마찬가지 라고 보여져 노파심에 느리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