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부터 이모님과 사촌형들과는 자주 왕래가 있엇다.
그래서 자주 어울렸고 유머가넘치는 사촌형 A와 나랑동갑인 사촌형 B와는 허물이 없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고 왕래가 좀처럼 없었는데 내가 서울에서 몇달 신세지면서 다시 잘 지냈다.
나도 취직하고 따로 생활할곳을 마련한후에는 그냥 연락만 주고받지 얼굴을 보거나 하진 않았는데 요번에 A형이 여친이 생겼고 가을에 결혼한단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몇주전에 형이 혼수로 사용할 컴터 견적을 내달라고 했었고 나도 고심끝에 몇개를 추천해줬다. 그리고 형 결혼하면 행복하게 살라고 몇마디 해줬는데 형은 그냥 웃을 뿐이었다. 그런웃음을 보는 건 오랜만이었지.
몇일전 어머니가 서울에 오실일이 있어서 집에 내려가시기 전에 잠시 마중을 나갔는데 표정이 엄청 안좋으셨다. 그래서 왜그런가하고 물었더니 A형이 췌장암말기에 걸렸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단다.
순간 좀 어이가 없어서 30대 중반에 무슨 암이냐고 물었는데 몇번이고 검사해봐도 결과는 같았다고 한다.
이모님댁이 형편이 좀 안좋으셔서 일찍 철이든 A형은 공부는 포기하고 어려서부터 사회생활을 했었는데 내가 서울에 신세질때 몇달 같이 살아보니 거의 매일 술을 마셔댔고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게 눈에 보였다. 그래서 항상 술마실때면 술좀 자제하고 병원 가보라고 지나가는말로 몇번 그랬었는데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제서야 A형이 결혼도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려나 싶었는데 이런일이 벌어진다는게 좀 황당했다. 내 주변에는 아파서 돌아가신분이 아직 없었기도 했고.(나이들어서 돌아가신분은 있었지만 다들 장수하셨다.)
그래서 형의 상태는 어떠냐고 물었는데 계속 진통제를 맞고있는데 고통이 너무 심해서 진통제 놔도 10분이면 다시 통증이 와서 거의 쓸모가 없다고 했다. 이모님이 차라리 내가 아들 죽이고 편안하고 해주고싶다고 울면서 말했다고 하는데 이 상황 자제가 나에겐 좀 붕 뜬얘기같아서 아직까지도 현실감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 A형은 자기가 곧 죽을 꺼라는걸 모른다.
이 글을 쓰면서 형의 카톡프로필을 봤는데 이렇게 써있다.
"제발 별거아니길.. 착하게 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