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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문안] 2014.07.01 병문안 일지 (0) 2014/07/02 PM 01:33
이전 내용은 위의 링크 참조



원래 진작에 찾아가려 했으나 뇌압에 의한 통증때문에 인사불성이라서 면회가 안된다는 얘기를 듣고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주말에 삼촌이 다녀가시고 병문안 가도 될거 같다는 얘길 듣고 어제 찾아갔다.

병원에 들어가다가 로비에서 사촌형 동생 B를 만나서 인사하는데 바로옆에 입원중인 A형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주변을 둘러봤는데도 못찾아서 B형이 데려다 줬는데 너무나도 말라버린 형의 모습에 내가 알던 A형을 떠올릴수가 없었다.

6월 8일에 입원했다는데 어떻게 한달이 안되서 뼈만남아버렸는지 아연질색했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 휠체어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잠시 인사를 했는데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갑갑해 하길래 형의 친구분 두분이 휠체어를 끌고 밖으로 나가셨다.

나는 일단 병실에 들어가서 기다리기로 하고 병실로 갔는데 그곳에서 형의 약혼녀가 않아계셨고 처음뵈어서 어색했지만 딱히 할말도 없고 해서 그냥 근처에 서있었다.

그러다가 B형이 밥을 안먹었다고 하길래 나도 마침 안먹은상태라 같이 근처 푸드코트에서 가볍게 밥을 먹었는데 B형이 말하기를

"엄마가 나 빨리 결혼해서 애기낳으라고 했어"

"자식을 잃은 부모마음을 감히 짐작할순 없겠지만이해는 가네."

"그래서 아들을 낳으면 형이름으로 지으라고..."

그말에 전쟁중도 아닌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야만 하는 이모의 심정을 짐작하려 했으나 이내 고개를 젓고 밥만 먹었다.

그렇게 밥을 먹고 다시 병실에 올라갔더니 A형 친구분들은 다 돌아가시고 약혼녀 혼자 계셨다. 그 누님을 보면서 요즘세상에 이런 여성도 존재하는구나 라는 걸 새삼 깨닫고 참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말로 결혼한것도 아니고 단지 결혼을 약속하고 결혼 날자를 잡았을 뿐이라 서류상으로는 완전히 남남이다.
진짜 결혼한 부부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붙어있으면서 보살피는게 쉽지않아 도망가는사람도 부지기 수인데 그 누님은 거의 한달동안 회사도 그만두고 붙어서 지극 정성으로 간호를 했다.

계속 A형의 오른팔을 주무르고 있는 누님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뻔했는데 가까스로 추스르고 내가 주무르겠다고 하고 안마를 했다.

"루델아 오른팔에 감각이 점점 사라져"

"형 통증은 느껴서?"

"느껴졌다가 안느껴졌다가 그러네. 나중에 시간나면 내 오른 어깨랑 팔이 안움직이는데 왜 그러나 한번 찾아봐줄래?"

"응. 조사 해볼께"

그렇게 한시간 좀 넘게 주물렀는데 안마를 해본사람은 알겠지만 힘을 들여서 안마를 한다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서 나도 모르는새에 이마에서 땀방울이 떨어졌는데 형이 그걸 보구선

"힘들면 그만해도 돼"

"아냐. 난 신경쓰지마. 내가 요새 살이 오른이유가 형 안마할거 알고 그랬나보네"

하고 씩 웃었더니 뒤에 있던 누님이 동생이 다들 착하네 하며 슬프게 웃었다. 그렇게 한두시간 더 주무르다가 형이 갑자기 두통을 호소해서 몰핀 맞는거 보고 다시 팔을 주무르다가 잠드는걸 보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가는길에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한쪽 팔이 감각이 사라지는 원인은 종양때문에 신경이 눌려서 그렇다고 나와있다. 그런데 사실 검색할 필요도 없었다. 밥먹으면서 B형이 얘기해줬다.

종양이 오른팔까지 번져서 오른손에 마비가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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