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내가 고등학교1학년때 이야기.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입학한지 얼마 안되던 때라 아는친구도 적었고 반 내부 분위기도 서로 잘 몰라서 서먹서먹한 분위기 였다.
특히 나같은경우 나와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한 중학교 친구가 전교에 나포함해서 딱 셋인데 그것도 전부 다른반이어서 반에 있으면 아는사람이 한명도 없기에 꽤나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좌석배정을 다시했고 내 짝궁으로 온 친구A는 같은 남자인 내가보더라도 정말 잘생겼던 친구였다. 웃으면 주위에 빛이 난다고 해야할까? 소녀만화에나오는 병약한 미소년 같은 친구였다(내가 소녀만화를 어떻게 알지?) 그친구 별명이 '원빈' 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같은 수업을 받고 밥도 먹고 그러다가 금요일인가 토요일날에 컴퓨터 자격증 실기시험을 보러갔어야 했는데 꽤나 외진곳이라 가는데 시간도 오래걸리고 교통편도 마땅찮은 곳이었다. 그래서 혼자가기가 좀 꺼렸는데 마지막 수업 끝나고 청소할때 농담으로
"나 실기시험 치러 ??대학교 가야하는데 같이 갈래?"
라고 물었는데 그 친구는 흔쾌히 같이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물어본 나도 어이가 없어서 거기가면 시간 많이 뺏기고 나 시험볼때 너 혼자있어야 하는데 왜 같이오냐고 물었고(지금생각하면 얼마나 철이 없었는지...) 그친구는 그냥 말없이 웃었다.
그렇게 1시간 30분동안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서야 목적지에 도착했고 나는 시험장으로 향하기 전에 어디서 기다릴거냐고 물어봤고 그친구는 교실 바로 옆에서 기다리겠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난 시험을 치러 교실에 들어갔고 시험이 끝난후 천천히 나오는데 여학생들이 한곳에 몰려있었다. 그러나 난 친구를 찾고 집으로 가야했기에 그쪽에 별관심을 안두고 A를 찾고 있었는데 여학생들 사이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해서 쳐다봤더니 여학생들을 제치고 A가 걸어왔는데 와 진짜 후광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그렇게 여학생들에게 쫓기듯 학교밖으로 나와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내가 궁금해서 물었다.
"근데 나 왜 따라온거야? 너도 할게 있을테고 여기까지 오는거 귀찮지 않아?"
"음.. 친구가 부탁하는데 어떻게 거절할수 있겠어? 게다가 나에게 뭔가를 부탁한거는 네가 처음이거든."
대답을 듣고 심장이 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리라.
내가 어색한걸 피하려고 이런저런 잡담을 했고 그렇게 얘기하다가 A를 먼저 집에 데려다주고 나는 거기서부터 1시간동안 집으로 걸어가면서 생각을 했다.
만약 나라면 누군가가 같은 부탁을 했을때 A같이 망설임 없는태도로 허락을 할수 있을까?
싱숭생숭한 마음은 손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이렇게 까지 친해지고 싶다라는 감정을 느껴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날 봤던 시험은 결국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