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갔다가 냉장고 빈거보고 장볼려고 차끌고 마트에 갔다.
적당히 골라서 오다가 근처 빵집이 보이길래 빵도사고 이것저것 사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갔는데 마침 운이 좋아서 인지 엘레베이터 바로 앞에 두군데가 비어서 주차할수 있었다. 바로 이어서 뒤따라 오던 차량도 주차를 하는것까지 확인하고 내렸다.
충동구매로 구매한 귤박스 때문에 어떻게 가지고 가야 좋을지 잠시 짐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내 바로 옆에 주차한 차량에서 부모로 보이는 젊은 부부와 한 초등학생쯤 되는 애로 보이는 꼬마아가씨가 내렸다.
차량 한대가 더 와서 꽉찬 주차장을 보고는 지하 2층으로 가는게 아니라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했나보다.
두꺼운 패딩차림의 꼬마아가씨가 부모에게 물어봤다.
"아빠 왜 가깝고 넓은 저기에 주차 안하고 여기다 하는거야?"
마침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차주가 내렸는데 젊은 아가씨였다.
아빠로 보이는 사람은 꼬맹이를 안아들더니 말했다.
"저기는 장애인 들만 주차할수 있어.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은 저기에 주차하면 안돼."
꼬마아가씨가 되물었다.
"장애인이 뭐야?"
아빠로 보이는 사람은 조금 곤혹스러운 표적을 지었던것 같다. 적절한 설명을 하기 힘들었을까?
"몸이 아프거나 정신에 문제가 있거나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해"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젊은 아가씨는 엘레베이터로 향하다가 움찔하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표독스럽고 화가났다는 표정이었다.
"아저씨 지금 저보고 장애인이라고 하신거에요?"
지금이 겨울이긴 하지만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겨울 바람이 불어오진 않는다. 다만 심리적인 바람이다.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칼날이 아스라이 지나간다.
와이프로 보이는 여성이 나서서 상황을 진정시키려고 나섰으나 남편이 꼬마아가씨를 부인에게 넘기며 말했다.
"장애인 전용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사람을 장애인으로 보는게 잘못됐나요?"
침착한 남편의 대응이었지만 여자의 기분은 더욱 나빠졌나보다. 표정이 더욱 험악해졌다.
"아니 뭐 미친 사람이 다었어? 아무리 그래도 다짜고짜 사람을 장애인으로 몰아요?"
여자의 궤변이다. 분명한 여자의 잘못이었고 자신의 기분이 더 중요할 뿐이겠지. 안타까웠다.
이미 짐정리는 뒷전이었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가지 이유때문이었다.
남편은 여전히 약간은 웃는 얼굴로 침착하게 대응한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장애인이 주차하는건 당연한 상식이에요. 멀쩡한사람이 주차해놓고 따지는게 더 웃긴거 아닌가요? 그리고 장애인은 욕이 아니에요. 뭔가 착각하고 있는거 아닙니까?"
여자가 더 화가나서 씩씩대려고 했는데 나도 더이상 지켜보는건 시간낭비라고 생각되서 일부러 트렁크를 세게 닫았다.
세명의 가족은 미리 알고 있었나본데 그 젊은 아가씨는 깜짝 놀란모양이다.
젊은 아가씨가 말할 타이밍을 놓친 틈을타 장본것을들고 젊은 부부에게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주신 감은 잘 먹었습니다. 말린 감이 이렇게 달달한줄은 몰랐네요."
그 젊은 부부는 내 바로 윗층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 꼬마아가씨가 종종 집안에서 뛰는바람에 젊은 부부는 아래층에 사는 내게 미안하다며 감을 준적이 있었다.
화를 내던 젊은 아가씨는 내 얼굴을 한번 보더니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버렸다.
나는 멍한 얼굴로 젊은 부부에게 말을 건냈다.
"요즘 학교에서는 윤리나 도덕같은건 안배우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