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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필리핀 튜터 제이슨 이야기 (0) 2014/04/30 AM 02:18
필리핀에 가고 나서 한달정도는 이것저것 삽질하랴 싸돌아 다니느라 좀 정신 없었다.

그러다가 학원을 다녔었는데 뭔가 내가 원하는 수업방식도 아니고 별 도움이 안되는듯 하여 학원을 그만두고 그 유명한 튜터를 고용해보기로 했다.

보통 한국인들이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갈때 여성 튜터를 고용하고 문제가 생기는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이야기를 좀 듣다보니 여성 튜터를 고용하는건 좀 께름직했는데 아는사람 소개를 받았을때 전부 여자밖에 없어서 어쩔수 없이 여성 튜터를 고용해야만 했다. 그렇게 한 일주일 수업을 했을까? 딱히 학원보다 나은게 없는것 같고 돈만 많이 들어가는거 같아서 불편했다.
한가지 장점이라면 선생이 내 집까지 와주니까 그거 하나는 편했다.

그날 저녁밥 먹으러 1층으로 갔는데(내가 하숙하는곳은 반지하였음) 처음보는 흑형이 같이 자리하고 있었다. 밥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길 해보니 치대다니는 학생이라고 했고 B군을 가르치는 새로운 튜터라고 했다. 이런저런 얘길 해보니 제법 튜터 경험은 많아보여서 나도 혹시 가르쳐줄순 있겠냐고 물었고 생각좀 해본다고 하길래 알았다고 하고 원래 날 가르치던 튜터 두명을 해고했다.

그렇게 3일정도 지났을때 다시 저녁식사를 같이하게 됐는데 그때 시간이 괜찮을거 같다고 나의 튜터가 되어주기로 했다. 시급은 제법 쎘는데 기존 여성 둘의 시급보다 두배는 나갔다. 그래도 돈값은 하겠지라는 생각에 제이슨과 수업을 하기로 했다.

사실 처음 그를 보았을때 조금의 두려움이 있었다. 완전히 검은 피부색에 완전 하얀 눈동자를 보니 신기하면서도 미지의 존재 같았으니까(사실 백은은 종종보는데 흑인은 태어나서 처음봤다)

그렇게 수업을 두어달정도 했을때 의사소통에서는 크게 무리가없었다. 자연스럽진 못해도 하고싶은 말은 다 했었으니까. 그러다가 잡담을 하게 됐는데 사실 나는 제이슨에대해서 대학과 이름말고는 아무것도 몰랐다. 심지어 나이조차 몰랐으니까. 그래서 가벼운 신변잡기 대화를 했는데 서로 꿈이 뭐냐 목표가 뭐냐 뭐 그런거였다. 제이슨이 나에게 목표가 뭐냐고 물었을때 나는 그냥 먹고살정도의 돈과 행복함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피식웃는 제이슨을 보면서 너는 꿈이 머냐고 물었을때 제이슨은 무척 쾌활한 목소리로 답했다. 소말리아로 돌아가 치과를 차리는게 꿈이랬다.

그때 처음알았다 제이슨의 출신이 소말이라 라는것. 그래서 물었다. 너 치대나오면 편한길이 있는데 왜 굳이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소말리아로 돌아가냐고. 그때 제이슨은 자기도 잘모르겠다고 했다. 그냥 왠지 그래야만 할거 같다고 하는 그를 보니까 속이 좀 먹먹했다. 일제 강점기때 독립운동하던 독립투사의 심정같은걸까? 항상 자신감에 차있고 너희 동양인들은 제스쳐를 너무 사용하지 않는다며 큰소리 치는 그를보다가 머뭇거리는걸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지금처럼 국가에 대한 불신이 가득할때 힘없이 고개를 떨구던 제이슨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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