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mm 이상의 비가 쏟아진 3일 오후 서울 종로 젊음의 거리. 이 곳을 걷는 여자 10명 중 7명 꼴로 레인부츠를 신고 있었다. 종로는 물론이고 홍대·광화문·시청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그
럼에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레인부츠를 바라보는 남자 네티즌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남자 트위터리안
'dungeonkim'은 '이번 레인부츠 유행은 '파워숄더(어깨 패드가 과하게 들어간 옷)' 이후 가장 공감하기 어려운
유행이다', 'memento_ji'는 '레인부츠가 핑크색인데 왜 난 마미손 고무장갑이 생각이 나는 것일까'라는 글을 올렸다. 남자
네티즌 사이에서 '핑크색 장화=고무장갑, 노란색 장화=모내기용, 남색 장화=수산물 시장'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여자친구에게 '장화'라고 하면 혼나
'
레인부츠'라는 명칭도 논란거리다. 한 온라인 익명게시판에는 '여자친구에게 장화 신으면 불편하지 않느냐고 말했다가 혼났다.
'레인부츠'라고 부르라는 교육까지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논란에 대해 ID 'qwre'은 '일단 레인부츠라고 명명하는
것부터 꼴 같지 않다', 'fogo'는 '죄다 '헌터부츠'로 알고 있음'이란 댓글을 달았다. '헌터'는 심플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여심을 사로잡은 레인부츠 브랜드 이름이다. 직장인 임상혁(28)씨는 "레인부츠 스펠링은 제대로 알고 있는 지 모르겠다. 한글은
촌스럽고 영어는 세련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대답했다.
여자들이 즐겨 신는
'헌터'·'락피쉬'·'에이글'의 레인부츠는 15만원 선. 남자들은 '무슨 장화 가격이 15만원이나 하냐'는 속내다. 아주 일부이긴
하지만 명품 브랜드 '샤넬'의 레인부츠는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81만원에 팔고 있다. 남자 대학생 박민수(25)씨는
"발이 젖지 않기 위해 신는다면서 비싼 레인부츠를 신을 이유가 없다. 여자들의 허영심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시사철 신는데 뭐가 문제
여자들은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고가의 레인부츠만 있는 것이 아니며 2만원대의 저렴하고 실용적인 레인부츠도 많다고 지적한다. 이를 두고 '된장녀'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한다.
여
자 네티즌 ID 'absicht1'은 '남자들이 즐겨 입는 피켓셔츠 깃 세우면 현빈, 흰색 민소매 티셔츠 입으면 다 2pm 같다고
착각하는 게 웃기다'라고 반박했다. 여자 직장인 김수진(25)씨는 "레인부츠가 다소 고가라 하더라도 사시사철 신을 수 있어
사실상 과소비가 아니다. 잘 닳지 않는 소재여서 한 번에 잘 골라야 한다"면서 "'장화'든 '레인부츠'든 남자들에게 큰 피해가는
일은 아니다. 왈가왈부하는 게 더 유치하다"라고 밝혔다.
우산도 촌스러우니까 엄브렐라라고 부르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