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되고 싶다고 카카오톡으로 처음 그 사람이 제게 말을 걸어주었던 때로부터,
11월 14일인 오늘이 서로 알게 된지 100일째 되는 날입니다.
전 지금도 신기해요.
멀리 떨어져 있는, 그것도 얼굴을 마주 본 것도 아닌 사진을 몇 장이고 교환하여 얼굴을 보고
전화로 목소리를 듣고 기뻐하고
가끔씩은 몸도 아프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처지상 확인할 수도 없는) 의혹이나 의심으로 서로 앓다가
솔직한 대화로서 몇번이고 그 고비를 넘어서 관계가 소원해지지 않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만나지 않았다 뿐이지, 지금 세달 남짓 넘는 기간동안 서로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보고 싶어하고.(막연한 혼자만의 상상은 아닙니다 -_-; 확인할 계기가 있었겠죠?)
예전 대화들을 되돌아서 다시 보면서, 지금은 예전보다 대화가 줄었네 하며
혼자 풀이 죽고 속이 쓰려오던 때도 있었고(물론 그런거야 지금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또다시 아침에 서로 전화를 하면
그런 스트레스가 남김 없이 따뜻한 기분으로 바뀌거든요.
못나고 모자라고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저를 귀엽다고 보고 싶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는게
그것도 아직 한번도 만나지 못한, 만나려면 바다를 건너야 하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그러한 관계를 숱한 스트레스나 고생을 겪으며 몇달이고 유지해온게
제 자신이 행복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러면서 크게 느낀 점은
그런 관계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정신적인 고통이나 고민은 다 내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많고
하나하나 육성으로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오해와
그리고 그러한 서로의 관계가 오래 지속되면서 찾아올 수도 있는 익숙함
또한 거기서 생겨나는 의혹이
너무 힘들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합니다.
12월께가 되면 그 사람의 건강이나 상태를 봐서
예정대로 그 사람이 한국에 오던가, 혹은 제가 일본으로 가던가로 서로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딱히 이변이 없다면요.
혹시나 행여나 그런 순간이 오지 않을까봐라는 노파심에 두려워지고.
저도 그 사람도 몇번 씩 무언가가 찾아왔을지도 모릅니다.
무언가라고 표현을 했지만, 차마 그걸 입에 담기가 두려워요.
거리를 지나가면,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예쁘고 멋지고 괜찮은 사람들.
헌데, 머릿 속에서 그 사람이 잊혀지지 않아서 계속 그러한 것에 거리를 두게 되고.
언젠가 만나는 날에 그 사람 눈을 바라보면서 흔들리지 않고 말하고 싶거든요.
허나 만약 지금 그 사람의 관계가 상실되고,
이제까지의 추억이 소용없게 되는 날이 갑자기 와버리면
난 그때 어떤 인간이 되서 어떤 생각으로 살아갈까라는 마음이 제 자신을 정말 두렵게 합니다.
그리고, 후에 서로가 만나서 만에 하나 억에 하나
서로에게 가지고 있던 예전의 감정이 식어버리거나 실망하게 되어
그것이 변해버리면 어떻게 하나하는 생각도 떠나지 않고.
아무 확신도 없고 예정도 없는 것에 목을 매달고 지쳐가는 것에 힘들기도 하지만
그것도 이젠 습관이 되어 그 사람을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사람을 만나서 손을 잡고 못 전했던 마음을 다 털어놓고 싶은 마음도 너무너무 강하지만
그 후에 저와 그 사람은 어떻게 될까. 그것이 두렵고도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아요.
이러한 꼴을 보고 비웃으시거나 납득이 안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또한 좋게 바라봐주시는 분들도 있으실 거구요.
하지만 한번 쯤은 털어놔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두고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