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부터 토일까지 3일간 지옥을 맛보았습니다.
금요일 저녁에는
좋아하던 사람과의 관계가 끝났습니다.(지난 글을 참고하세요)
퇴근 길에 메일로 통보를 받았고, 전 분노와 아쉬움과 함께 운전을 했죠.
그런데 집에 딱 도착해서 문을 여니, 배가 고픕니다.
어 라면이 있던가 하고 무의식중에 찬장을 뒤지던 순간 자각했습니다.
어쩌면 그 사람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 그 사람과의 관계에 지쳐있었을지도 모른다고요.
돌아오는 게 적은 심적 투자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어찌보면 무언가 잃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우울함과 쓰라림을 씹어삼키며 잠에 들었는데
토요일 새벽.
거래처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고장 문제로 와달라고...
제 일 특성상 한 달 당직이 걸리면 저희 회사 프린터가 들어가있는 거래처가 야간 작업이 있을때 프린터에 문제가 생기면 가서 손을 봐줘야 합니다. 여차저차한 이유로(보아하니 프린터 문제는 아니고 서버 문제인 거 같은데) 전화가 왔고...
그렇게 새벽에 깨니 오만 짜증이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어제 못다 느꼈던 고통이 다시 몰려오고요.
화를 삭히며 차를 끌고 원룸에서 빠져나와 좁은 사거리로 접어들던 찰나.
왼쪽에서 오던 BMW세단이 제가 탄 차를 들이받았습니다.
태어나서 운전 중 차 사고 경험은 처음이었고, 어떻게 뭐부터 해야할지 막막하더군요.
근데 사고는 둘째치고.
다친 곳은 없었지만, 차 안에서 눈물이 나는 겁니다.
그냥 제 꼴이 우스워 보였어요.
얼마 안되는 월급 번다고 이러고 있는 것도 원망스럽고,
넉 달간 이어간 애틋한 관계가 깨어진 것이 다시 되새겨지고.
전 멀쩡한게 아니었습니다.
무연중에 제게 닥쳐온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뿐이었어요.
그렇게 보험사 직원 불러서 사고 처리를 하고
어찌저찌해서 일산에 도착.
근데 도착하니 역시 프린터 문제가 아니더군요.
여튼 오전 10시 정도 집에 도착해서 잠깐 자다가
3시 반 정도 일어나서,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싶어서 근처에 중국집에 갔습니다.
자장면 곱배기를 시키고, 주문한 음식이 나온 순간
거래처 관련으로 저희 회사 이사(님자는 안붙입니다. 붙이기 싫은 새끼예요)에게서 전화가 왔고, 부품 몇개를 가지고 오라는 지시였습니다.
ㅆㅂ......
자장면 곱배기를 5분 만에 먹어치우고 다시 차를 몰고 갑니다.
그러나 대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월요일날 작업하기로 결정봤으니 일단 집에 돌아가라고 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 끝났구나.
싶어서 집에 와서 5시 정도 넘었는데
형으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탄 차가 교통사고가 났다네요.
일요일엔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크게 다치지 않으셨지만 그래도 걱정입니다.
가해자놈 눈에 띄면 부셔버리고 싶을 거예요.
오늘 월요일이 되서는 그나마 기분이 나아져서 집에 돌아왔더니
....보일러가 고장났습니다 -_-
그냥 그건 이런일도 있구나...하고 넘기시고, 사고난건
정말 안타깝네요;; 나쁜일이 있으면 좋은일도 있다고
기운 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