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추구하던가
모두를 추구(?)하고 나를 버리던가
여러분은 어느 쪽을 택하고 생활하고 계신가요?
새로 들어간 회사 수습기간 3개월이 끝나갈 무렵에 가진 회식자리였습니다.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창고로 상품이전작업을 하느라 전 직원이 나와서 늦게까지 일을 하고 회식자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침 이번에 승진하신 분들도 있고 해서 축하겸으로 가진 자리이기도 했네요.
1차에서 그다지 즐기지 않는 조개찜에 못 먹는 술을 곁들여 먹었고,
2차에선 노래방에 가서 원치않는 분위기에서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노래를 해야 했습니다.
몇 분한테 들은 얘기는(정확히는 업무적으로 마주칠 일 없는 여직원 대리 한 명,그리고 같은 부서 대리 한 명)
한 명은 "OO씨는 다른 사람들과 좀 더 어울릴 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걱정되서 하는 얘기인데, 그리고 솔직히 전 아직 OO씨를 잘 모르겠어요 #$)%(@#^&@#" 등등
이 분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웃음 밖에 안나오더라구요.
"전 ㅁㅁ대리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이해가 잘 안되네요. ㅁㅁ대리님이 업무적이든 남는 시간이든 저와 거의 마주친 적도 없고 진득하게 짧은 얘기라도 한번 나눠본 적 없으신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고 회사 직원들하고 아무런 교류도 없이 벽 쌓아놓은 사람으로 보시는 건가요?"
"OO씨는 소개팅 많이 해보셨죠?"
"그다지요."
"소개팅에서 한번 보면 딱 알잖아요?"
점점 들으니 어이가 없어집니다. 빗댈게 따로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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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한 명(같은 부서)은 "잘한 일은 유야무야 넘어가지만 못한 일은 눈에 밟히는 법이라며 그걸 완화하기 위해서는 회사에서의 친교관계, 정치(...)에 대해 민감해야 한다며.
제가 입사하고 나서 사건이 있었습니다.
예전 마이피에도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업무 중에 드릴에 손가락을 다친 적이 있었습니다(제 불찰은 아니었고요).
그걸 산재신청했다고 몇개월이 지난 지금도 입에 담고 개념없는 사람 취급하며 씹어대는 걸 보면 씨발 진짜
그리고 술자리에서 살갑게 술 따르고 돌아다니지 않은 것도 그렇고, 여튼 일만 잘해서는
지저분하게 늘어놓았지만 요점은, 제가 좀 더 다른 사람들하고 엥기고 해서 친밀하게 구는 모습을 보이라는 건데
진짜 듣고 있으면 웃기죠
아니 내가 무슨 술자리 아닌 업무하신 날들 동안 입 닫고 벙어리처럼 있었던 것들도 아니고
전 제가 술을 할 수 있는 몸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그 외의 일상적인 업무시간에는 수용적인 태도를 갖추고 업무적으로 실수없게 항상 노력하고, 제가 아주 시끄럽고 활발한 타입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의식하면서 없는 말이라도 더 건네고 같이 운행나가는 경우에는 말이라도 한마디 더 걸고 친해지려 하는 마음 가지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말 진심으로요.
어제 정말 서럽고 할 말 많았는데 지금도 글로 넋두리를 풀어놓으려 해도 말이 쉽게 정리가 되질 않습니다.
끝났는데 괜찮으면 술 한잔 하자. 밥 먹고 가라. '강요하는거 아니다' 라는 건 다 저를 떠보는 거였고
손가락 다치고 나서 병원에서 입원할지 어떨지 정하라고. 니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해라는 것들도 결국 다 사람 시험하는 거였고
회식 밤늦게 끝나고 다른 직원분하고 같이 걷다 헤어지기 전에 지금 처지나 회사 분위기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위에 두 사람들한테 들은 얘기를 하며 대화를 하다가
'OO씨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을 버리고 저기에 맞춰서 살아갈 거예요? 아니면 OO씨의 뜻대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거예요?
아까 시끄럽게 마이크잡고 사회보고 하는 ☆☆대리님 윗사람들한테 잘 까불고 하면 그게 과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정답일까요? 그 사람은 8년동안이나 대리인데. ◇◇주임이 아까 노래방에서 잘 놀고 노래도 하고 앞에 나서서 뭐 하고 하던가요? 아니죠. 그런데 ◇◇주임님이 회사에서 과연 지금 인정을 못 받고 있을까요? 글쎄요.
답이 없는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OO씨가 선택을 해요. 어떤 식으로 헤쳐나아갈 건지. 그런데 여기 다니는 사람들 다 30년 넘게 인생 살아온 사람들인데, 하루 아침에 쉽게 바꿀 수 있을까요? 절대 안되요. 난 OO씨의 뜻대로 해 나가길 바라요.'
하는 얘기를 끝으로 집으로 돌아왔었습니다.
수 많은 것들이 떠오르네요.
노래방에서 그렇게 앞에 나가서 흔들고 노래하고 하는 저 사람들이 과연 즐거운 건가.
나한테 태도 바꾸라며 하던 대리는 테이블에 올라가서 탬버린 들고 미친 듯 놀다 자빠지고 하는데 저 사람은 과연 뭘 위해서 저러고 있는 건가.
직원들이 행복하길 바란다는 제일 윗사람은 이러한 것들을 방관하면서(알고 있는지 이미 아는 건지 모르겠지만) 과연 뭘 원하고 있는 건가.
수습기간이 다음달 중순이면 끝나는데, 그 전에 큰 선택지에 놓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이유로 수습기간은 마쳤었는데, 이번에는 어떨까요.
직장생활의 지속여부를 떠나,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문제가 다시 생각났습니다.
내가 인생에서 추구해야할 것은 무엇이며, 아직 시간과 젊음이라는 기회를 가진 시점에서 나는 어떠한 선택을 하며 살아야 곧 죽어도 후회 가벼운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끝으로 여담이지만, 만에 하나 이번 수습기간에서 해지 통지를 받으면
제 인생에 있어서 보편적(?)인 회사생활은 이것을 마지막으로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정말 할 만큼 했거든요. 그래도 내가 후회스럽지 않고 나라는 사람을 최대한 잃지 않는 선에서 불합리한 것들에, 표리부동한 것들을 마주하고 노력해서 업무적으로 인정받고 헤쳐나가보려 했으나... 제 인생에서 찾아온 단체들에 있어서 그것이 통하지 않았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 위에서 언급한 대리가 말했던 정치라는 단어는 지금 생각해도 무섭네요. 여러가지 의미로.
자기 편을 만들고 쉽게 못건들 사람이 되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