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도 넘는 시간.
장거리 연애였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그 사람은 일본에서.
흔치 않은 케이스지요?
몇개월에 한 번 여행가면서 서로 만나고.
저 자신도 신기합니다. 스스로도 세어보니까 4년 4개월이 지났네요.
알게 된 건 어찌저찌하여 메일 친구로 지내다 카카오로 연락을 하게됐고,
처음 톡을 시작한 날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연락을 빠트린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이 전화였고, 전화가 안되는 날은 글자였죠.
대충 2년 정도 됐네요.
그 사람을 맘 속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별로라 느끼는 외모를 탓하고,
나도 지나가는 저런 여자들, 혹은 어린 학생들 처럼 이런저런 연애하고 싶다 생각을 했던게.
하지만 속물인 제가 신경쓰고 있는 외모를 제외하면, 마음씨는 정말 착하고 상냥하면서 저만 생각해주는 때묻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요리도 곧잘 하구요.
4년간 관계를 이어오면서 단 한번도 크게 싸워본 적도 없고, 성격도 잘 맞았으며 제 개인적인 취미에도 잘 이해해주고
드세게 밀고 들어오는 성격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어릴적부터 제 자신에게 외모에 자신이 없던 것도 있었지만은, 그 사람과 같이 사진도 별로 찍기 싫었고
손 잡고 다니면서도 거리를 지나가는 이 사람보다 더 날씬하고 예쁜 모습을 한 여성들과 비교하면서
부러워했었습니다.
저도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사람에게 외적인 이런저런 것들을 권유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보니
도저히 해선 안될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와는 5살 연상의 차이가 있고, 그 사람은 30대 후반의 결혼 적령기를 슬슬 벗어나려는 나이라
그 분의 부모님께서도 걱정을 하는 부분, 그리고 전 아직 결혼같은 것을 생각할 여유나 마음이 안되어있는 것도 있었으며
정말 제 자신의 마음가짐을 돌아보니 이 사람의 인생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그 사람이 정말 진심으로 정이 떨어져서 헤어지려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 사람이 슬퍼하고 우는 모습을 보는 게 아프고 싫어서 계속 버텨왔지만
오늘에서야 말을 했습니다.
남들하고 계속 비교만하는 나는 더 이상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요.
그리고 더불어 지금 내 자신의 미래도 이 나이 먹고서 불안하게 여기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람의 인생을 맡을 주제도 없기에
그 사람이 준 선물과 편지는 도저히 평생 버릴 자신이 없지만
헤어지자는 말을
이제는 각자의 위치에서 힘내자는 말로 꾸며서 뱉어냈습니다.
이게 잘한 짓인지 뭔지 아직도 도무지 모르겠어요.
현명하게 한 건지
옳은 건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건
아마도 그 사람이 힘들어하는 게 너무 보기 힘들고 가슴이 아프다는 거예요.
오늘 비행기 안에서 얼마나 눈물이 났는지 모릅니다.
못해줬던 것들만 생각나고.
그 사람이 2~3개월 정도 같이 살아보고
지금 관계의 행방을 정하고 싶었다는 말을 끊지 말았어야 했나
그랬다면 지금 난 또 어떤 마음으로 여기 않아있을까
별의별 생각이 듭니다.
역 앞에서 헤어지기전
그럼 이제부터는 친구로써 지내는 거지라는 말에 어쩔 도리도 없었던
헤어지잔 말을 뱉고 있는 저를 보면서도 울지 말라고 얼굴 찌푸리지 말라고 하던 그 사람
적어도 제주도는 같이 갔다온 다음에 끝내자고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
그 사람이 한국에서 많은 추억을 만든 곳에는 항상 내가 있었고
나도 누군가와 서울이나 지방 곳곳에 추억을 만든 건 그 사람이 처음이었는데
지금 내가 오늘 그 짓거리를 한게 잘 한건가 하는 생각
그렇게 원하는 대로 이제 다른 여자들 속 편하게 만날 수 있게 됐는데 어떤 기분이냐 하는 생각
사랑한다는게 정말 뭘까 하는 생각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