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0대 초반인 저지만 토요일 갑작 스럽게
(제 마이피의 테마인 갑자기를 일부러 맞춘게 아니라 진짜로 갑작스럽게;;;)
초등학교 6학년 저희반 동창회가 열렸습니다.
당시 남자애들과 여자애들 모두 잘 노는 애들이 모였었고, 여자애 중에선 전교회장애도 있었고...
저희집 옆집에 살던 애도 있었고.. 키가 가장 큰 남자인 저와 가장 큰 여자애가 있는 반.
그리고 가장 작은 녀석도 있는 반이었고... 왕따도 엄청나게 심했던 반이죠.
전교회장 여자애의 주도하에 1학기 초반엔 대상이 저였고,
한 5월쯤 되니까 안경쓰고 말을 심하게 쏘아붙이는, 한마디로 성격이 좀 표독스러운 여자아이
그러다 여름방학 직전엔 다시 저였고...
여름방학이 끝나고 제가 살을 엄청나게 무진장 빼갖고 오자
살이 찐 이유가지고 놀릴 감을 찾던 아이들에겐 살이 찐 여자아이 하나를 정말 심하게 괴롭혔습니다.
저와 그 안경쓴 여자아이에 대한건 아무래도 반 내에서도 같이 어울리는 친구가 존재했고,
저는 살쪘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습니다만, 여름방학때 20kg이나 감량했었고, 또 한창 2학기때 몸이 안좋아
입원까지 했는지라 저는 완전히 배제됐었고...(게다가 그때 이미 키가 185정도 됐는지라 그것도 아마;;)
근데 그 살찐 여자아이에 대한 괴롭힘은 정말 지금 생각해도 도가 지나칠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일부러 친하게 몇일 친하게 지내주는 척 하다가 번화가쪽에 어디 데려가서 그 곳에서 심하게 망신을 준다거나..
그 아이 어머니도 살이 찌신 편이었는데 어머니 앞에서 어머니때문에 너도 살이 쪘다고 욕을 한다거나...
지금 기억 나는게 이정도지, 하나하나 따져보면 엄청 많았을 겁니다.
본래 왕따를 당하면 어떻게 반응을 하느냐에 따라 그 괴롭힘의 정도가 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남자애들과는 트러블 거의 없고, 남자애들이 괴롭힌다 싶으면 그냥 쥐어패버렸고...
그런 애들중에 심하게 다치는 애들이 발생하는 덕에_-;;;
그런 상황에서 여자애들이 뭐라 하면 차마 여자애들을 때릴 순 없으니 전 말로 크게 뭐라 하고...
그러면서 무한 말배틀 이루어지고...
괴로우면서도 즐거운 생활이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제가 이렇게 포장하고 싶은 걸지도 모릅니다. 제가 왕따를 당한건지도 애매하고... 제 버릇인 오버띵킹일지도 모르며, 왕따를 당했다는 것 자체가 그리 좋을 수 있는 기억도 아니고, 오히려 이때의 기억때문에 전 중학교 올라가서 부터 조금 놀게 되버렸으니..)
오늘 진짜 아주 갑작 스럽게 동창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전 그때 기억을 그리고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으므로, 친구들과 연락을 그리 하지 않고 지냈고,
또 저와 트러블이 많았던 그 전교회장 아이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저 또한 마침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지라, 아마 애들이 일부러 오기 싫어서 핑계댄거다 하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욕 많이 먹었다고 알고 있어서 20살 이후로는 연락 되는 애들도 거진 연락 안했죠..
다만 다들 동네 살고 있어서 가끔 보는 정도..
오늘 애들이 동창회 약속을 잡고 구월동쪽에 모여있었고, 저는 동생과 둘이서 쇼핑 나와 있었죠.
(마이피 첫글에 주인공으로 등장하셨던 그 개년 맞습니다 ㅋ)
동생과 쇼핑 마치고 커피 한잔 하려고 이토타워있는 쪽에 커피빈에 들어가서 앉아있었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
전교회장 여자아이와 옆집 살던 여자애, 그리고 단발머리 했던 묘하게 나한텐 친절했던 여자애랑
반에 있던 쌍둥이자매중의 동생인 애가 각각 둘씩이나 있었는데 걔네랑 걔네들 언니들이 있더군요..
동생과도 구면인 애들이기에 우와 오랜만이다 하고 합석을 했는데... 오늘 동창회라고 하더군요 ㅋ
왜 연락 안했냐~ 연락 안해서 미안하다~ 너도 와라~ 하길래...
"에효~ 내가 가서 좋을일 있냐~ 애들 볼라면 좋은 꼴로 봐야지 모자써서 머리도 엉망이고, 수염도 기르고 있는데~"
해서 거절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 동생년이!!!
"집에가서 내가 왁스질 해줄께~ 면도야 하면 되는 걸 가지고 뭘 그리~"
어효_ㅠ.... 결국 별로 나오고 싶지도 않았던 동창회에 나가게 되버렸죠..
집에가서 비니쓰고 있던 모자때문에 머리도 다시 감고, 면도도 하고
(제가 면도를 못하는 건지 몰라도 한 한달반 정도 길렀는데 면도만 한시간 걸렸어요;;;)
동생이 왁스로 머리 만져주고... 여자친구랑 깨진뒤로 입을일 없던 옷 제대로 오랜만에 꺼내입고 나갔습니다_ㅠ
가니까 다들 오랜만에 본다며 환영해주더라구요. 스벅에서 만난 애들이 제 얘기를 안했나 보더라구요.
동창회 모임이야 오랜만에 모이는 거다 보니 다들 뭐하고 지내냐, 너는 왜이리 변했냐 넌 왜이리 똑같냐 얘기인데..
저는 과거 일도 있고 가뜩이나 등치때문에 튀는데 괜히 나서서 뭐 나대고 그러고 싶진 않아서 가만히
그나마 연락 하고 지냈던 애들이랑 아주 친했던 애들이랑 세상이야기나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난데없이 대학이야기가 나와서...
근데 다들 어째 조용~해져갖고...;; 한 여자애가 어디 다니냐고 묻는데
"어~ 나 djeldjel다녀~" 하고 무의식적으로 말해버렸는데(전 그냥 서울에 있는 보통 4년제 대학 다닙니다..)
다들 와 너 좋은데 갔네~ 하고 괜히 주목 받아버려서... 기분은 좋은데 왠지 찝찝하고...
제가 또 오버띵킹 하는 건진 몰라도, 분명 그 당시엔 저보다 공부 잘하는 애들도 많았고,
제가 그렇게 공부 잘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수시로또가 터져서 대학에 온지라...
또 살펴보니까 남자애들 전부다 현역인데 저만 공익이고...;; 저만 지금 아직 제대 안했고;;;
괜히 주목받는게 괜시리 어디서 뭔가 터질까봐 불안불안 하더라구요..
그래서 여자애들이랑 같은 테이블에 있는건 좀 아니다 싶어갖고 남자애들이랑 술좀 마시자는 핑계로
친하게 지내던 애들(같은 중학교 올라갔던 애들이 대부분입니다 ㅎㅎ)이랑 다른 남자애들 몇명 해서
따로 테이블 만들어서 거기서 술마시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 하고 했죠..
그때서야 전 편하게 친구들이랑 이야기 할 수 있었습니다. 워낙에 여자애들이랑 사이가 안좋았으니...
근데 그때, 그 왕따 당했던 살찐 여자애가 참석했습니다. 완전 연예인급 미모가 되서...
다들 벙 쪘죠. "어? 너 누구..." "어? 나 어쩌구야~" 하는 순간 싸아.............
여자애들이고 남자애들이고 무슨 말을 해야될지 몰랐습니다.
주로 괴롭히던 애들은 여자애들이었지만, 남자애들도 그 당시 여자애들이 걔를 괴롭히는걸 방관했었으니까요.
게다가 엄청 이뻐져서 왔으니...(아마 성형도 조금 한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선생님이 왔으면더 카오스, 선생님이 왕따를 더 커지게 한 주범이었거든요. 주도권을 잡고 있는 아이들의 학부모들과만 친하다 보니, 아이들을 철저히 능력위주로 분별해서 대우한 덕에 더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그러다 와 엄청 이뻐졌네~를 시작으로 겨우겨우 말길이 텄습니다만...
30명 넘게 모인 자리에서 다들 술마시고 떠들다가 누구 한명이 등장했을때 갑자기 다들 쥐죽은듯이 조용해지는 건...
거기서 남자애들 몇명이 걔가 이뻐진거 보고 달라붙어서 왜이리 이뻐졌느냐
오오 와 어쩌구 하면서 걔 주변에 몰려들었는데 전교회장이었던 애랑 반장애, 엄청 싸가지 없던 애 등등의
괴롭히던 패거리들은 남자 애들이 다 그쪽으로 가니까
그냥 '아 시발 좆같네...'하는 표정으로 조용히 있더군요..
저는 화장실 간단 핑계로 모임장소 건물 밖으로 담배 피려 내려왔었습니다.
근데 회장애가 내려왔더라구요... 솔직히 저는 걔를 엄청나게 싫어하면서도 괜히 미안했었습니다.
당시 6학년때 수술하고 막 퇴원한 저를 발로 차갖고 싸우게 되었는데 전 때리긴 뭐하니까 말싸움을 하는 도중
그 애를 좋아하던 남자애가 책을 던진 바람에 눈을 다친 일이 있었거든요.
그 애랑은 초등학교 다니던 내내 악연이라고 해야 하나 여튼 그애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조금 그런게
한 10살 방학때 그 아이를 심하게 놀렸다가 아버지가 직접 혼내러 나오신 덕에 그 분께 직접 혼난 것도 있으니...
담배 하나 달라길래 너도 담배피냐? 했더니 여자애들 많이 피는데 다들 숨기는 거라고 하더군요...
"너희 아버지 돌아가셨을때 못간건 정말 미안하다. 기일이 3월 21일이 맞지?"
"어? 너가 어떻게 알고 있어?"
"우리 외할아버지도 그날 돌아가셨거든. 애들이 아마 나 나오기 싫어서 핑계댔다고 뭐라 했던 것 같은데 정말이다."
"아 그래? 솔직히 와도 부담스러웠을껄"
"그래도 내가 너희 아버지 뵌적도 있으니까.."
"언제? 아 그 우리아빠가 직접 찾아갔던거?"
"그때 다른 애들 다 도망가고 나랑 누구였던가 한 세명이서 집중적으로 혼났었거든."
"아 그랬냐~"
하고 좀 이야기를 오래했었습니다. 그러다가 그 싸웠던 얘기도 나왔는데..
"또 핑계이긴 한데, 나 니랑 싸운 거 때문에 그때 눈 다쳐서 지금 안경 쓰고 있는거야"
"아 그래? 진짜 미안.. 하긴 그때 너 안경 쓰긴 했는데 쓰다말다 했었잖아."
"그랬지 근데 지금은 안경 없으면 니 얼굴도 눈 바로 앞에서 봐야 분간 간다"
"그래.. 아 그땐 아마... 그때 나 니 좋아했던 것 같은 뎈ㅋㅋㅋㅋ"
"미친 나한테 그지랄 했던게 뭔 좋아한거 얔ㅋㅋ 립서비스 하지 맠ㅋㅋㅋㅋㅋ"
"아냐진짜아냐아냐 그때 아마 너 좋아하던 애들 꽤 있었을껄ㅋㅋ 근데 (이름이 꽃이름인)애랑 (옆집살던)애가 널 너무 싫어해서 걔 때문에 다들 말못하고 지냈던 거지 나 포함해서 너 좋아하던 애들 몇명 있었을꺼야~"
"야.. (옆집 살던)애는 내동생이랑은 친해도 나랑 진짜 심하게 앙숙이었니까 그렇다 쳐도, 그럼 나 괴롭힌게 다 (꽃이름)걔 때문이라고? 걔는 (살이 쪘던)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사람 괴롭히는데 취미 들렸나"
"걔 중고등학교때도 엄청 놀았잖아. 중학교 때도 심해서 그거 때문에 학교에서도 말 많았어. 오늘 만약 선생님 나오셨으면 한소리 하셨을껄? 막 걔 너무 그런다고 중학교 선생들이 (담임)선생님한테 전화해서 물어보고 그랬다는데. 나도 오늘이야 동창회니까 같이 있는거지 중고등학교땐 나 공부할라고 걔 일부러 피해다녔어."
"쩝..."
그 소리 듣고,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사람이 한번 성격이 삐뚤어지면 정말 희대의 악녀귀신이 되는구나 하고 깨달았기도 했구요...
전 13살때의 학교생활의 기억이 단순히 그 아이의 생각 하나만으로 좌지우지 됐다는 거라...
그년은 얼마나 다른 여자애들을 구워삶았기에 조장을 했던건지...
가뜩이나 그아이 한테 엄청나게 피해를 본 살찐 아이가 변신해서 등장한지라 만약 꽃이름인 아이가 왔다면
진짜 다들 긴장감 폭발 할 분위기였거든요...
오래있어봐야 별로 좋을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제가 그때 절대로 난 여자한테 관심없는 나쁜남자인척 한거 절대로 아닙니다 ㅠㅠ... 아직 결별의 여파가 크게 남아있는 지라 여자가 아직은 무섭다고 해야될까요...)
그래서 일찍 가려고... 그래봐야 11시 반 넘은 상태였는데 올라가니까 싸움 났더라구요...
변신한 H양, 꽃이름의 베프 M양, 반장 Y양 셋이서 갑자기 불이 붙은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H양이 남자애들한테 주목을 받자 M양과 Y양이 기분이 나빠쪄서 거기로 끼어들어가선
성형 얘기를 꺼낸 모양입니다...
성형 이야기 라는것이 쿨하게 받아치고 넘어 갈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H양애가 워낙 복수의 칼날(?)
을 갈고 나온 듯한 분위기라 완전 굳어져서 그게 싸움으로 번진 듯 하더라구요...
대충 하는 얘기가
"성형했지?"
"했으면 뭐 어쩌잔 건데?"
"성형해서 여기나오니까 좋냐?"
"그래서 내가 이렇게 이자리 나오니까 부럽니?"
"누가 나오랬냐고!!!"
"부른게 누군데!!" <- 반장애가 연락처 알아낸다음에 다 돌렸나 봅니다..
막 이렇게 따지고 있고, H양은 팔짱을 낀채로 심드렁하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옛날의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 상상도 못할일이었는데..
갑자기 H양이 가방에서 졸업앨범을 꺼내더니...
"이거 펼쳤을때 나말고 얼굴 못드는 년들 한명이라도 있으면 너넨 진짜 앞뒤 생각도 없는 개년들이다~"
한마디에... 와우.... 다들 얼음장처럼 차갑....
(제일 난감한건 술 더달라해서 술가지고 왔따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알바생이었을 겁니다_ㅠ)
그리고 갑자기 시작된 피말리는 욕설배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다들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저도 짜증이 치밀어올라 자리에 일단 다시 앉아있는데 너무 길어져서 점점 짜증이 차올르더라구요...
집에는 빨리 가야겠고 피곤하고 그 자리 더 있고 싶지도 않고 막차시간은 다가오고 취기도 있는지라 저도
그냥 물불 가릴 처지 안하고 그냥 폭발...
들고 있던 소주잔 떨군다음에 밟아 꺠버리고선..;;
"니미 씨발 다 집에 가! 가라고 씨발! 너넨 씨발 10년전에도 말로만 쳐싸우더니 지금도 말로만 쳐 싸우냐!!! 기분이 드럽고 할말이 다 끝났으면 욕이나 쳐하지 말고 싸대기를 떄리던가 쌍년들아!!! 그럴 용기도 힘도 없으면서 뭔 개지랄이야!!! XX동 가는 사람 세명까지 손들어! 택시타고 같이가게..."
그래서 동네 아직도 사는 애가 한 다섯명 되는데 먼저 제쪽에 있던 애들이랑 같이 택시타고 집에 왔었습니다...
제가 잘한건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소리친거 한번에 요행히 애들도 정리하고 제대로 파했다고 하니 안심했지요...
동창회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자신들의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그것을 말하며 나누면서 그걸 다시 생각해내며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자 하는 건데
동창들이 사이가 안좋은 상황에서 억지로 동창회를 열면 결국 누구 한명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한 사람
그리고 동창회를 열게 된 기간이 과거기준으로 지난 시간이
크게 길지 않다면 복수할 생각으로 나오는 사람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번 일을 통해 너무 심하게 느낀 것 같습니다. 세상이 각박해져도
어릴때의 즐거운 시절을 공유한 사람들끼리 이렇게 될수 있을까요...
하지만 제가 다닌 학교에 제가 다닐때의 저희반은
좋은 기억 같은건 기득권을 쥐고 있던 아이들 뿐이고, 그 기득권에 있던 애들 조차도
서로 편나눠서 겉다르고 속다르고 한걸 이제와서 꺠달아 보고 보니
괜히 좋은 주말이 될 수 있었던 떄를 그냥 기분 나쁜 주말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아
한숨만 나오네요...
이제 송년회라고 망년회라고 연말이라고 술자리만 계속 갖게 될 텐데
괜히 친구들끼리 오랜만에 이렇게 모였다 싸움나게 되면 분명
어디서든지 안좋은 소리 한번은 나올 것 같아서 두려워 지네요.... 술약속만 한 열개 넘게 있는 것 같은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