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서울 모대학의 모 동아리의 P모군의 부모님.
죄송합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얘기를 시작하자면
지난 5월, 동아리 창립제 행사로서
신입생들이 선배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동아리 집행부이자 현 권력자로서 저는 신입 남학생들에게 여장을 강요했지요.
그래서 그중 몇명은 여장을 하고 몇명은 그냥 대충 코스프레나 동물잠옷 같은거 뒤집어쓰고 공연하기로 했습니다.
신입생 중 P군.
이 아이는 집행부가 준비한 치마하고 가발을 하기로 했는데요.
얘가 좀 이상합니다.
여장하고 있는 내내
거울을 보고 있어요.
그것도 전신거울을.
그 뭐냐
여자애들이 하는 머리카락 다듬고 귀 뒤에 넘기고 하는 거 있잖아요.
딱 그걸 하고 있어요.
얘가 사진도 찍어달라는데
사진도 찍어주고..
전 그걸 지켜보면서 '에이 설마ㅋㅋ' 하고 그냥 넘어갔지요.
그리고 한 1,2달 지나고
P군하고 몇번 봤는데요.
얘가 처음에는 갑자기 화장품을 사가지고 온겁니다.
음.. 화장품. 살 수도 있지요. 요즘 남자들도 피부에 관심 많으니깐요. 저도 그렇구요.
그냥 대수롭지않게 넘어갔습니다.
그다음에는 얘가 목걸이하고 왔습니다.
심플한 모양도 아니고 되게 화려한 모양으로..
음... 목걸이. 할 수도 있지요. 요즘 남자들도 악세사리하고 다니니깐요. 저도 귀뚫고 다니구요.
얘가 목걸이를 사면서 귀도 뚫고 싶다는데 부모님이 말려서 못했다고 합니다.
이것도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
그다음에는 얘가 네일아트를 하고 왔습니다.
.......... 이건 좀 넘어가기가 힘들더라구요.
같이 있던 여자애도 어이없이 처다보는데 더이상 감당을 못하겠다고..
우연히 한것도 아니고 자기가 하고싶어서 네일아트를 하는걸 사와서 직접했답니다.
그리고 지금 머리도 기르고 있다고. 어깨닿을때까지 기르겠다고.
아.
이제 느낌이 왔죠.
시발 내가 존나 미안한 짓을 했구나. 얘 부모님한테..
네, 첫인상이 순박했던 남자아이 P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거 같습니다.
자기가 그날 여장을 하고서 나중에도 여장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던 P군.
전 그냥 농담인 줄 알았는데
농담이 아닌거 같습니다.
P군의 부모님, 죄송합니다.
저때문입니다.
제가 여장을 시키지만 안했어도
이런일은 없었을 겁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PS.남자가 네일아트에 머리도 기를수 있지만
얘가 여장하면서 여장을 맘에 들어하고 하고 싶어하길래
전부 이상하게 보이네요. 이건 제가 이상한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