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 중에 보면 헤어지자는 말 참 쉽게하는 여자들이 있죠.
예전에는 그런 여자들이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좀 한심하기도 하고, 뭐 썩 좋게 보지는 않았어요.
근데 최근 혼자가 되고 나서 지난 날을 돌이켜볼 때가 많은데, 차라리 (말로만)헤어지자는 소릴 하는 여자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일종의 경고라고 할까, 알려주는 거잖아요.
나 너한테 부족함을 느낀다. 더 잘해라.
뭐, 여러분이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판단되신다면 여자분이 잘못하고 계시는 걸 수도 있겠지만, 사실 연애는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냐의 문제이니까요.
상대가 나한테 부족함을 느끼고, 그로 인해서 불안함이나 흔들림을 느낀다면, 그런 상대가 내 곁을 떠나는 게 싫다면, 이쪽에서 더 잘하는 수밖에 없는 거겠죠.
제 첫사랑이자, 8년여 만에 다시 만난 전 여자친구는 헤어지자는 말을 먼저 꺼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 쪽에서 그런 말을 종종 했었죠.
이미 8년 전에 한 번 버림받은 적이 있었던 저로서는 다소 연애에 방어적이었습니다.
네가 나를 이만큼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나도 그 이상의 사랑은 주지 않겠어, 라고 저도 모르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는 스킨십에는 적극적인 편이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애교 자체는 거의 없는 타입이었습니다.
(애초에 연상연하 커플이기도 했지만, 사실 이 부분은 별로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겉으로 잘 대해주고 그러기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저를 거의 종처럼 부리는 타입이었죠.
그래서 한편으로는 아닐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그런 행동들이 제 안에 쌓이다보니 제가 느끼는 불만도 커져갔던 것 같습니다.
얘는 정말 날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내가 잘 대해주고 잘 받아주고 시키는 대로 따르니까 곁에두는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늘 신경쓰고, 진심으로 절 걱정하고 배려해주고 이해해주려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명하지 못한 사람이 그렇듯이, 저 역시 상대가 자신에게 잘하는 부분은 당연한 걸로 생각하고, 못하는 부분만 민감하게 느꼈던 거죠.
그래서 그 전까지는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왔던 행동들에 어느샌가 의무감을 느끼고, 거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고, 오히려 그에 반하는 행동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서로를 상처입히고 상처입히다가, 헤어지자는 제 말에 그녀는 조용히 그러자고 하더군요.
반나절도 안 돼서 사과하고 붙잡아봤지만, 이미 모든 것은 끝나있었습니다.
제가 위에 주절댄 내용들을 그때 이미 알고 있었더라면, 헤어지자는 말을 제 쪽에서 먼저 꺼내지는 않았을 텐데.
마지막까지 이별만큼은 피하고자, 이전부터 끊임없이 애써왔던 그녀와는 다르게, 저는 그저 제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제 문제점은 조금도 깨닫지 못한 채로요.
헤어지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죠.
그나마 스스로 깨달은 것조차 아닌, 다시 돌아와달라는 말에도 응하지 않는 그녀를 괴롭히고 닦달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들은 얘기를 통해서요.
2년반을 사귀면서 꽃 한 송이 건네 준 적 없는 남자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2년반을 사귀면서 직접 고른 선물 한 번 준 적 없는 남자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었을까요.(선물을 안 준 건 아닙니다)
2년반을 사귀면서 소소하게나마라도 이벤트 한 번 해준 적 없는 남자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요.
헤어진 이유가 이뿐만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위 세 가지 중 단 한 가지라도 했었더라면 지금처럼은 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만이 가득합니다.
헤어지자고 말하면서, 섭섭했던 마음들을 제게 한 번이라도 털어놓았더라면, 저도 좀 더 반성하고 각성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럴 의무가 없습니다.
상대를 탓하기보다는 전부 끌어안으려 애쓰다, 결국 자신이 지쳐버린 그녀를 전 결국 보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사랑을 하고 계시다면, 혹은 나중에 사랑을 하시게 되신다면 전력을 다해서 사랑하세요.
후회가 남지 않도록 상대를 사랑하세요.
내일이라도 당장 그녀를 만날 수 없을 것처럼, 내일이라도 지구에 종말이 올 것처럼 그녀를 사랑하세요.
후회해도 소용없는 순간이 온 뒤에는 이미 모든 것이 늦습니다.
다행히 제게는 그 후회를 지워나갈 기회는 주어졌습니다.
이 기회가 그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로 발전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녀에게 내가 뭔가 해줄 수 있는게 있을 때, 아직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 때 전력을 다 해 사랑할 생각입니다.
밤늦게까지 두서없이 길기만 한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