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게임을 함께 한 유저라면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는 한 시대를 풍미한 플레이스테이션 2.
전세계적으로 콘솔부분에서 압도적인 쉐어율를 차지하며 유례없는 승승장구를 떨치던 그 때의 PS2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일본 내수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메이저 개발사의 의욕넘치는 개발로 수많은 독점 명작을 엄청난 인지도를 자랑했다.
원작 오딘 스피어 또한 PS2로 나온 게임이지만 발매 시기는 이미 황혼기로 들어선 2007년도였다.
하지만 저물어가며 구세대로 전락하고 있었던 PS2였지만, 수많은 걸작을 잡았으며 수많은 찬사를 받았던 게임이 바로 오딘 스피어다.
실은 오리지널 오딘 스피어가 발매됐을 때 난 플레이하지 않았다.
당시 콘솔시장은 매우 저조한 실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이전과는 달리 퍼블리셔들이 줄줄이 망해갔고, 대부분의 게임 유통을
SCEK가 담당하였으며 물론 그 게임들 또한 대부분 원어 또는 북미판으로 발매되었다.
오딘 스피어도 예외는 아니였으며 외국어를 능숙히 못하던 나는 정보나 스크린샷만 보며 만족해야만 했다.
그로부터 거의 9년이 지났으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설마 이 게임이 현세대로 이식되어 그것도 한국어가 될지 상상이나 했을까.
아쉽지만 자본주의의 노예인 나는 한국어판이 발매되기 전에 값싼 일판으로 구매했지만...
그래도 당시 외국어를 못하던 자신과 이젠 별 무리없이 이해하는 자신을 보면 새삼 만감이 교차한다.
시스템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횡스크롤 액션 RPG 게임이다.
개발사가 바닐라웨어인데, 그 첫번째 작품이자 간판작품이 된 프린세스 크라운이 횡스크롤 액션 RPG로 시작하여 좋은 호응을 얻었지만 차기작이 그림 그리모어라는 게임인데 장르가 콘솔 RTS란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당시 그림 그리모어 또한 한국에 정식발매 되었는데 당연히 비한국어화는 기본이고 패드로 조작하는 RTS 장르이기 때문에 굉장히 판매량이 저조했는지 오픈마켓에서 떨이로 만 원 이하로 판매되고 있던 것이 기억난다. (발매된지 얼마 안 됐는데 말이다) 그 후 바닐라웨어는 엄청난 충격을 먹었는지 그 이후로 나온 주력 게임은 모두 횡스크롤 액션 RPG이고 그 스타트를 끊은 게 오딘 스피어다.
잡소리가 괜히 길어졌는데, 시스템이야 딱히 특출난 것은 없다.
누구나가 생각하는 횡스크롤 액션 RPG, 때리고 회피하고 띄우고 스킬을 섞어서 콤보를 이어가는 게임이다. 다만 색다른 부분이 있긴 하다. 캐릭터의 체술같은 스킬을 발동시킬 시 POW라는 게이지를 소모하고, 캐릭터의 특성이 적용된 속성이나 원소 공격을 발동시킬 시 PP라는 게이지를 소모하게 된다.
콤보를 이어갈 시 이 두가지 계열의 스킬을 타이밍에 따라 컨트롤하며 콤보를 이어가는 것이 포인트이다. 원작같은 경우는 평타를 사용해도 POW 게이지를 소모하여 게임 진행이 루즈했다는데 이번 레이브스라시르는 POW 스킬을 사용할 때에만 그 게이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상당히 호쾌한 액션이 가능하다.
그래픽
이 게임이 가장 찬사를 받은 부분이 바로 그래픽이다.
당시 PS2, 아니 여태까지 봐온 어떠한 2D 그래픽보다 깔끔하고 섬세하다. 그래픽의 질감이나 명암의 표현으로 분위기를 사로잡아 최대한 중세의 동화를 표현하기 위해 상당히 애쓴 티가 난다. 이러한 표현으로 마치 게임의 플레이가 아닌 하나의 일러스트를 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섬세함은 어떠한 2D 그래픽과도... 아니 현세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2007년도 당시에는 어떠한 게임과도 비교가 불허했으며 현세대 눈으로 보아도 그 미려함은 어디에 가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
그래픽 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움직임 또한 상당히 섬세하다. 캐릭터의 움직임에 관절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것이 보이며 행동이나 포즈에서 자칫 어색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으며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이 섬세함의 극한을 느껴보고 싶다면 각 캐릭터별로 과일 또는 음식을 먹을 때의 모션을 보면 알 수 있다. 스프라이트가 상당히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마치 살아있는 2D 그래픽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ㅡ 비타판이라 화질이나 해상도가 영 좋지 않지만 미려한 그래픽은 어디 가지 않았다 ㅡ
연출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연출이었다.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독백이나 단독 스폿라이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잦다. 자칫 잘못하면 상당히 괴상망측한 연출이 될 수 있지만 이 게임의 분위기와 그래픽과 상당히 궁합이 잘 맞으며 마치 시나리오 하나하나가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대사들 또한 직설적이지 않고 서사적이며 상당히 오글거릴 수 있는 표현이 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캐릭터들이 마치 배우가 되어 자신의 역활을 충실이 연기하는 모습으로도 보이며 이런 연출을 표현한 게임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까 말했듯이 이 연출은 마치 뮤지컬 분위기를 자아내며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관람객으로서 제 3자의 입장으로 외부자가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아무튼 게임에서의 이런 연출은 상당히 신선하였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게임의 스토리이다.
이 게임은 총 5명의 캐릭터별로 개별 스토리가 진행되며, 이 개별 스토리는 하나의 큰 그림의 퍼즐들이다. 하나의 거대한 일이 일어나고 그 안에서 마치 아무 관련없는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마치 나비효과처럼 거대한 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또한 하나의 거대한 줄기에서 캐릭터들의 스토리는 시간대별로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며 어떤 스토리에서 떡밥이 풀리면 다른 쪽에서 떡밥을 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반대로 전 캐릭터의 스토리가 나중에 일어나며 다음 캐릭터의 스토리가 전 캐릭터의 이전 사건을 밝혀 역순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 게임의 스토리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조각난 퍼즐을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모든 것이 이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이어져 있다는 스토리 보드가 상당이 짜임새 있고 완성도도 높았다. 분위기의 경우 상당히 동화적인 느낌이 난다. 물론 처음 시작할 때 웬 꼬마애가 할아버지 서재에서 동화책을 읽는다는 설정이긴 하지만, 막상 게임 자체가 동화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꽝이지 않는가.
동화적인 느낌이 들지만 어린이가 읽는 동화책이 아닌 비극과 좌절, 그리고 사랑으로 진행되는 어른의 동화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벌써 마왕군과 요정군의 전쟁으로 시작되며 반란, 배신 등이 나오며 그 외에도 여러 상상을 자극하는 묘한
설정들도 상당히 많다. 그리고 스토리 분위기가 꽤나 무거우며 역설적이게도 이런 미려한 그래픽하고는 사뭇 상반되는 이야기가 엄청난 시너지는 내는 것을 느꼈다.
전쟁, 배신, 비극적인 탄생과 사랑, 미래로의 희망, 이걸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내가 여태까지 살면서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임이 몇 개가 있는데 그 중에 이것도 포함하게 됐다.
안타까우면서도 애절하지만,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담긴 게임이다.
"보고 싶어, 뜨인 너의 눈동자에 내가 비쳐지는 모습을..."
길티기어랑은 다른 느낌의 바닐라웨어만의 2D연출이 몽환적인 분위기랑 잘 맞아떨어져서
좋았습니다. 아직 초반부 드워프비공정 잡고있는데 꽤나 재미있네요ㅎㅎ
글 잘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