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케(弥助).
어쌔신 크리드 신작 '섀도우스'의 주인공.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400여년 전 일본 사무라이 한 명이 억까를 당하든 말든 내 인생 사는 데는 아무런 영향도 없지만,
400여년에 걸쳐 축적된 사료와, 그 사료에 대한 사학계의 해석과, 당대 사람들의 인식과, 이를 접해온 현대인들의 생각을,
불과 한달도 안돼서 인터넷 리플 몇 줄로 깔아뭉게는 엽기적인 모습을 보고 좀 배알이 꼬이는 느낌이라 이런 글을 남긴다.
누가 알겠나.
나중에 혹시라도 운좋게 게임이 졸라 잘나와서 분위기가 반전되면,
그 때 '봐라, 나는 이럴 줄 미리 알고 있었지롱' 하고 잘난 체라도 할 수 있을지.
'야스케는 사무라이가 아니라 노예, 광대였다.'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로 '나무위키'를 퍼오던데,
나무위키 아카이브를 보면 2024년 5월 말까지 야스케 항목에서 야스케가 사무라이가 아니라는 소리는 애초에 논의조차 된 적 없었다.
야스케는 사무라이가 아니었다는 주장은 어크 섀도우스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된 직후부터 난데없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사료에 따르면, 야스케는 오다 노부나가의 총애를 받아 이름과 칼과 주택을 하사받았고, 노부나가와 토쿠가와 연합군이 타케다 가문을 멸망시킨 코슈정벌에서 노부나가와 동행했고, 노부나가가 최후를 맞은 혼노지에 함께 있었고, 노부나가의 장자 노부타다와 최후까지 함께 싸우다 아케치 미츠히데에게 생포됐다고 전해진다.
미츠히데가 하극상 직후 민심을 수습하고 토벌대와의 전투를 대비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노부나가의 부하를 죽여야 한다는 살기등등한 장수들을 말리며 '검둥이는 일본인도 아니고 짐승이니 죽이지 말라'며 야스케를 살려보낸 이야기가 당시 사료의 한 대목으로 남아있다.
통설에 따르면, 야스케가 혼노지에서 노부나가의 최후를 지킨 뒤 자결한 노부나가의 목을 들고 탈출했다고도 전해진다.
신장공기, 이에타다일기, 예수회일본연보 등 공신력을 인정받는 일급사료 뿐만 아니라,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야사나 설화 이야기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 또한 최소한 당대 일본인들이 야스케라는 인물에 대해 단순한 일개 노예 취급이 아닌 엄연한 '노부나가의 가신'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현대 일본에선 1960년대 동화책으로 야스케의 이야기가 나와서 지금도 어린이 권장도서로 추천되고 있다.
야스케는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게임, 만화 등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현재 야스케를 까는 모습은 서양 게임사들의 블랙워싱 PC질에 질릴대로 질린 사람들이 '중세 일본 배경에 무슨 얼어죽을 흑인 주인공이냐!' 이러고 분노가 폭발한 모양새인데,
야스케는 갑툭튀한 근본없는 캐릭터도 아니고, 엄연히 일본에서 수시로 대중매체에 등장했던 인물이다.
야스케는 흑인이라서 등장한 게 아니라, 일본 사무라이라서 등장한 것이다.
* 어크는 시리즈 대대로 가상인물이 주인공이었다고 반발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게 프랑스 법으로 못박은 것도 아니고, 제작사가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해서 죽일 듯이 욕할 이유는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야스케는 노부나가의 가신이 된 후 불과 1년만에 역사에서 그 행적이 사라진 인물이라서, 오히려 온갖 상상을 더해서 픽션으로 만들기에 더 좋은 캐릭터이다.
* 흑인 거한 야스케와 호리호리한 나오에를 보면서 전형적인 성역할 스테레오 타입이라고 비난하는 글도 있던데,
예로부터 창작물에서 뚱뚱이와 훌쭉이 콤비는 유서깊은 클리셰였다.
블랙워싱 논란에 유저들은 동양인 주인공에 몰입이 안된다는 발언 후 사과없이 그 부분만 삭제
이래서 욕먹는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