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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好像小說] 4343년 9월 17일 새벽. (0) 2010/09/17 AM 05:18

겉보기에 푸짐해 보이던 샌드위치가 까 보니 겉만 번지르르한 식빵 덩어리더라 하는,

지금은 웃기에도 구차해져 버린 에피소드가 눈 앞에 벌어졌을 때가 온 지금

과연 나는 이 거짓말에 대해 태연한 편의점에게 분노해야 할까,

아니면 그런 샌드위치의 내용물 양이 적당하다며 맛있게 먹고 있는 나 자신의

병신같은 행태에 개탄해야 하는 걸까.



굳어버린 물집이 터지듯 입 안에서 깨어지는 훈제 메추리알의 입 안에서 굴리며

누군가의 어둠을 들었을 때, 과연 그것에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노라며

공감하는 척, 이해하는 척, 그러면서 나는 너를 충분히 보듬어 줄 그릇이 된다는 식의

뻔한 허세를 부리는 지금의 작태에 대하여, 내가 감히 라는 단어조차도 붙일 자격이

"감히" 있을까.


분명히, 누군가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유사한 경험은 충분한 경험이라 치환하고

서로의 유대감과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안성맞춤의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서로의 경험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말이 서로가 느끼는 어둠의 깊이 또한

같다는 말과 동일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나보다 어리석지 않다면 할 수 없는

질문이라 말하고 비웃기를 서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핏불 테리어마냥 이빨을 세우지만

알고 보면 복종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도 독설가의 근성이 아직은

제 엄니를 부러뜨리지 않고 있는 만큼.


나는 비흡연자이되 흡연 경험자이고, 따라서 흡연 가능자이다.

미안하다. 쉽게 말해 누군가가 내민 담배 쥔 손이 부끄럽지 않게 할 수 있을 정도의

흡연 능력은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다.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했을 뿐이다.

하지만 내가 비흡연자라는 사실에 그러한 경력이 영향을 끼치지는 않음을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부탁하건대, '이런 내가 "담배 땡기는 기분" 이라는 말을 한다고 해서

"돛 한 번 펴보지 못한 놈이 항해의 기술을 말한다"며 비웃지 말길 바란다.

나는 그저 산화 연소물질일 뿐인 담배의 맛 따윈 추호도 모르지만, 목 깊이 연기를 빨아들이는

그 순간 성대 깊은 곳에서 퍼지는 타는 듯한 싸함이 내 답답함을 풀어줄 능력 정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또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내가 말하는 "담배 땡기는 기분"이란, 그러한 유쾌한 해소감과는 미안하게도

거리가 멀다. 나는, 누군가의 괴로움을 보고, 그에 비해 찝찝하리만치 안정적인 나의 상황에

쑥쓰러워지는 그 때, 나 자신에 대한 아주 작은, 좁쌀 한 톨 크기의 고행을 통해

먹먹해지는 속을 태워 없애고자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4년 전부터 내 옆에서 나와 함께

연기를 뿜던 사람들은 모두 색깔도 없는 그냥 한숨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혼탁한 괴로움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이 변치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담배가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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