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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철학]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체벌 금지령... (0) 2010/11/16 PM 12:01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어느 쪽도 편을 들기가 껄끄럽네요.
저 또한 부당한 교사의 폭력과 처사에 시달렸던 국민학생 시절을 보낸 기억을
갖고 있고, (왼 손을 쓴다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맞거나, 낸 적 없는 숙제를 검사하여
때리는 등이 있었지요.) 그만큼 교사의 폭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반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군 생활을 육군 훈련소에서 조교로 보내며 매달 천 명 가까이 되는 애들을
가르치다보니, 가끔 때리지 않고서는 통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도 겪게 되더군요.
(단언컨대 제 자신이 떳떳치 못한 이유로 때린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이런 입장이다보니 무조건 때려선 안된다/ 지위 그 자체가 때릴 명분이 된다는 양쪽 모두
저에게는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지금 현 상황에서 저는 어느 쪽을 지지하냐면 사실 체벌 허용 쪽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정책을 되돌려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모든 루리분들께서 아시다시피, 현재의 체벌 금지령은 사실상 어떤 대책도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 없이 실행된 막연한 요구사항의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각각의 학교가 적당하다 생각되는 형식의 대안을 취할 것이고, 그 중 가장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 방법이 타 학교에 전파되는 형식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문율로서 굳어지게 되겠지요.

하지만 체벌이란 의미를 좀 더 크게, 즉 『학생이 잘못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일.』
이라고 해석한다면, 벌점 제도도 어찌 보면 체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벌점(예를 들어)과 매질은 그 편의성이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도 있을 만큼
그 사용의 용이성이 차이가 난다는 점이겠지요.

때리다가도 자신의 마음에 걸려 적당선을 취하고 끝낼 수도 있었던 과거형 체벌에 비해,
이제 교사분들께선 손가락 하나, 펜 하나로 학생들을 학교에 아예 나오지도 못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질도 잘못 해서 학생이 크게 다치고 영상이 찍혀서 파문이 일어나는 상황에,
조금만 마음을 모질게 먹으면 체력 쓸 것 없이 죽죽 그어 버릴 수 있는 편리한 체벌은
남용의 확률이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제가 조교로 군대를 복무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저는 후임은 한 번도 때린 적이 없으며, 그나마 훈련병들을 때렸던 것은 군법상 훈련병에게
금지되어 있는 흡연이 적발되었을 때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때 제가 호되게 때렸던 이유는 만일 제가 간편하게 체력 쓸 것 없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서 처벌을 가했다면 그 훈련병은 7일간 영창을 가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영창은 단 하루라고 해도 제대가 그만큼 늦춰지는 만큼 어떤 일이 있어도 겪기 싫을 일일
텐데, 저로서는 한 번 아프고 반성시킬 수 있는 구타가 차라리 그 녀석들을 위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제가 틀렸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지금도.)


구타와 벌점데 양쪽 모두 남용할 시 극단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같지만,
남용하기가 훨씬 쉽다는 성질을 갖고 있는 벌점제 및 그와 유사한 서류형 처벌은,
그러한 처벌의 사용에 대한 제대로 된 커리큘럼을 거치지 않았거나 아직 덜 여문 인성으로
남용하기엔 너무나도 큰 위험성을 지니고 있지 않나 합니다.

만일 벌점제가 공식화된다면, 저는 정기적으로 이러한 벌점의 통계의 검열과 점검이 더욱
상층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만 글쎄요. 결국 윗대가리는 자기
자식이 받은 벌점은 지워버리지 않을까 하는 점도 껄끄럽네요.

어차피 양쪽 다 완벽하지 못할 것이라면, 저는 조금이라도 사람 냄새 나는 쪽으로 고르고
싶다는 편협한 발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정책에 있어서는, 저는 당장 모든 것이 해결되기보단 불가피하게 썩은 부분이 생기고 고름이 터지는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도 봅니다. 그 희생양이 어린 학생들이
된다는 게 너무나도 씁쓸하긴 하지만, 결국 가장 좋은 대안은 직접 써 보고 걸러낸 것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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