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화요일
저녁
수육, 청국장, 계란프라이
밥이 없게 된 관계로 냉동실에서 목살고기를 꺼내어 해동시켰다.
어느정도 해동된 고기의 위 아래에 십자 모양으로 칼집은 낸 뒤 칼집 사이에 후추를 발라놓았다.
전기 밥솥에 고기를 넣고 물을 적당량 붓고, 짭짤한 맛이 나도록 간장을 첨가하였다.
목살이므로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량과 풍미를 고려하여 칼집 사이에 버터를 바르고, 고기 주위에도 버터를 두었다.
처음에는 감자 삶던것 처럼 쾌속취사 한 번이면 될줄 알았으나, 뚜겅을 열고 보니 겉은 완전히 익었을지언정 속은 여전히 붉게 물든것이 전혀 익지 않았기에, 다시 한번 쾌속취사를 하게 되었다. 밥솥을 새로 산 것인지라 다를지 모르겠으나, 예전 밥솥 기준으로 쾌속취사는 15분 가량 걸렸으니, 이번것도 그러할 것이리라 여기기에 총 조리시간은 해동시간을 제외하여 40분 정도 건린듯한 느낌이다.
다시 뚜껑을 열었을 때, 마치 고기가 다 익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고기 주위에 남은 물은 매우 적었고, 기름과 간장 그리고 버터로 짭쪼름한 맛이 났다.
다른때 같으면 그냥 싱크대에 버렸을테지만, 지방을 섭취해야하기도 하고 나름 입맛을 돋구는 맛이기도 하여 나중에 야채를 볶을 때 베이스 소스로 첨가할까 생각중이다.
고기는 매우 맛났다. 간장을 넣어 간이 적당했고, 버터향이 살짝 느껴지는게 풍미가 살아있었다.
하지만 고기 특성상 고기만 먹기에는 목이 매이기 쉬웠고, 먹으면 먹을수록 느끼함이 더해져 금방 질리기 쉽상이었다.
마침 남아있는 청국장을 끓여 한그릇 뜨고, 고기 한 점 올리고 청국장을 한 숟갈 떠 입에 넣으니 그 맛이 굉장하였다.
고기의 느끼함은 청국장의 구수한 맛에 의해 가려졌고, 오히려 구수한 맛이 고기에 감싸게 되어 훨씬 맛나게되었다.
계란은 전날 많이 나온 기름들을 보며 한번 구워보겠으리라 생각하고는 기어이 굽게 되었는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니 팬 표면이 반질반질하였다. 계란을 풀어 굽기 시작하는데, 기름이 많아서 그런지 전혀 바닥에 들러붙지 않았다. 계란을 층으로 나누어 쌓아가며 천천히 익혀나갔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겉면을 바삭하게 익혔는데, 이렇게 하면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부드럽게 된다. 보통 적당량 기름을 넣으면 계란을 다 구울때 즈음 기름이 살짝 모자른 느낌을 받게되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기름이 남았을 정도로 기름의 양이 많았다.
그릇에 담고서 수육, 청국장과 함께 먹기시작하였다.
청국장이 국이고 수육이 반찬이라면 계란은 밥이었다. 계란의 맛은 어느것 하나 튀는 느낌이 없기에, 그냥저냥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13일 목요일
아침
치스스틱 하나
어제 부족한 지방을 채우려고 충동적으로 구매한 식품이다.
맛은 그냥저냥 치즈느낌이나 식감은 마치 게맛살을 여러게 겹처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어느정도 탄성을 지니며 씹히는 느끼이 매우 좋았다.
한번은 입속에 물고는 살짝 씹기를 반복하였는데, 속에 단물이 쏙 빠지기라도 한 것마냥 식감이 단물빠진 껌처럼 변하였다.
치즈 안에 있던 지방이 녹아버린것 처럼 싹 사라지고 남은거라곤 식용 고무뿐인것 같았다.
점심
밥, 시레기국, 김치, 시금치무침, 멸치볶음, 탕수육 다섯 조각
별다른 이상 사항은 없다.
밥을 적게먹고 반찬을 먹이 먹되 재료에 탄수화물이 많거나, 조리과정에서 탄수화물이 들어간 음식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점차적으로 익숙해져가고 있다. 이번 식단에서 특별히 조심한 것은 시레기 국과 멸치볶음이었는데, 시레기국은 평소보다 감칠맛이 더 크게 느껴졌다. 특히 멸치볶음을 집어 먹고 난뒤에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진것이 동일 조미료가 들어갔을 확률이 있다. 그리하여 시레기국은 시레기만 건졌고 멸치는 몇 마리만 집었다.
몇몇 직원이 중화요리를 시켜먹는데 어찌어찌하여 탕수육 다섯 조각을 먹게되었다.
처음에는 한 조각만 먹으려 했었는데, 그렇게 먹을거면 아예 먹지도 말라는 소리에 다섯 조각이나 먹었다.
밀가루를 그것도 식물성 기름에 튀긴 음식이라...!
맛은 기가막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