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글을 써야 했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글 쓰는 것 자체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지금 글을 쓰건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14일 금요일
저녁
계란, 돼지고기목살야채볶음(피망, 양파, 시금치)
예전에 수육을 만들고 나서 남았던 잔여물(?)을 따로 보관하고서 나중에 볶아먹을 때 써먹으리라 생각한 것을 떠올리고는 써먹었다.
소스를 이틀정도 보관하니 물은 아래로, 기름은 위로 뜨고는 기름이 굳어져버렸는데, 숟가락을 넣고서 저어보니 덩어리진 액체로 변하였다.
고기를 볶기전에 양파, 피망, 시금치를 다듬고 먹기좋게 썰어놓았다. 사놓은지 꽤 되어서 그런지 시금치는 대부분 시들어있었지만 그런거 상관하지 않고, 썰어서 넣었다. 썩지만 않으면 된다.
고기를 해동한 뒤 먹기좋은 크기로 썰고, 볶음용 냄비에 버터를 두르었다.
여태까지 버터는 냉동실에서 꺼내어 칼로 먹을 만큼 잘라냈으나, 얼은 버터의 내구력은 실로 대단하다. 도무지 칼로는 잘라낼수 없어, 그냥 프라이팬에 지지는 식으로 사용했다. 덩어리로 잘라서 넣든, 지져서 넣든 버터는 똑같은 버터다.
버터를 넣음과 동시에 소스를 부웠는데, 소스에 남은 기름과 버터기름이 섞여 들어갔고, 물은 갑작스레 고온기름과 반응하여 마구잡으로 튀어오르기 시작했으나, 이내 곧 잠잠해졌다. 고기를 넣고 어느정도 익히면서 여기에 후추가루를 뿌리고, 이어서 썰어놓은 야채들을 넣었다.
소스의 물이 증발하면서 남은 기름의 온도가 크게 오르는걸 볼 수 있었는데, 여기에 야채를 넣으니 익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고기볶음이 완성되었을 즈음 냄비뚜껑을 닫고,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루고는 계란을 굽기 시작했다. 계란이야 늘 먹던것이니 그저 빠르게 넣고 빠르게 익혀냈다.
15일 토요일
점심
어묵밥(?), 돼지고기목살야채볶음
돼지고기목살야채볶음은 전날 해두던 것을 재탕하였고, 어묵밥인지 뭔지 하는 요상한 식품을 사왔는데, 밥 위에 어묵이 올라가 있는 식품이었다.
어묵은 야채와 함께 넣고 만들어졌는지 이것저것 섞여있었고 밥 또한 어디다 볶았는지 자잘한 야채들이 섞여있었다. 탄수화물은 51그램으로, 이걸 하나 먹으면 하루 섭취량을 달성하게된다. 집에 하루 한끼, 그것도 50그램 전후의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위한 양 만큼의 밥을 하기는 쉽지 않아서, 이번 주말은 이렇게 간편식품으로 탄수화물을 채우기로 했다.
맛은 뭐 그냥 간편식품 맛이다.
저녁
계란, 돼지고기목살야채볶음
금요일 저녁과 같은 식사다.
달라진거라곤 계란을 하나 더 적게 넣었다는 점인데, 계란이 얼마 남지 않았다.
16일 일요일
아침
오렌지
아침일찍 동생이 집에 방문하였다. 그냥 쉬는날이라고 방문한 것이라 했다.
얼마전 어머니께서 방문하였을 때 놓고간 오렌지더미가 눈에 띄어서 하나 먹었다.
탄수화물양이 꽤 되는걸로 알고 있었으나, 아침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점심
김밥, 김치오겹살
김밥은 어제의 어묵밥처럼 오늘 하루 탄수화물을 채우기 위한 식품이었고, 전날 돼지고기목살야채볶음을 다 먹어버렸기에
이번에는 오겹살을 굽기로 했다.
그냥 구우면 느끼하기만 할테니, 요번에는 김치를 넣고 매콤하게 볶기로 했다. 그냥 기름은 먹기 힘들지만 김칫국물이 섞인 기름은 훨씬 낫더라.
고기를 해동하고 썰어보니 고기 내 잔뼈가 꽤 되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떠올랐으나, 이미 사놓을 어찌하랴싶어서 뼈를 발라내고 조리하였다.
껍때기 때문인가, 아님 고기 자체가 좋지 않은것인가. 잘 모르겠지만, 목살에 비해 고기 특유의 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목살이 더 싼데 말이다. 차라리 저번처럼 아예 기름에 튀기다시피 조리해서 냄새를 덮어버리는게 더 나을정도였다.
배고프니 일단 먹었지만 생각보다 결과물이 좋지 않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저녁
계란, 목살볶음
혼자 있었더라면 저녁에도 미처 다 먹지 못한 김치오겹살을 먹어야겠지만, 동생이 집에 있었기에 같이 먹었더니 고기가 한 끼만에 증발하고 말았다.
적게나마 남아있긴 했지만, 이 정도 양으로는 혼자 먹으면 끝일 듯하다.
결국 마지막 남은 돼지목살를 꺼내고는 반 정도 따로 볶아서 김치오겹살에 옮겨담고 함께 볶았다. 이건 동생 먹으라고 넘겼고,
나머지 반은 따로 프라이팬에 볶았다. 여기에 마지막 남은 계란을 넣고 함께 볶으니 뭔가 보이기에는 이국적인 음식이 나온것마냥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으나, 맛은 별로였다.
고기는 고기따로, 계란은 계란따로 조리하는게 더 나은듯싶다.
17일 월요일
점심
밥, 김치, 돌김, 두부조림, 고기볶음, 된장국
밥과 김치는 늘 그렇듯 같은양에, 두부조림은 전 처럼 네조각을 집었다.
돌김은 적당히 입맛을 돋구기위해 한 젓가락만 담았고, 고기볶음은 예전에 썼던 글과 같이
조리과정에 들어간 당과 섭취해야할 지방은 저것 뿐이라는 의견이 서로 갈라져서 내적갈등이 일어나고 있었으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고기는 언제나 옳다는 점이다.
된장국은 시중에 파는 된장을 썼을 확률이 높고, 이렇게 나오는 된장에는 당이 많이 들어간다고 들어, 건더기만 건져먹고 말았다.
저녁
갈비탕(+슬라이스 치즈), 계란
퇴근길에 다 떨어진 계란을 사기위해 마켓에 들렀다.
계란 외 요리에 넣을 것들을 찾아보고 몇 개 집어왔는데 이는 피망, 시금치, 청경채(?), 버섯이었다.
청경채는 이름은 처음 들었으나, 보기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았는데, 마치 배춧잎과 상춧잎의 중간정도의 모습이 마치 쌈이라도 싸먹을 때 필요하러나 싶은 모습이었으나, 이를 어디서 보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는 샤브샤브를 먹을 떄 들어가는 야채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샤브샤브를 먹었던 기억을 떠올려보니 그때도 저걸 보면서 자그마한 배추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봐도 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탄수화물양은 10그램 내외로 적당한 편이었다.
갈비탕은 마켓 진열대에 놓인 간편음식란에 있는것을 발견하고는 집어온것이다. 사실 이런걸 사려는 생각도 없었기에 전적으로 충동구매를 한것이나 나름 없었다. 하지만 날씨도 쌀쌀하고, 무엇인가 마실만한것이 필요했었던 점에 있어서는 충동구매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집에와서 냄비에 넣어보니 고기는 네조각 정도 들어있었는데, 양은 살짝 실망스러웠다. 고기와 육수 외에 다시마 하나 들어있는 정도가 전부였다. 무언가 허전하다싶어 슬라이스 치즈를 넣고 끓이니, 국물 색이 좀 더 뿌옇게 변하였다. 이윽고 냄비에서 그릇으로 옮겨담았다.
그 사이에 사온 계란을 꺼내어 구웠는데, 여기에 또 슬라이스 치즈를 넣었다. 저번에 사온 피자용 치즈는 왠지모르게 입맛에 안맞아 먹기 힘들었는데, 슬라이스 치는 먹기가 굉장히 편했다.
갈비탕은 간편식품이라는 예상과 달리 매우 맛있었다. 만약 옆에 밥이 있었다면 당장 국물에 넣고 먹었을정도였다.
고기는 그럭저럭이었지만 국물은 정말로 맛있었다.
18일 화요일
점심
밥, 김치, 조기(?), 콩나물무침, 미역국
밥과 김치는 늘 똑같다.
주 반찬으로 조기가 나왔으나, 사실 먹을 부위가 얼마 없었다. 이걸 조기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고등어나 갈치는 아니었다. 그냥 먹을만한 부위가 매우 없었을 뿐이었다.
어제 갈비탕을 마시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는데, 고기는 반드시 구울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조리해서 먹으면 그만이었다. 특히 지방 섭취를 함에 있어 끓여서 먹는 것은 고기의 지방섭취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릴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번에 나온 미역국에 들어있는 소고기를 보았을 때 방금 이야기한 내용이 떠올랐다. 그렇게 다시 미역국을 쳐다보니 국물 표면에 떠오른 기름이 보이기 시작하고서, 이건 다 마셔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미역과 소고기는 물론 국물까지 전부 다 먹었다.
조만간 국물음식에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