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니가 훌쩍 떠난지도 1년이 지났구나,
너 떠나고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지만,
너를 기점으로 하여, 여러가지 이별들이 많았던 한해였단다.
비단, 너를 시작이라 두둔하진 않으려하는구나.
널 화장하고 묻어준 그 자리에 홀로 찾아가서 미안하구나.
같이 오겠다고 이야길 했는데 어째 삶을 살다보니 혼자가 되어버렸어,
내가 연인과의 몇번의 이별을 했었지만. 그래도 니가 있어서 참 힘이 많이 되었는데,
이번은 참 입맛이 쓰고도 쓰구나, 아무래도 니가 없어서 그런듯 하구나.
어쨰, 거기서는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니?
아빠는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게 느껴지는구나, 수염도 빨리자라고, 뭐 여러가지 그렇구나.
넌 11살에서 더이상 나이 먹지 않아 좋겠구나.
1년이라고 하면 길고, 짧을 수도 있지만. 올 1년은 너무나도 길었어, 너무너무 아주 지루해 죽을만큼 길고도 길었어.
1년이 지나고 나면 모든것이 무뎌질까 생각 했지만. 기억이라는건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선명해지는듯 하더구나.
잊어버렸다 생각했던 별일 아니었던 사소한 일까지도 기억이 나더구나.
나는 참 머리가 나쁘다고, 기억력이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꼭 그런건 아니었더구나.
니가 없는 집은 참 말끔해졌어, 털도 안날리고 니 화장실 냄새도 안나고, 검은옷에 털도 더이상 붙어 다니지 않고,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무뎌져야하는데 마음이 약한 탓인지 그런것들이 오히려 마음을 쿡쿡 쑤시곤 하는구나.
널 묻어준곳에 내가 준비해간 간식들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구나,
니가 없는 올 한해는 정말 정신이 없어서 몇개월 만에 널 찾아갔지만, 앞으로는 계절에 한번쯤은 찾아가보려해.
많이 외로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햇살이 따사해지니 니 생각이 더 나는구나, 날 좋은 봄날에 널 데리고 나가지 못했던게 가슴을 친다.
부디 그 곳에서는 봄 햇살 만끽 하길 바란다.
슬슬 벚꽃이 지고 있구나, 니 무덤 그자리에 떨어져 소복히 쌓인 꽃잎이 멋진 이불이 되었으면 하는구나.
앞으로는 널 생각하며 좀 덜 우는 내가 되어야 겠구나.
많이 보고싶단다.
잘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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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11년을 기른 곰이의 1년쨰 기일이었습니다.
가족같이 딸같이 기른 고양이라 도저히 안가볼 수가 없었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집사님들의 주인님들이 건강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