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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옜날글들] 바람의 검심을 보다 (0) 2012/12/20 AM 03:47
케이블 애니메이션 채널에서 바람의 검심을 보여주었다. 내 고교시절을 추억함에 있어 빠질 수 없는 만화이기에 오랜만에 재미나게 보고 있다. 특히 시시오 일파와의 전투는 이만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훌룡하다.
시시오 일파는 서구열강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은 강해져야 한다는 부국강병과 약육강식의 논리를 들어 봉기한다. 이들의 이론은 다분히 사회진화론에 기이한 것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은 동양3국중 가장 적극적으로 사회진화론을 받아들인 국가로 우리가 쓰고 있는 진화론을 대표하는 개념인 우승열패, 약육강식, 적자생존 은 일본에서 번역된 개념들이다. 그리고 다들 알다 십이 이러한 개념은 일본의 아시아침략을 정당화 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흔히 아는 사실과 다르게 다윈은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 라는 단어를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적자생존이라는 단어를 만든 사람은 사회 진화론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허버트 스팬서 였다. 다윈이 만든 개념은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였다.
적자생존과 그 유사개념인 약육강식, 우승열패는 매우 쉽게 이해되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모호한 개념이다. 왜냐하면 아무도 누가 적자, 약자, 강자, 우자, 열자, 인지 명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연유로 위와 같은 개념을 들먹이는 작자들은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서 자신과 자신의 소속집단을 강자로 그 외의 집단은 열자로 구분해서 자신들의 침략행위들을 자연의 섭리로 둔갑시켰다.
만화속의 시시오도 이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였다. 그리고 이러한 부류의 인간들이 그러하듯 결과론적으로 그 또한 적(適),강(强),우(優)자는 아니였다.
위와같은 연유로 적자생존이라는 개념이 보편타당한 법칙이라는 것에 대해 나는 매우 회의적이다. 차라리 다윈의 개념이 그 과학적인 진위여부를 제체 두고서라도 논리적, 역사적으로 타당한 개념이라고 사료된다.

중국의 학자 엔후(嚴復)는 natual selection을 천택(天澤)이라고 번역 했다. 그리고 바람의 검심의 시시오와 의 마지막 결투를 다루는 부분의 소제목이 내 기억으로는 '시대가 선택한 자' 였던 것으로 기억 된다. 자연, 하늘, 시대 이것들은 모두 인간의 이성밖에 존재 한다. 물론 인간이 이것이 이성의 영향력 안에 있다고 착각한 적은 있었었다. 그렇다면 초이성적인 존재 앞에서 미약한 생명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만화의 주인공 켄신은 비천어검류의 마지막 비기인 천상룡섬을 얻기 위해 사부와 대결하는 장면에서 결사의 마음을 버리고 본질적인 생에 대한 집착으로 돌아서서야 천상룡섬을 완성할 수 있었다. 시시오와의 마지막 결투에서도 켄신의 생에 대한 본능이 그를 시대가 선택한 자로 만들었다.
아무리 미약하고 보잘것없는 삶이라도 살아가는 것,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것, 어찌 보면 생명체로서는 당연한 이 명제가 생명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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