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겁으로 지은 업장, 한 생각에 없어져라. 죄도 없고 마음 없어 그 자리가 비었으니, 빈 마음 그 자리가 진정한 참회일세”

노란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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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글]] 즉문즉설 '불평등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체코 프라하에서)' (0) 2014/09/29 AM 10:17




“불평등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제가 태어날 때 왜 막내로 태어났는지,

키가 왜 170밖에 안되는지,

다른 사람들은 180이 넘는데... 나는 왜 못 생겼는지,

그리고 세상에는 많이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들이 있고,

행복한 사람이 있고 불행한 사람이 있고,

이게 과연 세상의 법칙인지요?

하나님과 부처님이 얘기한 세상이 이런 세상인지요?”








“남자에게는 특권이 주어지고 여자에게는 억압이 주어진 세상에서 만약 여자로 태어난다면,

‘왜 내가 여자로 태어났나’ 하면서 억울해하겠죠.

그런데 ‘왜 나는 여자로 태어났나’ 이런 생각은 올바른 생각이 아니에요.

여자로 태어나고 남자로 태어나는 것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냥 여자로 태어났고 남자로 태어났을 뿐이에요.

그런데 이 세상이 남자에게는 특권이 주어지고 여자에게는 억압이 주어지니까

‘나는 왜 여자로 태어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그 특권을 갖고 싶은데 못 가지니까 말이죠.

남자, 여자의 차이를 없애버리면,

즉 남자라고 주어지는 아무런 특권이 없는 세상을 만들면 ‘내가 왜 여자로 태어났나’

이런 질문 자체가 필요 없어져버립니다.

여자로 태어난 것이 전생에 죄이거나 하나님의 징벌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것은 남녀의 차별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현실로 인정한 상태에서 생긴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신체가 장애인 사람에게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차별을 주니까

‘나는 왜 장애로 태어났는가, 전생에 죄가 많아서인가’ 이런 문제의식을 갖는 것입니다.

종교에서는 “하나님을 안 믿어서 그렇다,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그렇다”고 하며

이런 잘못된 현실을 합리화시키는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이 점이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과 부처님은 남자, 여자의 차별을 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신체 장애에 의해서 인간을 차별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피부 빛깔에 의해서 인간을 차별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유대인과 이방인을 차별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키가 큰 것이 좋고, 키가 작은 것이 나쁘다’ 하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생각입니다.

키가 큰 것은 큰 데로, 키가 작은 것은 작은 데로 의미가 있습니다.

코끼리는 복이 많아서 코끼리로 태어나고 쥐는 죄가 많아서 쥐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종이 다를 뿐이에요.

얼굴 생김새가 다르지, 저 사람은 더 잘 생겼다 저 사람은 못생겼다가 아니라

그냥 다르게 생겼을 뿐입니다.

진리는 ‘다르게 생겼다’라는 것이지, 누구는 잘생겼다 하는 건

그때 그때 사람들의 관념에 따라 이뤄지는 것입니다.

양반과 쌍놈의 차별이 없어지니까 ‘나는 왜 쌍놈으로 태어났나’ 하는 생각이 없어지잖아요.

이런 불평등은 자연적인 것이 아닙니다.

자연에는 불평등이 없습니다.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는다고 개구리는 잘 못 태어났고 뱀이 더 좋게 태어난 게 아니에요.

그냥 종이 다를 뿐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피부 빛깔이나 남녀와 같이 자연적인 것을 갖고 차별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인간의 행복도가 개선되지 않습니다.

빈부격차가 커지게 되면 행복도가 굉장히 떨어집니다.

국민 행복을 위해서는 정신 작용에 대한 수련도 해야 하지만,

빈부격차도 낮추어야 합니다.

이것이 경제민주화죠.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첫째 경쟁이 공정해야 해요.

그래서 부의 집중을 막고 격차를 줄여야 해요.

둘째, 경쟁 자체도 못하는 사람들, 어린아이, 노인, 장애인 등에게는

기본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것을 복지사회라고 하죠.

그런 면에서 유럽의 시스템을 잘 연구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곳 유럽에 나와 있으시면서,

우리보다 잘 산다 못 산다 이런 관점에서만 보지 마시고,

이 사회가 갖는 좋은 점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우리 사회보다 좋지 않은 점은 무엇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서로 나누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합니다.

부자는 전생에 복을 많이 지어서 그렇다는 것은 현재의 부를 합리화하는

지배자의 논리에 불과한 것입니다.

가난한 것은 하나님의 복을 못 받아서 그렇다는 것도 지배자의 이데올리기입니다.

지금까지의 종교는 지배자의 이데올로기에 많이 복무해 왔습니다.

이런데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 라는 것과 같은 혁명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도대체 키가 작은 것이 뭐가 문제가 됩니까? 환경적으로 얼마나 좋아요?

옷감도 적게 쓰고 침대도 적어도 되고 에너지 절약에도 도움이 되고요.

선악의 개념이나 좋고 나쁨의 개념이 아닌 “다름”의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이런 철학적 정리가 우선 필요합니다.”








질문하신 분도 스님의 답변을 듣고 밝게 웃었습니다.

스님께서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종합적으로 정리해주셔서 참 명쾌했습니다.

유럽에서 살다보면 성당과 교회 등 종교생활을 많이 접할 수밖에 없는데,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깊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글은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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