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결혼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저는 얼마 전에 서른살이 되었습니다.
배우자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고, 부모님들도 결혼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시고 압박을 주십니다.
이혼율이 50%가 넘어가는데, 결혼이라는 것을 도대체 왜 하는 걸까 궁금합니다.
저도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져 보았지만 결국 헤어졌거든요.
결혼을 하더라도 함께 늙어가다가 혹시 다시 헤어짐이 찾아올 것 같아 겁도 납니다.
결혼을 할 때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결정을 해야 하고,
배우자를 정할 때도 어떤 기준으로 정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은 결혼한 사람한테 물어봐야지 왜 스님한테 물어보세요? (웃음)
결혼을 해야 된다 는 것도 없고, 결혼을 안해야 된다는 것도 없어요.
옛날에는 사회 전체적인 문화가 결혼을 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런 환경이였죠.
그래서 결혼을 무조건 해야 되는 줄 알고 했습니다.
이것은 거대한 홍수가 나서 나무토막이 쓸려내려 가는 것과 같이 하나의 흐름에 불과한 것입니다.
부모 세대에서는 나이가 들면 결혼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자신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듯이 내 자식도 결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니까
부모는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이것을 받아들일지 안 받아들일지는 나의 선택입니다.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질문자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결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때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결혼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니까 결혼을 못하는 겁니다.
결혼이라는 것은 그냥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같이 사는 것입니다.
결혼식을 안 올려도 됩니다.
자연계의 모든 짐승들이 결혼식 올리고 사는 것 봤어요? 그냥 살지요.
결혼식이라는 것은 하나의 문화 행위입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절대 헤어져서는 안 된다고 하는 천주교나 유교 같은 경우는
남편이 결혼식만 하고 죽어버려도 평생 혼자 살아야 했죠.
그런 문화에서는 그렇게 살아야 했던 것이고,
또 조선시대에는 남자가 내 손을 잡아 버리면 나는 그 사람의 부인이 되어야지
다른 선택을 하면 안 되었죠.
강제로 나를 하룻밤 껴안고 자버리면 성추행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남자의 사람이 되어야 했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몽골 같은 경우는 남자가 결혼하고 싶으면
부인이 될 사람을 목숨을 걸고 납치해야 하는 게 문화일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태어나서 자라면 그 문화가 정상적인 문화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결혼을 어떻게 하느냐는 모두 하나의 문화입니다.
여러분이 서구에 와서 교육받고 느끼고 본 생각과 몇십년 동안
한국에서만 보고 듣고 자란 부모님의 생각과는 당연히 결혼에 대한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죠.
프랑스 같은 경우는 젊은이들의 절반이 계약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문화가 서로 다른 것입니다.
세대 차이에 의해서 문화가 다른 것이 있고, 나라 차이에 의해서 다른 것도 있고,
종교 차이에 따라서 다른 것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부모 세대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할 때는
당연히 부모님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을 감수해야 합니다.
부모와 다른 문화를 선택하려면 갈등을 처음부터 예상해야 합니다.
갈등을 안 하려면 내가 사는 한국의 문화나 부모님의 문화를 수용해줘야 합니다.
부모님을 “어리석다, 틀리다” 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부모님의 가치관과 문화, 도덕을 존중해야 합니다.
부모는 부모의 생각이 있고 나는 내 생각이 있으니까
부모의 생각은 존중하되 나는 내 갈 길을 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질문자는 효녀도 아니고
자기 줏대도 없고 그냥 왔다갔다 하는 것 같네요.
내 마음대로도 하고 싶고 부모님께 기대고 싶기도 하고 그런 것 같네요.
결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첫째, ‘남자면 됐다, 미성년자는 안 되니까 20세가 넘고 60세 이하면 된다’
이렇게 연령 폭을 확 넓히세요.
둘째, ‘총각도 좋지만 재혼도 괜찮다, 신체 장애인도 괜찮고, 외국인도 괜찮다’
이렇게 상대를 확대하면 길거리 가는 사람 중에서도 부지기수로 상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범위를 좁혀서 사람을 찾기 때문에 결혼을 못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어떤 남자가 질문자의 요구에 맞춰주려고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런 남자는 없습니다.
그 남자도 ‘자기에게 맞는 여자가 어디 없나’ 하면서 찾으러 다니고 있겠지요.
그래서 나의 요구 조건대로 만나려고 하면 결혼은 절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옛날에도 중매를 설 때 다 거짓말을 조금씩 했던 것입니다.
고등학교 나왔으면 전문대 나왔다고 말하고,
전문대 나왔으면 4년제 나왔다고 말하고,
키가 170이면 175라고 말하고,
선 보러 나갈 때는 구두 뒷축도 높이고 화장하고 호주머니에 돈을 더 넣어서 가고,
예절이 없던 사람이 의자도 빼주고 차문도 열어주고,
성격도 왈가닥 하던 사람이 얌전을 떨고, 이렇게 서로 속이기를 하는 것입니다.
속여야 결혼이 성립하지 안 속이면 결혼이 성립하지가 않는 것입니다.
서로 덕 보려고 욕심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약간씩 속여야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나쁜 건 아닙니다.
속아서 결혼했다 하더라도 ‘남편이 학벌을 속였다, 집안을 속였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 사람이 속여 주었기 때문에 내가 결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사람이 안 속였으면 나하고 결혼을 못했을 겁니다.
속여준 걸 나쁘다고 생각하지 말고 속여준 걸 고맙게 여겨야 합니다.
질문자에게 제일 좋은 길은 결혼을 안 하는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자신이 결혼할 수준이 안 되는 줄도 모르고
결혼하고 싶어 껄떡거리며 상대를 찾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괜찮은 남자를 골랐는데 막상 살아보면 실망하게 됩니다.
결혼을 하려면 ‘어떤 인간을 고르면 결혼 생활이 좋을거냐’ 이런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남자면 됐고, 나이도 상관없고, 결혼만 해주면 다행이지’
이렇게 기대를 안 하고 막상 결혼하면 ‘생각보다 괜찮네’ 이렇게 됩니다.
그러면 정도 깊어지고 점점 좋아집니다.
그런데 기대를 너무 높여 놓으니 괜찮은 인간도 내 눈에는 안 차는 겁니다.
질문자는 눈이 너무 높습니다. 결혼을 하려면 눈을 낮춰야 합니다.
결혼을 왜 해야 하는지 왜 물어요? 그냥 안하면 되지요.
그런 질문은 결혼을 하고 싶으니까 묻는 겁니다.”
질문한 여성분은 스님이 답변을 금방 알아듣고 “네, 잘 알겠습니다.” 하며 밝게 웃었습니다.
오늘 스톡홀름 강연은 밝고 활기찬 분위기였습니다.
일부만 퍼왔습니다.
다수의 청중과 질문자의 표정, 말투, 떨림등을 보고 이야기 했기 때문에
글만 보고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