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겁으로 지은 업장, 한 생각에 없어져라. 죄도 없고 마음 없어 그 자리가 비었으니, 빈 마음 그 자리가 진정한 참회일세”

노란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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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글]] '형용할 수 없는 사이다' (0) 2014/12/26 PM 11:11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올해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건들이 많이 있었죠.

특히 세월호 사건은 유가족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를 눈물짓게 하고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사건도 사건이려니와 그 뒤의 사건 수습이 우리가 기대하는만큼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더 가슴을 아프게 만든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8월 하순부터 우리 교민들이 살고 있는 전세계를 다니면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해외에 계신 우리 교민들도 국내에 있는 우리들 이상으로 많이 가슴 아파 했습니다.

정말 큰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또 우리가 올림픽도 치루고 OECD에도

가입하면서 ‘우리도 이제 선진국이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즈음에 사건이 일어났고,

또 사건을 수습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후진국의 모습이였기 때문에

우리들의 자존심도 많이 상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밖에 안되나’ 이런 자책감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것은 단순히 어떤 특정한 몇몇 사람들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지난 50년간 돈벌이만 된다면 물불을 안가리고

도덕적·법률적으로 부정한 것도 눈을 감아주고,

오직 성장과 돈벌이에만 치중했던,

그래서 밥 먹고 사는 것은 좀 넉넉해졌지만 어떻게 보면 지나친 황금 만능주의에 경도된,

‘말씀’을 섬기는 게 아니라 ‘돈’을 섬기는 그런 우리들의 삶의 결과가 가져온

어쩌면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말 사람은 빵만으로만 살 수 없고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물질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그런 한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 힘든 와중에 교황님께서 이 땅을 방문해주시고

우리들에게 많은 위로를 주시고 화합의 길을 열어주셔서 많이 치유가 되긴 했지만

그러나 이 땅의 정치 지도자들이 그 뜻을 받들어서 마무리를 뒤늦게라도

깔끔하게 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분열의 양상이 계속 되었습니다.

정말 교황님도 어쩌지 못하는, 정말 하나님도 어쩌지 못하는 그런 백성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책과 좌절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개선되기는커녕 일련의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연말을 전후해서는 생각이 다르고 믿음이 다르고 이념이 다른 것들이

서로 인정되고 함께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인데,

오히려 헌법의 이름으로 이런 다양성이 용인되지 못하고

획일성으로 제단해서 임명된 사람들이 국민이 선택한 사람을 해임하는,

‘정말 민주주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일까지도 버젓이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다시 지지율을 통해서 국민의 다수 찬성이 있다는 이런 발표들이 나오면서

‘우리가 과연 선진국이 되었나? 민주화가 되었나? 잘 살아졌나?’ 하는 것들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좌절과 절망의 시대에 예수님의 탄생을 돌아보면

예수님이 탄생했던 그 시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보다도

훨씬 더 암울했던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라가 로마의 지배를 당하고 거기다가 나라의 지도자들이

외세의 주구 노릇을 하는 상황 속에서 태어나시자마자 애굽으로 피난을 가셔야 했습니다.

이런 가장 춥고 어두운 시대에 그분께서 오셨고,

그 어려운 시기에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의 백성들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결국은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정말 절망의 끝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그 절망의 끝이 부활이라는 새로운 희망으로 나타난 것을

우리는 신앙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 지금부터 100년 전에 주님을 받아들인다는 그 한가지 이유로

사형을 당한 우리의 선조들을 생각해 봅니다.

‘정말 하나님이 계시나?’, ‘이 땅에 정말 희망이 있나?’ 하는

이런 절망 속에서 우리의 신앙이 흔들릴 때도 그분들은 오직 믿음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셨습니다.

그런데 하루도 아니고 10년도 아니고 100년이 훨씬 지나서 올해가 되어서야

그분들의 믿음의 결과가 시복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오늘 우리가 어려운 시기에 좌절하고 절망할 것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나라가 더 가까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이 왔다’ 이런 말이 있듯이 우리의 믿음이 가장 흔들릴 때,

세상에 대한 절망이 가장 심할 때 어쩌면 새로운 시대가 가까이 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남북 통일이 이제 멀어진 것 같은 이런 시대에 통일은 곧 가까이 와 있고,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그런 시기가 진정한 평화가 도래할 시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고 그런 믿음을 가지고

우리가 흔들림 없이 이 땅에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평화와 통일을 만들어 나갈 때 가능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살아 생전에 통일을 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선배들은 100년이 지난 뒤에야 그런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었지만,

우리는 더 가까이에서 살아 생전에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서 우리 신앙인들은 각각의 신앙이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함께 믿음을 가지고 새로운 시대를 꿈꿔보는 그런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을 생각하면 우리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느냐 싶어요.

실패를 딛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듯이 우리의 이런 좌절이 좌절로서 끝날 게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서 오늘 여러분과 함께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면서 주님이 가셨던 길을

우리가 함께 손잡고 따라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 땅에도 부활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보았으면 합니다.

오늘 성탄의 기쁨을 우리만이 아니라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하는 쌍용자동차 사람들,

광화문에서 아직도 농성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

밀양 송전탑 반대 어르신들을 비롯하여

이 땅에 아픈 사람들과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특히 북녘 땅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고통받는 동포들에게도

주님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기원하며 다시한번 여러분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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